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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꼬마 Oct 16. 2023

언제나 헌신적이고 공손하신

우리 아파트 관리실 어르신께 감사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러 아파트 분리수거 처리장에 갔다. 관리실에 계시던 관리인 어르신이 나오셔서 같이 정리해 주셨다. 작은 옛날 아파트지만 10개 동이나 되는 적지 않은 규모의 아파트인데 관리인 여러분이 돌아가면서 분리수거 처리장을 관리하고 계셨다.


밤 열시 반이라 관리실 커튼을 치고 쉬고 계셨을 텐데 내가 오니까 쉬지도 못하고 나오셔서 분리를 도와주셨다. 죄송하고 감사하다.


일흔넷의 우리 아버지는 아직도 직장에 다니시는데 은퇴하시면 아파트 경비를 하실 거라고 얼마 전에 말씀하셨다는 것을 엄마에게 전해 들었다. 평생 전기공으로 살아오시고 예민하고 괴팍하신 울 아부지가 아파트 경비를 하신다니. 주민이랑 실랑이가 안 붙으면 다행일 거다.


우리 아버지 연세쯤 되시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시며 주민들의 허드렛일을 도와주셔서 송구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얼마 전에 발족한 마포노동자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분들이 바로 이 아파트 경비 노동자 분들인데, 이 분들과 몇 번 모임을 가지고 역사유적도 함께 다녀보니 굉장히 박학다식하시고,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시고, 젊은 우리들에게도 열린 자세로 소통해 주셨다.


다 우리네 아버지들이고, 어쩌면 우리 세대 남성들의 미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더 감사히, 더 공손히 대해야 한다.


하루종일 폐인처럼 논문만 쓰다가 소통한 유일한 인간이셨던 관리인 아저씨를 떠올리며 오늘 분량의 감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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