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옥 여행기
공원을 가로질러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사람은, 아니 나는 왜 쉽게 쓰러지지 않는 걸까? 작년 이맘떄도 이 길을 걸어가며 공원 한복판에서 쓰러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올해도 나아진 게 없다.
아니,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울컥 눈물이 나는 걸 보면 더 심해진 게 분명하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힘들어졌다. 업무 관련 이야기는 가능하면 전화 대신 메신저나 쪽지, 메일로 대신한다. 슬픔이 담긴 목소리로 자신 없이 이야기하는 걸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다.
같이 점심을 먹는 것도 힘들어졌다. 식당에서 동료들과 웃어가며 밥을 먹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 나만 왜 이렇게 불행한 걸까 내가 문제인 걸까 나는 이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일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다.
고개를 들고 것는 것도 힘들어 시선은 항상 바닥에 가 있다. 분명 낮인데도 머리 위 하늘은 까많다.
매번 하던 업무인데도 이렇게 처리하는 게 맞는 건지 의심하며 엔터 버튼을 누르기가 어렵다.
나의 생각과 모든 행동과 말에 자기 검열이라는 제동이 걸린다.
이러지 말아야지, 적어도 회사에서는 티 내지 말아야지 마음먹지만 쉽지 않다.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마음을 마음대로 하지 못해 괴로운 마음을 어떤 식으로 달래야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오늘도 식당 대신 휴게실로 향한다. 커튼을 치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눈을 감는다. 아무것도 눈에 담지 않고 아무 생각도 떠올리지 않는데도 눈물이 한 줄 흐른다. 얼마나 울어야 괜찮아질 수 있을까? 이대로 시간이 멈춰 더 이상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음 주가 출장이다. 그 다음 주는 숙직이고. 출장 전엔 다른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숙직 다음 토요일밖에 시간이 없다. 검사받을 시간이. 출장이 뭐라고 검사 스케줄까지 조절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억울하다. 사실 무엇을 향한 억울함인지 모르겠다. 누가 내 힘듦을 알아줬으면 하는데 아무도 알아주지도, 달래주지도 않는데서 오는 억울함인지,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견뎌내며 버텨내며 이겨내는데 나 혼자 무너지는 걸 보면서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오는 억울함인지.
제발 날 놓아줘, 제발 날 놓아줘, 난 나아질 수 없는걸
하루종일 되뇌던 노래 가사를 삼킨다. 다시 또 사무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오후 시간을 어떻게 버텨내야 하는 건지 어떻게 참아내야 하는 건지 겁이 난다. 나를 투명인간 취급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힘든 나를 알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섞인다.
고개를 숙인 채 사무실을 향해 간다. 닫혀있는 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던 문이 내 앞에서 닫힌 것만 같다.
마치 나 같은 사람은 들어올 필요가 없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