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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3일차

by 안종익


아침에 기분 좋은 출발을 하는데, 오늘은 하늘도 무척 맑다.

어제 주비니마을에 와서 좋은 일이 있었다. 작은 마을이지만 약국이 하나 있어서 혹시나 하면서 들어갔다. 주인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 나오려고 하는데 주인이 나 왔다. 안경이 있느냐고 손짓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또 가게를 아무리 둘러봐도 안경이 없었다.

그래도 스페인 지인에게 전화를 하니까, 주인과 통화하게 하고 싶다고 해서, 전화기를 받아 보라고 주니까 전화기를 안 받으려고 피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동양인이 들어오니까 코로나가 겁이 났던 것으로 보였다. 마스크를 꼈지만 극도로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전화기를 주인 귀 가까이 대니까 듣는 것 같았다.

지인 덕분에 여러 애로 사항을 극복하고 안경을 구입했다. 마드리드보다 훨씬 싼 11유로에 구입한 것이다. 안경이 있으니까 세상이 다 보이는 기분이다. 오늘 아침에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도 안경을 구했기 때문이다.


셋째 날은 주비니 동네 어귀에서 시작해서 오늘은 팜프로나까지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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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객들은 벌써 많이 출발을 하고 있었고, 아침에는 힘이 남아도는 때이므로 씩씩한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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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나타난 길은 아스팔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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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길을 지나니까 시골길로 순례길은 계속된다. 길은 걷기 쉬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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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에서도 그라 피트가 그린 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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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트가 그린 낙서 그림을 예술이라고 인정하는 것도 있지만, 낙서를 통해서 어떤 불만을 표시하는 것 같아 보이지, 예술 같은 느

낌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그라 피트가 벽이나 그릴 공간이 있으면 어디를 가도 낙서처럼 그린 그림이 있다. 대체로 사람이 많이 보는 곳에 그려져 있다.

그라피트가 예술이라고 인정을 받은 작품은 예외이지만, 보통은 이 그림처럼 낙서이고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 특히 아테네는 흉물스럽게 온 도시가 그라 피트 낙서로 덮여 있었다.


이렇게 환경이 예술이라는 이름의 낙서로 훼손된 것을 보고 마음이 편치 않다.

이럴 때는 한잔하면서 마음을 추수리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최고이다.

멀리 고향에 두고 온 술친구인 상술이 형님도 생각나고, 마드리드에서 지인과 마셨던 와인 생각도 간절하다.

원래 술은 소주와 가장 친하고 요즈음은 막걸리와 자주 만났지만, 마드리드에서는 와인을 먹어 보니까 와인도 맛있는 술이었다. 특히 이곳에서는 식사하면서 맥주를 음료로 취급하니까 맥주도 자연스럽게 음료처럼 마시고 있다.

먹고 싶은 술을 원 없이 마시다가 천수를 다하면 복이지만, 그런 사람 몇이나 될까?

술을 마음껏 먹어도 다음날 완전히 해독되는 귀한 분은 보았지만, 늘 가까이 가고 싶은 술이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자주 만나는 것이 후회되는 것도 술이다.

이성간의 사랑처럼 기회가 있을때 뜨겁게 사랑해야 하는 것 처럼, 몸도 능력이 있을 때 마음껏 마시다가 술이 배신을 하기 전에 관계를 서서히 멀리하다가 서로 상처를 남기지 않고 헤어지는 것이다.

열열한 사랑도 끝이 있듯이 술도 끝까지 뜨거운 만남이 없는 것이다. 배신당하기 전에 잘해 주면서 애정이 미움으로 바뀌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 걸어가는 순례길은 아름다운 경치도 보이지 않고, 시골 동네의 앞길을 걸어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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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동네 뒷길을 한없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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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시골길로만 보이지 순례길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다가 동네의 옆에 있는 목초밭을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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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스팔트 도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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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목가적인 풍경도 보이지 않고 그저 평범한 산만 보면서 걷는데, 심한 오르막이 없어서 걷기는 무난하다. 어떤 곳은 도로 위를 걸어갈 수가 없으니까 도로 바로 밑으로 길을 만들어서 다닐 수 있도록 순례길을 새로 만든 것 같기도 하다. 옛 순례객이 이 길을 지났다고 믿기질 않는다.

그래도 지루한 시골마을 길에서 말 목장을 만나니까 순례객들이 사진도 찍고 한참을 구경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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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가다가 보니까 오르막이 나오면서 산속에 아담한 동네가 자리한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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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도로에 차들이 많이 다니는 것을 보니까 큰 도시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순례길은 그 도로를 피해서 우회하는 길이였다. 아마도 그 옛날에는 큰 도로를 따라서 순례길이 있었을 것 같다.

한곳을 지나다 보니까 소나무가 육송도 해송도 아닌 곧게 뻗으면서 잘 자라는 소나무 군락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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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을 길은 지난 이틀간의 길과는 다른 평범한 길이고, 구경거리가 없는 걷기만 하는 길이다.


숲속 산길에서 도로로 나오니까 도시가 나타났다.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에 아치형 돌다리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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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건너편에 성당이 있는데, 스탬프를 찍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도심에서는 순례길을 표시하는 가리비를 잘 구분되게 표시해서 순례길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거의 일직선을 순례길을 나 있었다. 그 순례길을 가다가 잘 생긴 플라타너스가 보인다. 플라타너스인데 인도 양쪽에 자라서 서로 가지가 붙어 버린 신기한 나무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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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는 곧게 자라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모양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플라타너스는 너무 크게 자라고, 모양도 제각각이면서 멋이라고는 없는데 이곳의 플라타너스는 아름다운 나무이다. 우리는 이 플라타너스 이름도 버짐 나무라고 부른다. 얼굴에 버짐처럼 껍질이 벗겨진다고 아마도 붙였을 것이다.

도심의 긴 순례길을 지나서 다시 아치로 된 돌다리를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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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올라가면 성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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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프로나의 도심으로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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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된 알베르게는 도심의 성당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벌써 많은 순례객이 알베르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긴 줄을 서 있다. 나도 그 뒤에 줄을 서서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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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해서 지정된 침대에 짐을 풀고 사워를 했다. 여기는 샤워장이나 화장실이 남녀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워를 마치고 팜프로나 도심을 나가니까 알베르게 바로 옆에 팜프로나 대성당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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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성당 안 앞쪽에 대리석으로 만든 남녀 두 사람이 성당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조각상이 특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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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음악이 흐르면서 순례객들이 조용히 기도하는 사람, 생각에 잠겨 있는 사람, 모두가 분위기와 같이 경건하다.

성당을 나와서 도심으로 가보니 도심 중앙에는 공연이 한창이고, 이 건물의 형태를 보니까 티브이에서 가끔 본 적이 있는 소 떼가 시가지를 달리는 투우로 유명한 산 페르민 축제가 열리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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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떼가 이 거리에 몰려나오면 장관일 것 같다.


팜프로나 중심가는 축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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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품비면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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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은 맥주 한잔할 생각이다. 맛난 소고기 튀긴 것을 시켜 놓고 맥주까지 주문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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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도시는 젊은이들이나 순례객들이 모두 도심에서 즐겁게 보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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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찍 알베르게에 줄을 서서 들어가 자리를 잡아서 11유로로 하룻밤을 보내고 내일 아침에 또 길을 떠날 것이다.


그런데 늦게 도착한 사람은 알베르게에 자리가 없어서, 인근 숙소를 알아보니까 주말이고 이름있는 축구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150유로라고 한다. 알베르게에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을 보면서 나도 저런 일을 당하면 황당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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