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가 목표였던 출근

by 강쪼꼬

그 회사에 다니던 2년 4개월 동안

내 궁극적 목표는 단 하나였다. 퇴사.

다만 오늘은 아니고,
지금은 아니고,
준비가 끝났을 때 말이다.


그 때 당시 나는
제대로 된 경력이 없는 상태였다.

이력서에 적을 만한 회사도 없었고,
“그래서 여기서 뭘 했나요?”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만한 무언가도 부족했다.

그래서 선택지는 단순했다.

일단 경력을 쌓자.


버티는 게 미덕이라서가 아니라,
버티지 않으면
다음으로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회사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나를 대신해줄 백업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

무역과 관련된 어떤 일이든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처럼 반응했다.

“이건 네가 아니면 안 돼.”


그 말들은
칭찬처럼 들렸지만,
실상은 족쇄에 가까웠다.

그리고 거기에 무식하게 책임감 있는 나의 성격이 더해졌다.


회사도 나를 못 놓고,
나도 내 일을 못 놨다.

업무가 진짜 손에 익었다고 느낀 건
입사한 지 6개월 쯤 되어서부터였다.


그래도 그 무렵부터
나는 이미 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 역시 청내공을 신청한 상태였고,
2년을 만근하면
총 1,600만 원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그 돈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기보다는,
나에게 명확한 타임라인을 줬다.

‘2년까지만.’
‘돈 들어오는 거 확인하고.’


퇴사는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계획이 되었다.


1년의 적응기가 끝난 뒤부터
내 출근은 조금 달라졌다.

퇴근길에 이디야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하루의 끝에
나를 다음으로 데려갈 무언가를 쌓고 싶었다.


무역영어 1급,
국제무역사 1급,
한국사 1급.

하나씩 붙을 때마다 이 회사에서의 시간이 오히려 조금씩 견딜 만해졌다.


처음에는 공사도 준비해보고 싶어서 한국사도 땄지만,
나중에는 방향을 틀었다.


관세사를 도전해보기로 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적어도 ‘도망’은 아니었다.

관세사 1차 합격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마음속으로 퇴사를 결정했다.


그제야
출근이 끝이 보이는 터널처럼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 회사에서
열심히 다니기도 했지만,
열심히 나갈 준비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나를 2년 4개월이나
버티게 만든 힘이었다.


퇴사가 목표였던 출근.
그 출근 덕분에
나는 다음으로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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