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와 캔디

by 후알유

피터를 처음 만났을 때는 학부생 시절이다.

학교에서 갈 곳 없는 길냥이들을 위한 장소로 과방이 쓰였다.

동기들과 돈을 모아서 사료를 사서 누구나 와서 챙겨주고 간다.

피터도 길냥이 출신으로 고등어 색깔의 털을 가졌다.

과방에서 생활하더라도 씻고 검진할 보호자가 필요해서

가까운 친구가 입양했다.( 말이 입양이지 데리고 가서 씻기다가 집사 책봉을 당했다...)


이 친구 부모님은 농장을 하는데 그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던 길냥이를

하나 더 키우게 되어 캔디라 이름 지어줬다.

그렇게 친구가 피터와 캔디의 보호자가 되었다.

둘은 3살 정도 차이가 나서 처음엔 크기 차이 때문에 서로 낯설어하다가 지금은 잘 지낸다.


우리는 국가고시를 볼 때까지 각자 어떤 일을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내가 검역 일을 하는 동안 이 친구는 농장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농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지방 곳곳을 다니면서 전국의 농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농축산 관련 업종 종사자일 경우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다.


그래서 피터와 캔디가 나의 작은 원룸에 들어오게 되었다.

처음엔 한 달만이라고 했지만

유럽으로 연수를 떠나면서 기간이 길어졌고 6개월간 함께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반려 동물을 키운 적 없었는데, 무거운 책임감 없이 고양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흔쾌히 승낙했다.

피터는 많은 사람의 손을 탔던 과방의 짬(?)으로 스트레스 없이 잘 지냈다.

하지만 캔디는 일주일 정도 침대 아래에서 숨죽여 있었다.

겨우겨우 츄르로 유인할 수 있었다.


물건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은 고양이 분양을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물건들을 고양이들이 매일 그냥 다 처버 린다.

대체 왜 일까?

스킨이나 향수 뚜껑을 절대로 열어 두면 안 된다.

후에 집에 오면 대참사가 일어날 테니깐.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겨울에도 되도록 열어줬다.

사람보다 온도가 높아서 그런지 추위를 잘 안타는 것 같다.


내가 침대에서 자든 말든 상관없이 그냥 밟고 간다.

아마 더 살살 밟거나 다른 곳을 밟는 방법도 있을 텐데 게이치 않는다.

본인 좋을 때는 올라와서 꾹꾹이를 해준다.

애묘인들은 아실 것이다.

피곤한 몸이 노곤 노곤해지면서 기본이 좋아진다.

나는 고맙다는 표현으로 정수리와 엉덩이를 토닥여준다.


내가 나를 책임질 수 있을 때가 되면 진지하게 고양이 분양을 고민해 볼 것이다.

고양이는 색이든 종은 상관없다.

길냥이처럼 유전적 병 없이 튼튼한 아이들이 제일이다.

갑자기 잘 먹고 잘 싸기만 해도 예쁨 받는 이 아이들이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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