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찾아오는 씁쓸함, 그 감정에 대해

오랜만인 것처럼 자주 찾아오는 우울을 마주하며

by 천곰

겉으로는 공사가 다망한 척, 속으로는 미루면서 브런치에 글을 못쓰다 보니 그 사이 참 많은 기억이 만들어지고 참 많은 감정의 순간을 마주했다. 요즘의 나는 다시금 우울과 무기력증을 마주하고 있다. 왜인지 모르지만 씁쓸한 이 감정은 오랜만인 것처럼 상당히 자주 찾아온다.


어제는 이 씁쓸한 감정에 동요되어 산책을 핑계로 오랫동안 걸어봤다. 체력을 조금 빼준 뒤, 감정을 마주해 보려는 노력을 해봤다. '왜 찾아온 걸까', '왜 지금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으나, 역시 그 답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답을 찾기 위해 과거에는 주변에 물어보곤 했지만, 신기하게도 주변에 T형 인물들이 많아, 이러한 고민을 토로하면 어떻게든 현실에서의 원인을 같이 찾아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나 역시 어르고 달래기를 바라진 않았다. 괜스레 그동안의 나의 노력을 억지로 인정해 달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해 봤을 때, 짐작되는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내가 게으른데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경로로 마주한 위인들을 통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한데, 열망이 강한 것에 비해 그 노력의 밀도와 빈도 모두가 부족하다 보니 스스로의 수준은 낮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렇기에 매번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속된 말로 허접하다고 생각할 때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머릿속을 헤집어놓곤 한다. 두 번째는 의심과 걱정이 많아서다. 과거에 진행한 검사에서 나에게 편집증이 있다는 결과를 보았는데, 그 당시에는 편집증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고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렇게 나왔거니 했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평범한 나날에서도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라 혼자 확신하고, 그에 맞추어 행동하는 내가 있었다.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대의 불편함은 무조건 나를 향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꾹꾹 눌러 담고, 매일같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 보니 가족, 친구, 연인 그 어떤 사람에게도 속을 털어놓지 않는 게 당연시되었고, 인스타그램에 댓글조차 막아두었다. 말 그대로 좋아요만 보고 싶은 사람이 된 것이다.


원인을 생각하면서 이걸 꼭 고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확실한 원인인지도 모른 채 일단 고쳐야 한다라는 강박이 발현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지금껏 이룬 성과는 모두 나의 강박에서 시작되었다. '해야만 해' 일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다이어트'와 같은 개인적인 것부터 업무, 목표 모든 것이 그러했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알고 있다. 못 고친다. 너무 오래 나의 기질로 자리 잡은 것들이다. 못 고친다. 절대로.


그래서 요즘은 기대한다. 누군가가 고쳐주기를. 어느 순간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순간, 누군가가 와서 고쳐주기를. 지금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 일지, 새롭게 다가오는 사람일지 알 수는 없지만 누군가 고쳐주기를 내일도 바라면서 나는 또다시 씁쓸함을 곱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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