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물 버튼을 누르지 마오
코지 사료를 구매할 때가 되어 들어간 곳엔
너무 다양한 종류의 사료로 가득해 선택장애가 올 것 같다.
7살인 우리 강아지의 사료를 새로운 걸로 바꿔주려고 찾아보며
옆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시니어>
놀라서 다시 쳐다봐도 시니어용.
7살부터 시니어로 들어간다는 문구를 보곤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코지는 아직 내 눈엔 한창인 아기 같은데...
물론 털 색이 조금씩 바뀌고 있고 엎드릴 때 끙끙거리는 소리를 좀 더 내는 것 같긴 하지만,
아직도 산책 나가선 목줄이 끊어져라 당기고 여전히 먹성이 좋아서 산책 나가자는 것보다도
배고프면 더 찡얼거리며 우는 아이인지라
시니어라는 단어는 내 머릿속에 일절! 들어있지 않았다.
요즘 펫로스에 관한 글이나 영상이 어쩌다 알고리즘을 타고 뜨개 되면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눈을 돌리고 손을 피했던 나였다.
벌써부터 생각하고 싶지 않은 문제였다.
내 눈물 버튼을 누르고 싶지 않다.
나에겐 아들이고 자식 같고,
'개'가 아닌 한창 어린 '강아지'인데...
강아지를 입양하겠다는 남편의 확고한 입장을 알았을 때,
나는 확실하게 내 마음속에서 아이를 포기하게 됐다.
친정에서 키우던 시츄가 있었다.
도시에서 사시던 부모님이 시골로 이사 가시며 논, 밭을 뛰놀며 즐기던 시츄 강아지.
너무 귀여워 유독 만지작 거리는 나에게는 싫은 티 팍팍 내며 거리를 두던 그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강아지 별로 떠나버렸을 때...
그 아픔과 상실감이 많이 컸다.
시츄강아지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을 그 당시
언니들이 결혼하며 조카들이 많이 생겨났다.
아기들에게 밀려 자신의 입지가 좁아진다 느끼지 않았을까?
자신이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고 여겼던 건 아닐까.
혹시 가족들 속에서 소외감을 느꼈을까?
그래서 그렇게 일찍 간 건 아닐까.
혼자 여러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지금 데려오는 아이를 정말 내 아들같이 여기고 키우자.'
코지를 데려오기로 한 그날부터
조금은 미련으로 남아 있던 자식 욕심을 딱! 포기하기로 했다.
내 인생에 아들은 하나구나...
나는 벌써 두렵다.
펫로스 증후군이라 부르는 그 상황이 당연히 오게 될까 봐.
남편이 무심코 코지가 없어지고 나면,
사라지고 나면, 이라는 전제를 붙여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할 때가 종종 있다.
(남편은 계획형 인간인지라 나완 다른 성격이라는 것을 참고하고 이해하려 한다.)
나는 손사례 치며 코지가 없어지는 상황을 말하지 못하도록 그의 입을 막는다.
남편은 나를 많이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다고 현실을 자각하게 만들려고 하지만...
굳이 벌써부터 이별을 각오하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가도
나중에 내가 이겨내려면 무뎌져야 할까 싶기도 하다.
(영원히 무뎌질 수 없겠지만!)
조만간 가족사진을 찍으러 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함께 찍은 사진들은 있지만 예쁘고 멋있게 차려입고
코지가 있는 가족사진을 찍어서 좋은 액자에 걸어두고 싶었다.
코지는 사진관에 가서 움직이지 못하고 강제로 앞을 봐야 하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품을 하게 되는 날이 되겠지만
우리 부부에겐 큰 추억이고 행복한 기억이 될 것이다.
스트레스를 준 것만큼 특식을 주면 코지에겐 행복한 하루가 되겠지.
건강하자 코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