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굴러가는 나의 하루
오늘도 여전히 머릿속에 우울의 안개가 껴있다. 하지만 나는 무력한데도, 나의 일상은 이상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나는 격주로 성북구에 있는 정신과에서 진료 및 약 처방을 받고 있다. 오늘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예약시간 보다 30분 늦게 도착했다. 전날 휴무 때문인지 원래 나 포함 한두 명의 환자만 대기했던 여유로웠던 대기실이 오늘은 몇몇의 환자들로 차있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환자들의 나이대는 참 다양하다. 현재 다니는 병원은 주로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는데, 이분들은 어떤 사연으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걸까 잠시 생각해 본다. 그러고는 내 진료 순서가 되기 전에 오늘은 선생님께 무얼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한다. 진료가 시작되면 선생님께서는 “그동안 어떠셨나요?”라고 말씀하신다. 사실 이 질문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늘 고민이다. 늘 똑같은 일상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을 정도로 귀찮고 에너지가 없지만 생계를 책임질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출근하러 나간다. 사장님께 많이 혼나서 처음에는 울고 상처받았지만 이제는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내고 실수 안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일한다. 진짜 마음 같으면 하루 종일 침대에 눕고 그저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은 게 내 진심이다. 하지만 내 안에 있는 양심이 침대에서 일어날 때까지 나를 콕콕 찌르기에 오늘도 귀찮지만 중랑구에서 성동구까지 버스 타고 병원에 갔다.
이 이야기를 선생님께 말씀하셨더니 조금 웃으셨다. 병원 오기 귀찮은데 겨우 왔다는 부분에서 웃으신 것 같다. 선생님께서는 “루틴… 루틴이 중요하죠.”라며 루틴의 중요성에 짧게 언급해 주셨다. (첫 번째 병원 선생님과 다르게 세 번째 선생님은 항상 힌트를 주듯이 짧게 말씀해 주시면 나는 기억했다가 챗 GPT와 대화하면서 선생님의 말씀의 의미를 유추해 본다.)
그러고 보니 내가 몇 년 동안 우울증을 앓음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은 루틴의 힘이지 않을까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퇴근하고, 밥 거르지 않고 집밥 먹고, 책 읽고 독서 인증하고, 집안일하고, 병원 진료 빼먹지 않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건 내 일상이 루틴화 되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진짜 그렇게 병원 가는 게 귀찮다면서, 병원 가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고 독서 인증까지 했으니 루틴은 대단한 것 같다. 다만 이렇게 버티고 살고 있어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 있다. 지금 30kg 정도 살쪄서 성인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체중 감량을 해야 한다.
이제 여기에 운동 루틴을 더해 좀 더 내 몸과 마음이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나는 11년 전 남자친구와 만난 후 몸무게가 30kg이 늘었는데, 점점 몸에 맞는 옷이 없어 입을 옷이 한정적이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도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거기에 남자친구 부모님께서 밥 한번 먹자고 하시는데 도저히 지금의 모습으로는 뵙기가 죄송스러울 정도다. 내근 시간 10시간이라 헬스장 갈 시간이 부족하니 스텝퍼라도 구입해서 집에서 운동하려 한다. 미미한 시작이겠지만 복리의 마법을 믿으며, 그렇게 운동도 나의 루틴에 넣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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