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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10일차

by 안종익


첫 번째 마을에 햇볕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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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마을


상쾌한 아침이다. 오늘은 날이 맑을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 가려고 하는 곳도 적당한 거리이다.

어제는 한 구간을 더 오다가 보니까 상당히 긴 거리를 걸어왔고, 다시 생각해 보니 10시간을 걸은 것이다. 그 덕에 오른쪽 새끼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너무 무리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한 구간을 추월하니까 같이 걸었던 사람들과는 떨어지고, 하루 앞서가던 사람들과 만난 것이다. 새로운 사람 중에는 한국 사람이 다섯이나 되었다.

나이가 조금 있는 한국인 부부는 순례길을 걷는 것이 그렇게 즐겁고 하루하루 기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과장된 소리로 들리기는 하지만 말하는 표정에서는 실제로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다. 아마도 긍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 의도적으로 즐거운 여행이라고 스스로 만족하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노년을 즐겁게 살려고 작정하고 사는 노인들인 것 같다.


오늘 목적지는 5개 마을을 지나서 나오는 아게스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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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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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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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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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마을


날씨가 이 나라에서 자랑하는 돈키호테처럼 변덕이 종잡을 수가 없다. 아침 일찍이 날씨가 좋아지더니 오전 내내 온 하늘이 구름으로 덮여서 흐렸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이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기온이 내려가면서 순례객들은 거의 긴 옷을 입고 걷고 있고, 페팅을 입고 있는 사람도 있다. 다시 겨울로 가는 가을 날씨였지만, 오후에는 날씨가 화창하게 맑아지더니 더워서 반팔을 입게 만들고 있다.


이 순례길은 혼자 걸어야 제격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어제 한 구간을 추월해서 얼굴 익은 사람이 없기도 하지만, 오늘도 혼자서 출발해 걸어간다. 여기 순례길은 그렇게 힘이 들지 않고 숨이 찰 정도로 아니니까 걷기가 힘이 들지 않아 생각을 많이 하는 길이다. 생각을 많이 하려면 다른 사람을 신경 쓰거나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걷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러니 산티아고 순례길은 혼자 걷기에 어울리는 것이다.


네 번째 마을에 도착하기 바로 전에 길은 도로 옆길이다. 그 길 마지막은 도로 옆길 30m는 길이 없어서 겨우 한사람 지날 정도로 경사가 심한 좁은 길이었다.

바로 밑에는 넓은 밭이 별다른 작물을 하지 않는 잡초밭이다. 분위기로 보아서는 그 땅이 사유지라서 길을 못 내고 있는 것 같다.

세계적인 순례길에 불과 몇 십 미터 길을 못 내는 당국이나 자기 사유지라는 이유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허락하지 않는 개인이나 순례객에게 발이 골절될 위험이 있는 경사 길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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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마을에서부터 순례길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은근히 오르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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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이 끝나면 산속에서 다시 밀밭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했지만, 산속의 울창한 나무 사이로 순례길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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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가도 계속 산속 길은 이어진다. 늘 밀밭만 보고 걷다가 산속의 나무 사이로 걸으니까 산티아고 순례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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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산길은 무려 12Km나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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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산이 없어 보였는데, 그런 생각을 바꾸려는 듯이 이렇게 산이 울창하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산속 숲길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산속 길을 혼자서 한참을 가다가 아무도 없는 길에서 갑자기 정겨운 노랫말이 생각이 났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봉숭아 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참 아름다운 노래 말이고 어디 손볼 때가 없는 시인 것이다.

이원수 씨의 노랫말에 홍난파 작곡의 동요로 반세기를 넘겨서 불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작사자와 작곡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시나 글은 누구나 쓰고 싶은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간간이 기행문을 쓰는 것은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것이다.

누구나 마지막까지 의미 없이 마치고 싶지 않고 무언가 하다가 마치고 싶은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러니 무슨 일이든지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살아야 하는데, 나도 그런 일을 택하고 싶고, 글쓰기를 평생 할 수 있는 일로 해보고 싶다.

글을 써서 유명세를 얻기 위함보다는 농부가 농사일을 평생 하듯이, 쓰고 싶은 글이나 생각나는 좋은 글 쓰다 마치는 것이다.

그렇게 하자면 글 쓰는 연습이 필요하고 습관이 되어야 한다.

보통 사람도 만 시간만 어떤 것에 투자하면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일만 시간이란 우리가 하루에 세 시간을 투자해서 10년간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물론 하루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더 빨리 전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나는 앞으로 70세가 되어야 글쓰기 전문가 될 수도 있으니까 해보는 것이다. 지금은 그때까지 살 수 있는 세대이다.

열심히 생각하고 꾸준히 연습하고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인내와 노력이 있으면 좋은 결과도 나올 수 있지만, 그보다 글을 쓴다는 자체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자기 최면과 생활의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제같이 유숙한 노부부가 여행이 하루하루 즐겁다고 느끼는 것으로 마음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순례길을 보고, 걷고, 느끼고, 애를 쓰는 것도 글쓰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 생각과 고민이 때로는 대단한 무엇이 될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비록 알 수 없는 삶이지만 열심히 살아보는 것이다.


산이 끝나고 넓은 들이 보인다. 내려가는 길에 오늘 묵어갈 마을이 들 중간에 붉은 기와지붕이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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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입구는 이름모를 꽃이 만개해서 순례객을 맞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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