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아등바등하는데, 어떻게 이리 나아진 게 없을까
그녀가 밤산책 중 한 말이었다. 그녀가 한 그 말에서 현재와의 비교군은 아마 2년 전의 상황일 것이다.
그땐 정말 많은 것들이 격변했다. 멀쩡하게 다니던 일자리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권고사직당하고, 그녀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격변의 바람에 휩쓸려버렸다.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나는 그저 버티기 싸움을 해야만 했다. 기존에 받던 급여의 3분의 1 가량 되는 일이어도 마다할 수 없었다. 그나마 젊은 게 무기라고, 전염병에 걸릴 일 없을 거라 자신 있게 스스로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구르고 굴러도 출구는 쉬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당시 한없이 무너지고 싶을 때마다 ‘버티는 것도 용한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잠들곤 했다. 그렇게 겨우 연명할 수 있었다.
그렇게 격변과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전염병은 뉴스 하단 구석까지 밀려날 정도로 무감각해질 때 즈음, 나는 다시 파이팅 넘치게 일어서보고자 했었다. 하지만 세상은 연속되는 혼란과 높아지는 파도로 나를 맞이했다. 집값은 가라앉을 생각을 않고, 전세대출 이자는 나날이 뛰어오르고 있으며 물가는 종이비행기보다 가볍게 하늘로 코를 찌르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공격적이고, 알 수 없는 공식들이 나날이 기존 세상의 질서를 재정립하고 있다. 정말 위험하고 쉽지 않은 삶이다.
예전에 어머니에게 들었던 말들 중 [안 좋은 일은 친구를 데려온다.]는 말이 떠오른다. 이유는 몰라도 직감적으로 아직 친구가 많이 남았을 것 같다. 버티는 것도 용한 게 맞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그녀와 작은 한탄으로 시작해 서로를 격려하며 밤산책을 마쳤다. 나는 그녀에게 “올해 뿌린 씨앗이 많으니, 내년에는 나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라고 했고, 그녀는 내게 ”그래. 이렇게 애쓰는데 뭐라도 안 되겠냐. “ 고 했다.
마음가짐이고 삶이고, 변함없게끔 하는 것만큼 어려운 건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읽을 그대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그대, 오늘도 참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