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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다

by 안종익

힘이 빠지고 추워지는 기분이다. 몸이 평소와 다른 것이 아프기 시작하는 느낌이 온다.

오랜 세월을 같이 한 내 몸이라서 변화에 대해 알 수 있다. 그래도 하룻밤을 지나면 원래로 돌아오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다음날도 아프다는 느낌이 있는 것이 이번에는 심하게 아플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더니 머리가 아프면서 몸이 추워지고 활동을 못할 정도로 아파진다. 몸이 아프니까 누워서 아픈 것에 대한 고통을 겪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누워 지내면서 생각은 내일 아침에는 아프지 않기를 바라면서, 자고 일어나면 최소한 좋아진다는 느낌이라도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다. 모든 것이 아픈 것에 집중되어 있고, 오직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아픈 것이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 하는 생각뿐이다.

문득 이렇게 아픈 것이 우리 생의 마지막에도 경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니까 끔찍하다. 마지막에도 평온이 아니고 아픔을 느끼면서 고통 속에서 가야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싫은 일이다. 우리가 끝나는 무렵에는 아쉬운 이별의 감정은 있지만, 삶에 감사하는 마음과 아름답던 추억을 생각하면서 마무리하고 싶지만, 아픔의 고통도 있기에 마지막을 애써 외면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몸은 아프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면 좋겠지만, 마음도 늘 몸과 같은 분위기이다.


대신 아파줄 사람은 없다.

혼자 아파서 누워 있는 시간에 찾아오는 것이 있다. 세상에 자신이 혼자라는 생각이다.

주위에 사람이 있으면 도움은 되지만 아픔을 잊거나 외로운 마음을 온전히 감싸주지는 못한다.

나를 도울 사람은 오직 나 자신이고, 자신을 정리하고 감내해야 하는 것도 본인이고, 다른 사람은 내가 어떻게 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이 오롯이 나의 문제인 것이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존감을 굳건히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떠오른다. 나를 스스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과 내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

아픈 사람들은 이 아픈 것이 나아지기만 하면 더 잘 살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아파보니까 그런 마음과 또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보이는 것 같다.


아파보니까 아프지 않은 시간들이 행복한 시간이고 감사해야 할 시간들이라는 것도 느낀다. 그런 시간이 소중한 시간이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건강했던 귀중한 시간들을 의미 없이 보낸 날들이 아쉽지만 그런 것도 모두가 옛일이다. 그래도 아프니까 지나간 시간도 생각하지만 앞으로 살 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시간에 쫓기는 삶이나 눈에 보이는 성과에 매달리거나, 좋은 삶의 의미에만 의미를 두기보다는 평범하고 보편적인 삶의 방향이라도 찾으면 만족하고 싶다. 그 방향이 귀감이 되는 삶을 산 사람을 의식한 것이 아니고, 보통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느 곳에도 치우치지 않은 방향이다.


왕년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여배우가 방송에 나와서 하는 말이 생각난다.

사람이 사는 것은 201호나 505호, 909호에 사는 사람들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잘 살고 행복해 보이는 것은 그렇게 보일 뿐이고, 그렇게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 사는 희로애락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화려하고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여배우의 말이니까 그렇게 한없이 행복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살날이 보일 것 같은 시점에서 살아갈 방향은 그냥 시간을 보내지 말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사는 것이다. 할 일 없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보다 새로운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면서 지금까지 한 일이나 살았던 곳은 거리를 두며 사는 것이다. 유목민처럼 한 곳에 머물지 말고 이동하면 살다가 이동하기 힘들어지면 머물러 사는 것이다. 머무는 그곳에서도 부지런을 떠는 것이다.

움직이는 것이 습관이 된 것처럼 죽을 때까지 한시도 그냥 있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부지런을 떨어야 보람도 느끼고 행복도 대다수 그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로하지는 않아야 한다. 만일 부지런히 움직이다가 과로했다는 생각이 들면 휴식을 취하고, 그 과로가 풀릴 때까지 쉬어야 한다. 그렇게 과로는 푸는 것보다 과로하지 않는 것이 더 좋고, 부지런함에는 여유로움이 필히 있어야 한다.


나이 들어도 무엇에 집중하는 것은 살아가는데 매력적인 방법이다. 한 가지 일을 할 때에 오직 그 일에 집중하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열심히 해야 한다. 집중하는 것은 무엇을 꼭 얻겠다는 것보다 살아가는 자세의 문제이다. 그렇게 일에 집중하면서 살아갈 때에 마음이 편안하고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아프니까 진실한 자신과 마주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내면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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