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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토끼 Oct 02. 2020

여름을 떠나 보내는 날

여름 안에서


여름이 후두둑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안녕. 다들 충분히 더웠나요. 매미 소리로 귓속을 꽉 채웠나요. 축축하게 살을 휘감는 공기에 밤잠을 설쳤나요. 갑작스런 소나기에 바짓단을 적셨나요.

그럼 됐어요. 안녕히. 안녕히.

이제 반팔 옷은 모두 세탁기에 돌려 가을이 찰랑이는 하늘에 널어 놓아요. 발가락이 꼼지락꼼지락 드러나던 샌들은 신발장 속에 잠재워 놓아요.

나는 아무 배웅도 없이 떠나는 일에 익숙하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당신이 나를 보내며 아쉬운 마음이 든다면, 당신은 아마도 지긋지긋한 더위와 습기 사이에 무언가를 떨어뜨려 놓았나봐요.

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아름답거나 슬프거나, 혹은 둘 모두이거나.

내년에도 다시 여름은 돌아오겠지만 같은 여름은 아닐 거예요. 당신이 여름 사이에 떨어뜨려둔 마음이 그러하듯이.

괜찮아요. 어떤 마음에는 나도 모르게 마침표가 찍히는 거죠. 걱정 말아요. 선선한 바람이 당신을 안아줄 거예요.

누구나 사랑하는 가을이 오네요.




bgm.아이유_여름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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