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동력인가 도피의 흔적인가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을 때, 트레이너가 가장 자주 던지는 말이 있다. “버티세요! 여기서 버텨야 근육이 생깁니다!”
스쿼트와 런지를 반복하다 보면 허벅지가 터질 듯한 통증이 밀려오는 순간이 있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은 그 순간,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발바닥에 온 힘을 모으고 온몸으로 견뎌낸다.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임계점을 버텨내야만 비로소 근육이 차오르기 시작한다는 것을.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지나온 버팀의 시간은 우리를 끊임없이 단련시켰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삶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삶의 근육'이다.
다만 근육마다 결이 다르다.
우선 '성장 근육'이 있다.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며, 세상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단단한 뼈대다. 이 버팀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 성취와 결실은 이 근육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다른 하나는 '도피 근육'이다.
예상치 못한 위기나 상실 속에서 두려움이나 수치심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서 작동된다. 겉으로는 단단해보이지만 내면은 소모되고 있다. 이 역시 나를 지키려는 최선의 버팀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버팀이 좋고 나쁜지가 아니다.
내가 지나온 시간 속에서 이 '버팀'들이 어떻게 나를 만들었는지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일이다.
스쿼트에서 제대로 힘을 쓸 때 어떤 근육이 자극되는지를 살펴야 하듯이, 이제는 내 삶의 근육을 마주해야 할 시간이다. 그 흔적을 살피는 일이야말로, 나를 인정하고 '진정한 나'를 찾아갈 수 있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내가 버티며 만들어낸 근육은 성장 근육인가, 아니면 도피 근육인가?
이 근육은 지금 나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