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해보이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이해하는 왕도일지도
직장인은 업무가 주어지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일이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고 불편해진다. 왜 불편한가. 한 번 생각해본 적 있는가. 나 또한 어느 정도는 그러하다. 주위 친구들보다 조금 덜 그런 편이긴 하지만. 그래서 나는 입사 1년차 때부터 꽤나 그것이 궁금했다. 왜 업무의 종류와 무관하게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자신에게 할 일이 주어지면, 스트레스를 받고 불편해하고 초조해하기도 하는 것일까.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가. 내 생각에는,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래서, 나와 당신에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가장 위험하고 가장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거꾸로 생각하면, 그 '당연한 것들'을 이해하고 재고할 힘을 갖추는만큼 나와 당신은 우리 삶을 더욱 주체적으로 원하는대로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 나가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직장인들이 일할 때 왜 불편하다고? 담당 업무가 내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떨어졌다'는 말의 의미는 할당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누군가 그랬던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대부분의 우리 직장인들은 말한다.
내게 일이 떨어졌다. 고로, 나는 지금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다고.
여기서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다는 말의 의미는, 대개 '불안'에 가깝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는 그렇다. 물론 혹자는 일이 자신에게 떨어지면 그 부당함과 짜증에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혹자는 좌절하고 우울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불안해한다. 심장박동수가 미묘하게 빨라지고 어깨에 나도 모르게 살짝 긴장이 더해진다. 상사가 날 부르면, 혹시 그 업무 진척 어떻게 되어가는지 묻고 다그치려고 불렀나 싶은 마음에 약간 더 초조해진다. 대개는 그렇다.
왜 내게 내 담당업무가 떨어졌다고 해서 불편하고 불안한걸까.
세상에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날 불편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 것들이 꽤나 많다. 하지만 그 녀석들 중에 왜 내게 떨어진 업무도 포함되는 것일까.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것의 존재가 다 날 불안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길가다가 길에 난 잡초나 길에 있는 돌멩이를 보고 우리가 그것 때문에 불안해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일은 왜? 뭐가 다르다고 돌멩이와 달리 날 불안하게 하는 것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그 일을 우리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질문. 왜 해야 하는가. 살짝 다시 짚고 넘어가자면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절대로. 그 일을 왜 여기 앉아있는 내가, 거기 앉아있는 당신이, 우리가 해야 한단 말인가. 왜?
대답은 다시 간단해보인다.
그 일을 수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가 조직으로부터 급여를 받으며 지내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피고용인이란 그런 것이다. 고용되어 시키는 업무를 하는 대신 돈을 받는 일종의 약속(계약)을 한 사람. 그 약속을 어길까봐 우리는 불안했던 것이다. 단순히 일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말이다.
결국 우리는 그 약속을 어길까봐 불안한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그 약속만 지키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더이상 불안할 필요가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 약속의 내용이란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보자. 직장인들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불안한걸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약속한 내 업무를 안 하면서 전전긍긍 불안해한다면 사실 별로 궁금할 것도 없다. 일을 안 하면서 불안해하다가, 직장에서 걸리면 짤리면 되고 아니면 계속 불안해하면서 일을 안 하고 돈만 받아가면 되는 것일테니. 그런데 직장인의 대다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나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수행한다'. 즉, 약속을 이행한다는 말이다. 맡은 일을 한다는 것은 곧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니 우리는 불안할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불안해한다. 일을 '하는' 데도 불구하고 불안해한다. 도대체 왜?
뜬구름 잡는 소리 같은가. 아닐수도 있다. 그러니, 조금만 더 따라와주길 바란다.
고용계약서엔 안 적혀 있지만, 약속이행을 위한 묵시적 조건이 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단순히 '한다'고 해서 우리가 고용계약서에 명시된 '일을 한다'는 약속을 이행한 것이 되는 것일까. 아니다. 안타깝게도 아닌 것 같다. 계약서에는 그냥 주어진 일을 '하면' 되는 것처럼 적혀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야' 한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계약한 약속을 이행하고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잘 해야'한다. 우리가 불안해하는 이유는 우리가 계약한 그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까봐였음을 상기하라. 즉,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한다'고 해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계약서에 적혀있지는 않지만,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일을 '잘 해야' 한다. 재밌는 일이다. 계약서에 적혀있지도 않은 암묵적인 내용이 있다니, 재밌지 않나. (... 나만 재밌을지도 모르겠다.)
여담이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고 분명하지 않은 암묵적인 것들'이다. 마치 위의 계약서에 적혀있지는 않지만 적혀있지 않은 내용이 우리가 끊임없이 불안하도록 만드는 요소이듯이 말이다.
가장 치유하기 힘들고 우리의 삶을 가장 많이 뒤흔드는 아픔들은 무의식 깊은 곳에 묻혀져서 사실 잘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나 큰 슬픔이 닥치면 우리는 눈물을 펑펑 흘리지도 못하고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다. 전쟁통에서 내 가족과 친구들이 죽어나가는 아비규환의 상황에서는 내 팔이 잘려나가도 그로 인한 아픔이 잘 느껴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는 그 사실을 인지하거나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 마음이 알아서 그 상황에 대한 기억을 차단해버리기 때문이다.(해리라고 한다.) 이렇듯 드러나지 않고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많은 것들이, 오히려 정말 중요하고 핵심적인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하는 것이 일을 '잘 하는' 것인가.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결국 직장인은 일을 '잘 해야' 계약을 잘 이행하고 약속을 잘 지킨것이 된다. 그래야 짤리지 않을테고. 그 계약을 잘 이행함으로써 우리가 불안하지 않으려면, 일을 '잘 해야'한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일을 해야 일을 잘 하는 건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생각들은 다음 글에서 계속...!!
자꾸 글을 너무 길게 쓰는 것 같아서 여기부터는 글을 나누어 두번째 글에 이어 쓰려고 한다. 오늘은 일단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