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다. 그래서 나는 우울증 환자이지만 내 몸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마음 같으면 집에 누워 우울에 잠식당하며 잠만 자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나 남자친구 등등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도태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또한 우울증을 핑계로 흥청망청 소비를 한 결과 저축한 돈보다 월마다 나가는 카드값이 더 많아졌다. 가난한 노후를 보낼 것 같은 암울한 미래가 머릿속에 펼쳐지자 우울이고 뭐고 일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근무지에서는 열심히 다니려고 노력한다. 일을 못하면 근태라도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지각, 결근 안 하려고 필사적으로 출근한다. 지금까지 7개월 다녔는데 매번 근무시간 15분 전에 출근하여 환복하고 업무 준비를 한다. 그동안 내 인생에 루틴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지금은 기상-출근-업무-퇴근-글쓰기-취침 과정이 루틴화되어서 그런지 다행히 아직까지 지각을 안 했다. 부끄럽지만 원래 나는 지각대장이었다. 우울증약 복용 후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 정도로 잠이 늘어나 매번 지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회사 속 인간관계에 적응하지 못해 무단결근하고, 스스로 그런 자신이 부끄럽고 한심해서 퇴사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의 이력서를 보면 한 회사에 오래 있던 적이 드물다.
지금 다니는 매장은 사장님이 나를 좋게 평가하신 것 같아 면접에 합격하여 다닐 수 있었다. 이번 직장에서는 최소 1년을 다녀보자는 마음으로 다니고 있다. 사실 체질에 맞는 홀서버 업무를 할 때까지만 해도 일이 재미있었는데, 메뉴 메이킹 파트로 변경되면서 재미를 못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일을 재미로 하겠는가? 내 시간과 노동력을 맞바꿔 소중한 월급을 받으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그저 꾸준히 다니는 거다.
유튜브 신사임당으로 유명한 주언규 작가의 책 <혹시, 돈 얘기해도 될까요?>에서 이런 문장이 있다.
피곤해도 그냥 한다.
재미없어도 그냥 한다.
하기 싫어도 그냥 한다.
<혹시, 돈 얘기해도 될까요?> 중에서
진짜 아침에 일어나기도 싫고, 출근하기도 싫고, 가끔 사장님에게 꾸중을 들을 때 그만두고 싶다가도 저 문장을 마음속에서 떠올린다. 미래에 내 이름으로 된 가게를 차릴 꿈도 없고, 먹고살기 위해 직장을 다니고 있다. 이력서에 제대로 된 경력 한 줄 추가하고, 적금계좌가 매달 저축되는 적금으로 촉촉해지길 바란다. 그래서 한쪽 어깨에는 우울을, 한쪽 어깨에는 생계에 대한 책임감을 얹으며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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