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양도양수를 끝냈다. 그런데 완전히 또 끝난 게 아니다. 이전 점주(권점주)가 자기 짐들을 정리를 다 하지 않고 갔기 때문이다.
새로 양도받은 김점주가 대노하며 말했다.
"도대체 운영을 어떻게 했길래, 이레 더럽노 진짜 쓰레기봉투 내놔라 캐라. 장난치는 것도 아이고 내 여기 무슨 청소하러 왔나 씨X"
그 입장이 이해가 갔다. 이전 점주의 원피스, 신발, 에탄올 등 잡동사니, 서류가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그렇다고 막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성격이 더러운 점주 같았으면 그냥 큰일 나봐라 하고 다 버렸을 것이다.
이 사실을 권점주에게 전달하고 두고 간 물건을 다 버려도 되겠냐라고 물었다. 그러니 오늘 가지러 갈 테니 박스 한군 데다가 모아놔 달라고 부탁했다. 어이가 없었다.
부탁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태도가 참 기가 찼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점주님 그럼 몇 시쯤 점포에 와서 가져가실 예정이세요?" 내가 물었다. 그러니 한다는 말이
" 24시간 편의점 운영하는데 아무 때나 가면 되지 그런 것도 미리 내가 얘기해줘야 해?"
들을수록 황당한 소리만 해서 계속 통화하면 화를 안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차분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말했다.
"점주님.. 제가 한 달 전부터 미리 화분하고 개인 짐정리를 미리 하시는 게 편할 거라고 계속 말씀드렸는데, 이게 무슨 민폐입니까.. 중간에서 정말 난감합니다. 점주님이 그럼 직접 김점주 님하고 직접 연락하실래요?"
".. 알겠어. 내가 대신 가서 종량제봉투 몇 장 결제하고 갈게. 지금 몸도 안 좋고 그래서 그래" 그때서야 약간의 아쉬운 소리를 하며 미안한 기색을 비췄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권점주님은 편의점 영업관리자가 '을'이고 본인이 '갑'이라는 인식이 뇌리 속에 박혀있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편의점 영업관리자와 점주의 관계는 절대 그런 갑, 을 관계 아니라 서로 함께 하는 동반자인데 말이다. 결국 끝날 때 본인 기준의 판단과 이기심으로 얼굴이 붉혀지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다행히 권점주가 와서 김점주에게 미리 정리 안 하고 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리고 종량제 봉투 50L 5장을 결제하고 갔다.
양도양수 하는 사람끼리 서로 티격태격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특히 이런 일이 있을 때 항상 중간에서 각자 입장 차이를 조율해 주느라 애먹었다. 그래도 이번 건은 무탈하게 잘 마무리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10년간 편의점 3개를 운영하시다 결국 모두 폐업한 권점주님이 편의점 업계를 떠나 다른 곳에서 승승장구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