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달라요
오래전에, 디자인 실장님이 있었어요.
실장님은 결혼을 했고 임신을 한 상태였었는데,
정말 곁에서 보기에 대단하다 할 정도로 출산월까지 출근을 악착같이? 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당시 다니던 회사가 큰 규모는 아니어서 대기업 수준의 출산휴가 같은 걸 기대하긴 어려웠거든요.
그래도 육아휴직을 인정해 주기로 해서, 출산과 육아까지 1년 정도를 무급휴직으로 회사에서 처리해 준다고 했어요.
그 기간 동안 급여는 국민연금인가? 고용보험인가? 여하튼 거기서 80% 정도 보전을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기간 동안 4대 보험은 그대로 회사에서 부담해 준다고 해서 소기업으로는 나쁜 조건은 아니었어요.
1년의 기간을 채우고 다시 출근을 한 실장님은 예전보다 아무래도 퇴근이 빠를 수 밖엔 없었죠.
사실 소기업에서 인원이 한 명 빠져나가면 주변 직원들이 그 공백을 메워야 하잖아요.
그래서 같은 여자 입장이어도 힘이 든 건 드는 거니까요.
아기는 실장님 엄마가 봐주신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육아에 대해 엄마에게 양육비용은 따로 드린다고.
그렇게 6개월을 다니시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는 거예요.
월급 받아서 출퇴근하며 비용 써야 하는 것도 있고, 엄마에게 생활비를 드리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거죠.
그건 그럴 거 같아요.
아기는 아기대로 힘들 거고.
결국 그래서 그 실장님은 경력단절을 각오하고 퇴사했어요.
이게 참,
남의 일이 아니더라고요.
어쩌겠어요.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이 아닌 이상,
아니 사실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다닌다 해도 양육은 누가 해야 하잖아요.
어쩔 수 없이 경력 단절이 되는 건데, 이건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건지 누가 좀 얘기해 주면 좋겠어요.
결국 선진국처럼 나라에서 뭔가 여러 가지 보전을 해줘야 하는 건데.
그래서인지 가끔 경력사원 모집할 때 보면,
화려한 경력이 뚝 잘렸다가 한 십몇 년을 공백상태로 다시 지원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이미 오래전 디자인 감각밖에 없는 분이 들어오면,
그것도 나이가 많으니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현실은 참, 어쩔 도리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