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때는 아부지가 엄마와 이혼을 하네 마네 했을 무렵.
아부지는 내 친엄마와도 이미 한번 이혼을 경험했고 또 이혼을 하려니 정말 참담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혼하지 않았지만, 그때 내게 했던 이야기가 있다.
"현진아. 배우자는 정말 신중하게 골라야 해."
아니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새삼스러웠지만 때가 때인지라 나는 묵묵히 맥주를 함께 마시며 들었다. 아부지는 여느 부모님과 좀 다른 면이 있었다. 예를 들면, 내가 뿌린 것이 없으니 너는 스몰웨딩을 해도 돼, 라던가. (사실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충격이었다.) 내가 잔뜩 술에 취해서 들어온 다음 날 "다 좋으니 담배는 안된다."라고 한다던가. 여하튼 조금 오픈 마인드의 소유자이다. 우리 아부지이지만, 참 마음에 든다.
다시 맥주 마시던 때로 돌아와서, 아부지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네가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지 않다면 비혼이 되어도 상관이 없다고. 혼자 잘 살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사람이 살면서, 서로 상처만 주고 살 바에는 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버거운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인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아부지는 딸의 비혼주의를 응원한다고 하였다.
퍽 난감하고 반가웠다.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면서 동시에 부담이 되었다.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뭉클, 내 삶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밀려왔다. 원래 같았으면, 좋은 남자 만나서 좋은 결혼 생활하는 것이 내 꿈이었는데, 이제 그 꿈속에 내가 나 스스로 혼자 설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으니 당연히 부담과 책임감이 더 일렁였다.
그때 내가 지었던 미소는 반가움도, 속상함도 그 무엇도 아니었으리라. 씁쓸함과 그 어떤 무엇의 어딘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