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거실

by 에콘

어릴 적 주말 아침의 풍경은 늘 반가웠다. 뉴스 소음에 눈을 떠 나가 보면 주중 아침에는 볼 수 없었던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뉴스를 보고 계셨고, 미키마우스가 정신없이 박혀있는 내복을 입은 나는 눈을 비비며 가 아버지 옆에 앉아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화면을 함께 보곤 했다.


아버지는 점잖은 분이셨다. 뉴스를 보며 마음에 안 드는 내용을 접하게 되더라도 절대 혼잣말로라도 험한 말을 내뱉지 않으시고 끝까지 경청하곤 하셨다. 그러던 중 누나가 방에서 나오면 아버지는 물으셨다.


"만화 볼까?"


그럼 터질듯한 볼살의 두 아이는 눈도 다 못 뜬 채 고개를 끄덕였고, 아버지는 당시 주말 아침마다 해주던 디즈니 만화동산을 틀어주셨다. 당시 디즈니 만화동산에는 우리가 VCR, 일명 테이프로만 만나던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물을 해주었는데, 예를 들어 티몬과 품바의 일상들이나 알라딘이 왕자님이 된 후의 일상들이 주 연재물들이었다. 물론 내용들은 기억 안 난다.


두 자녀에게 TV를 양보한 아버지는 조용히 신문을 펼치셨다. 그때는 지금에 비하면 신문이 꽤나 핵심매체였고 한 신문사만 구독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가 모든 신문을 다 읽을 때 즈음이면 만화동산도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은 한 신문을 읽고 아버지는 우리에게 물으셨다.


"과자 먹을까?"


만화동산으로 인해 잠이 다 깬 두 아이는 신이 나서 좋다고 했고, 아버지는 당시 집에 있던 시리얼을 박스 채 가져와 우리 손에 새 모이를 주듯 나눠주셨다. 그 후 박스는 자신의 옆에 두시고 다음 신문을 펼치셨다.


그때 즈음이면 어머니가 방에서 눈을 비비며 나오셨다. 어머니는 소파에 쪼르르 세 명이 앉아있는 게 가끔 웃겨서 피식 웃으시곤 하셨다.


"애들 아침 먹어야 되는데 과자를 주면 어떡해~"


어머니가 주방으로 향하며 말씀하시면 아버지는 이 정도는 괜찮다며 나와 누나를 향해 웃어 보이셨다. 어머니는 능숙하게 아침을 차려주셨는데, 나와 누나는 딱히 반찬투정을 하지 않아서 우리 집의 식사시간은 어린아이가 있는 집 치고는 별 탈 없었던 것 같다.


식사 후에 정리까지 끝나면 모두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지만 TV는 어머니 것이었다. 어머니는 영화를 주로 보셨었다. 그럼 누나는 어머니 옆에서 같이 영화를 보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수다 떨었고, 나는 장난감을 들고 아버지한테 가서는 뭔가를 열심히 자랑하고 보여줬다.


오늘 갑자기 그 풍경이 떠올랐다. 해가 참 잘 드는 집이었어서 낮에는 TV의 브라운관이 빛에 반사되어 눈에 잘 안 들어올 정도였지만 사실 TV가 보이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을 것이다. 심지어 성인이 된 후에 그 당시 얘기가 나오면 늘 어머니는 그때가 가장 찢어지게 가난했었다고 회상하곤 하시는데, 내가 그 점을 모른 채 자랐다는 건 아마 부모님이 많이 애써주신 덕분일 것이다.


여전히 내 꿈은 그래서 거실이 있는 집이다. 주말의 거실은 내게 그런 의미이자 꿈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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