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학사는 매년 9월에 시작한다. 2년 반 동안 다닌 한국의 어린이집을 지난 8월까지 다니고, 이번 9월부터는 프랑스계 외국인 학교에 다닌다. 공간이 바뀌며 찾아오는 몇 가지 변화들은 개학을 앞둔 나를 긴장하게 했다. 그런 엄마를 보고, 아이도 약간은 긴장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변화 1. 집부터 학교까지 거리가 전보다 멀다.
변화 2. 등원을 평소보다 1~2시간 정도 빨리 해야한다.
변화 3. 프랑스 학교이기 때문에 프랑스어 소통이 필요하다.
변화 4.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은 아이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이 적응해야 하는 환경에 아이가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가장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내 아이는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적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 5세가 되며 이전보다는 마음을 스스로 먹는데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이 단계만 지나면 괜찮다.
대망의 첫 날 아침, 아이는 피곤하지만 기분 좋게 일어났다. 엄마와 아빠와 함께 집을 나서는 상황이 신나기도 했던 것 같다. 하늘이 흐리고 비가 조금씩 내렸다. 교통 체증이 없다면 20분 정도 걸리는 길이 40분이나 걸렸다. 조금 지각을 했다. 오늘 밤부터는 잠도 더 일찍 자고, 다음 날 아침도 조금 더 일찍 나와야할 것 같다.
초록색 학교 교문을 지나고 나니, 교장 선생님(Directeur 디렉터)과 교감 선생님(Directrice adjointe)이 우리들을 맞아주셨다. 이 날은 담임 선생님도 나와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셨다. 나의 어린시절을 되돌아 보면,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만나기 어려운 분으로 기억하는데... 기껏해야 월요일 아침 조회시간에 단상에서 훈화 말씀을 할 때 볼 수 있었다. 교무실 옆에 굳게 닫힌 문 옆으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프랑스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워,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겠지.
첫 날은 교실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같은 반의 모든 아이들과 부모님들, 선생님들이 교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다행히 비가 잦아 들어, 먼저 놀이터에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 아이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우리의 손을 끌고 같이 놀기를 원했다. 본인이 타고 싶은 기구를 같이 하길 원했다. 올해 처음 이 곳에 온 친구들은 리온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그중에 적응이 빠른 친구들은 금새 얼굴도 편안해지고 씩씩하게 뛰어 다녔다. 아이가 미끄럼틀을 탈 때 미끄럼판이 젖어 있어 서서 내려왔는데, 선생님이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자상하게 기다려주면서도 규칙을 이야기할 때는 단호한 선생님의 모습이 좋았다. 한참 자기표현이 강해지는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 이런 게 프랑스식인가.
한 시간 정도를 그 곳에서 있었다. 정말 충~~분히 아이가 편안해질 수 있을 때까지 있을 수 있었다. 아마도 더 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남편이 일터에 가봐야 해서 아이와 작별인사를 했다. 아이는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지는 상황이 아직 부담이었을 것이다. 결국 눈물을 터뜨리며, 아빠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홀로 이 상황을 이겨내야 하는 아이가 안쓰러우면서,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네가 겪어야 할 일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그리고 속으로 아이를 응원했다.
첫 하원 시간! 하원은 등원할 때 했던 출입구가 아니라 아이들 교실 쪽에 있는 곳에서 해야 한단다. 처음 온 부모티를 팍팍 내며 아이를 기다렸다. 아이들이 나오기로 한 예정 시각보다 일찍 와서 학교 담장 옆을 걸었다. 오후의 태양 아래 가을 바람이 조금씩 선선하게 불어오는 한적한 길, 뒤로 보이는 산과 길 옆으로 흐르는 개울이 평온하게 느껴졌다. 내가 느끼고 싶었던 삶의 여유가느껴지는 그런 자연이 둘러 쌓인 곳에 학교가 있었다.
하원 시간이 가까워지며 부모님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인사도 나누고, 스몰 토크를 하기도 했다. 나에게도 이 새로움들이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소리가 가까워지며 학교 문이 열렸다. 아침에 등교하던 때처럼 교장 선생님이 나와 계셨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했다. 일렬로 아이들이 서 있는데, 자기의 이름이 불려지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병아리 같았다. 먼저 나를 발견한 아이는 활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웃음을 본 순간 마음이 놓이고, 오늘 하루 잘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이름이 불리자마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교문 밖을 나왔다. 마치 감옥을 탈출하는 탈옥수처럼.
아이의 얼굴을 보니 '오늘 하루 잘 보냈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친구, 선생님, 환경, 모든 것이 낯설고 처음이었을텐데 이 곳에서 하루 일과를 잘 마친 아이가 새삼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낯선 세상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지 않을까. 너의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없지만, 문제가 있을 때 의논할 수 있도록 옆에 있을게. 일단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집을 나서는 게 우리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