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자의 영향력
우리 부부가 아무리 코지를 아들같이 키운다고 해도
코지의 엄마, 아빠는 웰시코기다.
코지는 우리가 다른 '시'로 이동해서 엄마 아빠를 직접 보고 데리고 온 가정분양 강아지다.
1개월 하고 보름 만에 부모와 형제에게서 떼어놓고 엄마에게서 가정교육(??)을
조금도 못 받고 데리고 온 것이 아직도 마음에 쓰이기는 하는데
가끔 신기한 건 가르쳐준 적도 없는 행동을 하는 걸 보면 저게 바로 강아지 유전자의 힘인가 싶기도 하다.
이불 위에서 자기가 잘 자리를 보려고 코로 평탄화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던지.
먹을 걸 숨긴다고 파묻는 행동을 한다던지...
특히 코지는 모색이 닮아서 그런지 친아빠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한다.
코지 친아빠(우리 남편은 입양아빠) 사진을 받아보고 놀랄 만큼 닮은 유전자를 보곤
피는 못 속인다는 걸 실감하기도...
검은 웰시코기는 확실히 흔하지 않아서 지금까지 만나본 강아지들이 다섯 손가락으로 꼽힌다.
그중 코지와 많이 닮은 아이는 없었다.
코지보다 예쁘고 잘생긴 아이도 없었고...
(제 눈에 안경이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같이 사는 우리 때문에 코지의 성격에는 큰 영향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 남편은 매우 잘 놀라는 편이다.
진짜 깜짝 놀라는 정도가 아니고, "으악" 하고 놀라는 편...
코지도 기본 소심한 아이인지라 남편의 놀라는 모습이 영향이 가는 것 같다.
바람에 날아가는 비닐봉지만 봐도 놀래서는 후다닥- 도망가는 아이.
저 혼자 살겠다고 저 멀리 도망치는 아이를 보면 헛웃음이 나오기도...
용맹함이라곤 1도 없다.
함께 살면 닮는다고 한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수록 우리는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
서로 이해하게 된다.
코지와의 에피소드를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며 코지 흉내를 내게 되면
그들은 나와 코지가 매우 닮았다고 말한다.
행동이 닮은 게 아니라 얼굴이 닮았다고... (칭찬인가요? 진실인 건가요?)
유전자의 힘은 대단해서 서로 닮고,
여느 강아지들처럼 갑자기 어느 날 알려주지 않은 것도 뼛속깊이 새겨진 듯하고 있는,
누가 봐도 웰시코기지만,
이제는 함께 사는 사람인 나도 닮았다고 말하는 걸 보니 꼭 유전자만이 다는 아닌 것 같다.
"코지야, 이제 네가 말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