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에게 생긴 일
결혼 후, 아내는 곧바로 임신을 했다. 생각보다 빠른 소식에 놀랐지만 기쁨이 더 컸다. ‘내가 진짜 아빠가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설렘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났을까. 어느 저녁, 아내가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갈색 피가 묻어 나왔다고 했다. 임신 초기에 흔히 있는 증상이라며 나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그녀는 불안에 떨며 쉽게 잠들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바로 병원 예약 하고 진료를 받으러 갔다.
나는 같이 가고 싶었지만 신혼여행으로 연차를 다 써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담당 지역이 병원과는 반대 방향이라, 아내 혼자 병원에 가야 했다. 미안한 마음이 크게 밀려왔다.몇 시간이 흐른 뒤,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잠시 통화 가능해?” 한참 지나서야 확인했는데,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좋지 않은 소식일 거라는 걸. 전화를 걸자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기 심장 소리가 너무 약해졌대. 의사 선생님이 유산될 확률이 높다고 했어.”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아내를 위로했다. 하지만 통화가 끝난 뒤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친한 친구가 유산을 경험했을 때도 안타까웠지만, 막상 내가 겪어보니 충격은 훨씬 더 컸다. 결혼부터 임신까지 순조롭게 흘러왔던 만큼, 갑작스러운 시련이 더욱 낯설게 다가왔다. 다음 날도 평소처럼 출근했지만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아내에게 평소보다 훨씬 자주 연락을 했다.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동 중에도 틈날 때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던 중, 운전하던 내게 카톡이 도착했다.
“짜기, 나 밑에서 빨간 피 나와… 진짜 뿅뿅이가 우리 떠나려나 봐.”
그 순간 눈물이 터졌다. 무언가에 홀린 듯, 차 안에서 서럽게 울었다. 덤덤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분명 잠시나마 아빠였다. 울음을 참을 이유가 없었다. 차 안에서, 혼자서, 펑펑 울었다.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유산. 그 슬픔은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누구도 대신 공감할 수 없는, 너무도 깊고 쓰라린 아픔. 나는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아빠’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1cm도 안 되는 작은 생명을 보며 행복을 상상했고, 책임감을 다잡았다. 그리고, 잠시였지만 분명 아빠였다.
살면서 처음으로 나를 아빠로 만들어준 우리 아기, 뿅뿅아. 비록 일찍 헤어지지만, 짧은 시간 우리 가족에게 행복을 주어 고마웠어. 사랑해, 뿅뿅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