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의 먹성은 엄청나다.
놀랍고 또 놀랍다.
혈변을 봐서 병원을 찾을 때조차도 왕성한 식욕 탓에 아플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가
병을 키운 것 같다.
특히 코지를 키우면서 놀랐던 점은,
배꼽시계가 매우 정확하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영락없이 배꼽시계가 알려주는지 밥 내놓으라고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일을 쉬는 주말에도 그 칭얼거림에 늦잠을 잘 수 없게 끝없이 우릴 보챈다.
저녁밥 때는 정말 알람을 맞춰 놓은 듯 거의 정확한 배꼽시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밥때를 5분 전후로 '식사 담당자(코지아빠)'에게 다가가 마주 서곤 눈을 맞춘다.
담당자의 시선을 뺏지 못하면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시선을 강탈하려 노력한다.
눈을 마주치면 부엌으로 담당자를 인도하고,
밥을 맛있게 먹고 나면 만족한 듯이 담당자의 옆으로 다가와 살짝궁 곁에 앉아 있는다.
우리 손에 간식이 들려 있지 않으면 명령어(앉아, 돌아, 등등...)가 잘 통하지 않고,
밥을 아무리 다 먹어도 시간이 되면 간식을 먹어줘야 하는지
간식 타임이 지나도 "찡. 찡" 사인을 보낸다.
심장 사상충약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코지는 한 달에 한번 먹는 특식인 것 마냥 어서 달라고 침을 흘린다.
한번 맛있게 먹었던 음식의 냄새는 잊지 않고 기가 막히게 기억해 내곤
그 냄새가 풍기면 바로 옆에서 얻어먹을 수 있을 때까지 망부석이 되어 앉아 있는다.
초롱초롱 눈동자를 빛내며 보고 있으면 부담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결코 우리만 먹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그 냄새를 어떻게 그렇게 기가 막히게 기억하는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뱃구레가 커서 그런지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는 편인 듯하다.
코지 아빠가 뱃구레를 크게 늘려 놓은 것일 지도 모르겠다.
코지가 막 1살이 넘을 무렵 집에서 간식을 말려주기 시작했다.
돼지귀를 말려줬는데
코지는 처음 먹어보는 그 큰 귀를 쉴 새 없이 물어뜯어가며 해치웠다.
코지의 웰시코기 여자친구는 도저히 먹을 수 없다 생각하는지 쿠션밑에 파묻듯이 숨겨놓는다는 말이
나는 더 놀라웠다.
코지가 돼지귀를 한참 뜯어먹을 때에는 마치
땀에 흥건히 젖어가며 맛에 심취하는 모습과 같아 보였었다.
물론 개는 땀을 흘릴 수 없으니 -침-에 흥건히 젖어가며였겠지만...
조금 모자라게 먹고 배가 고프면
산책을 나가서도 온갖 것 들을 주워 먹고 냄새를 맡는다.
맛있는 나뭇잎들이 있는 건지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조차도 골라 먹는 것 같을 때가 있다.
하지만 코지라고 아무거나 다 먹는 건 아니다.
과일을 줄 때는... 코지의 취향은 확실하다.
고구마고 단호박을 잘 먹는 코지인지라 바나나도 잘 먹을 줄 알고 줘봤지만
희한하게도 바나나는 먹지 않았다.
배도 단 맛이 좀 부족하다 싶은 건 먹지 않고 거른다.
사과도 껍질 부분은 남겨 두고 알맹이만 쏙쏙
골드키위를 줬을 땐 다른 과일들과 다르게 날름 잘 받아먹었다.
코지도 비싸고 달달한 과일 맛은 알고 있는 거다!
코지는 오늘도 엄청난 식탐을 자랑하고 우리와 함께 순대를(코지는 내장만) 나눠먹었다.
남편은 코지와 함께 맛있는 걸 나눠먹을 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식구(食口)'가 달리 식구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우린 코지와 함께 나눠먹으며 그렇게 식구가 된 것이다.
앞으로도 함께 우리는 맛있는 걸 나눠 먹는 식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