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라는 사모예드가 가끔 온다.
정말 하루 종일 병원을 뛰어다닌다.
신나게 뛰다가 이따금씩 다른 아이들을 치고 간다.
물론 사람도 친다. 고로 나도 밀치고 다닌다.
매일 혼자 지내다가 사람들이 많고 자기를 예뻐하는 것을 알아서 굉장히 신나 있다.
귀엽고 예쁘고 가엽고 바보 같고 그렇다.
병원에 오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나를 만날 때부터 이미 사시나무처럼 벌벌 떤다.
외계인들이 갑자기 잡아가서 자기들끼리 알 수 없는 말을 한참 하다가
마취시키고, 일어났더니 몸이 아프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동물들과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우리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살펴본다.
어떤 아이들은 병원에서 깨갱 푹 꼬리 숙여 있다가 보호자가 오면 갑자기 화를 잔뜩 낸다.
믿는 구석이 생긴 거다.
"너 아까 나한테 아프게 했지?? 이 나쁜 자식아! 우리 엄마 아빠 있다!"
갑자기 나쁜 사람이 된 기분이다.
한 번은 고양이 한 마리가 왔다.
고양이들 중에서도 너무 예민해서 이틀 전에 보호자가 안정제를 타갔다.
이미 집에서 안정제를 먹였지만 케이지 앞에만 서있어도 핡핡거린다.
보호자는 "우리 아이 팔에 종양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2시간 실랑이 끝에 마취를 했다.
앞다리를 만져보니 만져지는 게 없었다.
"이 부분 말씀이신가요? 만져지는 게 없는데요? 털 같아요"
"네? 그럴 리가요? 이렇게 딱딱하게 만져지는 데요"
"그럼 먼저 털을 깎아볼게요"
앞다리에 털이 뭉친 거였다.
이 고양이 입장에선 억울하고 화날 만하다.
아무 데도 안 아픈데 갑자기 약을 먹이고 마취도 시켰으니...
"ㅎㅎ 이럴 수 있어요. 털을 자주 빚어주세요~"
보호자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간식을 사고
앞다리가 깔끔하게 깎인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셨다.
사람은 병원을 가면 어디가 불편한지 물어볼 수 있지만
동물을 그렇게 하지 못한다.
보호자도 모르는 사실이 많기 때문에 검사가 필수적이다.
간단한 이유로 왔다가 시한부를 선고받는 아이들을 많이 봤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자책감을 갖는데 이는 그들 탓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