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간 것은 네가 아닌 나였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by 천곰

나는 왜 아파해야 하는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를 왜 나는 사랑해야 하는가.

연인, 썸, 친구 그 어떤 단어로도 정의되지 않는 우리 관계는 무엇인가.

그저 서로가 새로운 연인, 썸, 친구를 찾아 안착하기 전, 통과해야 하는 환승 개찰구 같은 것은 아닐까.


2월의 어느 밤을 새워가며 내려오는 생각은 그랬다.


'나는 나를 닳아서라도 너에게 나의 시간을 주고 있다.

하지만 너는 내가 너의 시간을 뺏는다는 감각을 지속적으로 내게 주고 있다.


내 마음을 훔쳐간 것은 너지만 너는 내가 너의 것을 훔쳐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또 스스로를 원망하고,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나는 너를 왜 사랑하는가.' '왜 아프면서도 이 마음을 계속하려 하는가.'

'아프지만 신음소리조차 낼 수 없는 지금이 얼마나 계속될 것인가.'


투명하게 울리는 조용한 외침 속에서 과연 진의와 진심도 그러할까

아픔에 흐르는 투명한 고요 속에 서로의 진심은 중요하지 않다.

어느 한쪽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둘 다 진실될 수가 없어서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을 너의 주변을 시기하고 선망하고 질투할 것이다.

네가 기꺼이 시간을 내주는 그들은 나와 같이 고통스럽지 않고 편안한 시간으로 보낼 것이다.

나에게 간절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되어있다는 것은 다시금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나는 저들과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저들만큼 너를 위한 노력을 했는가.'

'나는 이렇게 아파하면서도 계속해서 당신을 사랑한다면 저들처럼 될 수 있는가.'


그리고 돌아오는 스스로의 답은 다시금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고통을 준다.


'너를 사랑하면 할수록 나는 너에게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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