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지 말아야 할 상자
너는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을 했었다. 그게 내가 아닐 뿐.
by
천곰
Feb 24. 2024
은연중에 말한 네 덕에 나는 또 열지 말아야 할 상자를 연다.
그곳에는 네가 얼마나 과거의 연인과 뜨겁게 사랑했는지
모든 곳에 그 흔적이 남아 나를 힘들고 우울하게 만든다.
내가 너의 상자를 열면서 아파하면서 울어가던 중
너에게 또 하나의 거짓말을 듣고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나는 그냥 누구에게도 너와 연애하는 것을 티 내고 싶지 않아. 우리가 같은 곳에 있든, 다른 곳에 있든 그냥 누군가가 우리를 볼 수 있는 곳에 말이지."
이미 너의 상자 속 과거의 연인과 뜨거운 사랑을 본 내게 너의 그 바나나 같은 거짓말은 나에게는 불신, 불안, 불편의 의미로 들렸다는 것을 너는 아마 모를 것이다.
너의 상자는 사실 나만 뺀 전 세계의 누군가들이 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아마 너도 알 것이다. 그리고 네가 과거에 뜨거운 열애의 흔적을 거기에 지우지 않는 것은 그가 너에게 그만큼이나 소중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나와의 통화가 길어지는 것은 피곤하고 지치는 일이지만
너는 과거에는 누군가의 품에서 밤새 떠들었을 것이다.
나와는 무엇을 하고 싶지 않고, 먹고 싶지 않았지만
너는 과거에는 누군가와 늘 모든 것을 같이 했었다.
너는 나와는 뜨겁게 사랑하고 싶지 않지만
너는 과거에는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하고 있었다.
오래전 너는 나에게 뜨겁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야 너의 말속 숨은 의도를 알았다.
너는 너무나 뜨거웠고,
나로 인해 식었기에,
너는 나로 뜨거워지고 싶지 않다.
그 말 뜻을 이제야 안다.
열었던 상자 속 너의 뜨거운 모습들은
마치 벌을 주려는 것처럼 나를 다시금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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