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의 잘못이지만 고객이 미웠던 이유

MZ 진상과의 협상기 : 편의점에서 벌어진 일

by KKH

두 달 전의 일이다. 클레임 알람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외곽지에 위치한 한 편의점이었다. 노인 점주가 운영하는 점포였다. 내용은 유통기한 관련 클레임이었다. 고객은 “유통기한 이틀 지난 ‘눈을 감자’를 먹고 설사를 했다”며 보상을 요구했다. 우선 고객의 의중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동시에 점주에게도 해당 사실을 알리고, 환불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점주는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유통기한 이틀 지난 감자칩을 먹고 설사했다고 하니 황당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유통기한 지난 상품을 판매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환불로 충분히 마무리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문제는 점주가 속마음을 참지 못하고 불필요한 말을 해버린 것이었다. “감자칩은 한 달 지난 거 먹어도 괜찮다”는 식의 발언이었다. 고객은 격분했고, 나에게 전화해 식약청에 고소하겠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점주분이 연세가 있으셔서 불필요한 말씀까지 전달하게 된 것 같다”며 본사 직원으로서 대신 사과드렸다. 원래 영업관리자는 중간에 개입하지 않는다. 점주와 고객을 연결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보통 빠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둘이 직접 이야기하면 상황이 더 커질 것 같아, 내가 중재 역할을 맡았다. 고객과 점주에게 번갈아 전화를 걸며 협상을 시작했다. 고객은 임신한 아내와 함께 이 감자칩을 먹었다며, 둘 다 배탈이 났다고 주장했다. “애라도 잘못되면 책임질 거냐”며 난리를 피웠다. 원래 같으면 3천만 원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다며 언론보도를 이야기하며 금액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다 고객은 내가 인심써서 30만 원만 요구를 할테니 보상하라고 말했다.


점주에게 사실을 알리자, 점주는 대노하며 협상하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잘못한 부분은 식약청에 자진신고하겠다. 고객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그 내용을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예상했던 데로 고객은 인자한 목소리로 “점주님 나이도 있으시고, 본사 직원분께서도 젠틀하게 대응해주시니 제가 양보해서 10만 원에 합의하겠다”고 말했다. 속내가 너무 뻔했다. 그저 돈을 뜯어내려는 태도가 역력했다. 결국 10만 원에 합의하고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틀 지난 감자칩 몇 개 먹고 10만 원을 받은 셈이다. 젊은 사람이, 가뜩이나 장사안되서 힘든 점포에 와서 이런 방식으로 돈을 받아가는 모습을 보며, 인간적으로 안타까움을 느꼈다. 얼마나 돈이 없으면 저렇게 살아가는가 싶었다.


점주가 잘못한 건 명백하다. 하지만 고객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아니, 이해해주고 싶지 않았다. 재수 없는 사람을 만난 노인 점주가 안타까웠다. 점주와 통화하며 위로를 전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점주와 나는 더 끈끈해졌다. 금요일부터 주말 내내 협상을 이어갔지만, 그래도 진상을 만난 치곤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었다.

그래도 점주님 우리가 잘못한건 아시지요? 유통기한 점검 이제 진짜 철저히 해주세요. 신신당부하며 만난 담당 점포에 해당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유통기한 관리를 철저히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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