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내음와 새소리

- 잠깐의 멈춤이 필요한 순간

by 늘보

지금 이사 온 집을 선택한 이유를 잊고 있었다. 햇살 좋은 날, 언덕을 올라 마주한 아파트. 바로 뒤에 위치한 야트막한 산의 푸르름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나무 냄새가 내가 있는 이 곳이 서울이 맞는지, 한 두 시간을 달려야 볼 수 있는 어느 리조트의 느낌을 받았다.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그런 곳이 그리웠던 것 같다. 회색으로 둘러쌓여있고, 아스팔트 도로에 가득한 차와 그 사이를 곡예하듯 달리는 오토바이. 고요함보다 차의 엔진소리와 경적소리가 먼저 들리는 곳.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는 곳 만큼은 '서울 같지 않은' 곳이기를 바랬다.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고요하고, 자연이 느껴지는 곳. 그래서 이 집을 마주했을 때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고, 편안함이 느껴졌던 거 같다. 20년 이상 된 구축 아파트라 현대식 아파트의 깔끔함과 편리함은 떨어지지만, 시간이 담긴 건물과 주변의 모습이 오히려 좋았다.


이사 온 첫 날, 아직 실내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쌓여있는 공사 먼지와 공구, 다 풀지 못한 짐들 속에서 현관 옆 작은 방에 아이와 함께 첫날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시선이 자연스럽게 창문으로 향했다. 여름이라 더 푸르고 우거졌던 나무와 색과 바람의 흔들림, 창문을 여니 불어오는 나무냄새가 지금도 기억난다. 매일 이런 곳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던 순간. 내가 잠을 잔 곳이 집인지, 강원도의 리조트인지 순간 혼동되면서 기뻐했었지.


그렇게 이 곳에서의 삶을 시작했었는데. 잠시 잊었나보다. 잊었다기보다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것이 맞다. 새벽 운동을 마치고, 나의 운동메이트가 "아 공기 너무 좋다. 새소리도 들리고."라고 말했다. 아차 싶었다. 잠시 오늘의 일정과 계획으로 가득 찬 생각을 멈추고, 숨을 깊게 들이쉬고 호흡의 순간을 느꼈다. 맞아 그랬었지. 내가 사는 이 곳의 공기는 그냥 공기가 아니었다. 나무냄새와 함께 스테레오로 들리는 청량한 새소리까지. 익숙하지만 또 익숙하지 않은, 잠시 이 곳의 낯설음이 현재를 느끼도록 했다.


나를 둘러싼 것을 알아차리고 느끼는 것. 매일의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기 위해 그 잠깐의 멈춤(Pause)이 필요하다. 오늘의 나는! 점심을 먹을 때든 아이와 대화할 때든 나의 일상의 순간을 음미하려고 한다.


P.S. 오늘 글의 영감이 되어주고 하루의 활력이 되는 아침 운동을 함께하고 있는 나의 운동메이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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