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다.
먼저 손이 배로 갔다. 배가 홀쭉하게 들어가 있었다. 물론 누워서 만지니까 배는 들어가 있어야 정상이다. 예전에는 누워서도 배가 들어가지 않고 수평을 이루었다.
이번에는 뱃가죽을 잡아 보았다. 생각보다 약간 두께가 있는 기분이다. 일전에는 뱃가죽이 더 얇게 잡혔던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마음이 무겁다. 아침에 뱃가죽이 얇게 잡힐 때 기분이 좋고 하루 시작이 의욕적이다. 뱃가죽이 두꺼운 느낌이 드는 아침은 체중계에 올라가기 싫은 날이다.
지금까지 수십 년 대체로 뚱뚱했다. 살찐 내 모습을 내가 봐도 둔해 보이고 싫었다. 좋은 말로 한 덩치 했지만 살과 비교적 친했다. 100근이 훨씬 넘어서 150근 정도였으니, 돼지라는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수염을 안 깎고 햇볕에 얼굴이 그을리면 그때는 산돼지처럼 보였을 것이다. 대체로 살이 찌면 둔해 보이고 게으른 느낌과 자기 관리를 못하는 것으로 취급된다. 그래서 머릿속에는 늘 살 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항상 다이어트를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한 번은 제한된 공간에서 반년을 생활한 적이 있다. 이때에 마음먹고 살을 빼서 성공을 했다. 그래서 살은 마음만 먹으면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그 뒤로도 연중행사로 다이어트를 했다. 모두 실패했다. 살은 다시 영원히 뺄 수 없고 더 찌지 않고 유지하는 쪽으로 마음이 변했다.
작년에도 연중행사처럼 살을 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성공하리라는 생각보다는 막연하게 살이 많으면 관절이나 다른 질환이 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한 것이다. 어쩌다 보니까 2킬로가 감량이 되었다. 한 달 정도 한 것 같았다. 그러다가 한 달 이상 더 지나니까 5킬로가 감량되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원래대로 돌아간 적이 많았기 때문에 마음에 꼭 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상황은 예전과 다른 것이 있었다. 친절하고 해박한 친구가 도와준 것이다. 몇 킬로 감량했느냐고 물어주고 격려도 해주고 때로는 내가 모르는 감량의 방법도 조언해 주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 주니까 자연히 술도 줄이고 올라가기 싫은 동네 산도 한 번 더 올라가게 되었다. 가장 감량에 도움이 된 것은 먹는 것을 줄이는 것이고 다음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매일 걸었다.
또 2킬로를 감량을 하니까 이제는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꼭 지켜야 하겠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더디어 10킬로를 감량했다. 이때부터 주위에서 내가 살이 빠졌다는 것을 알아봤다. 내가 살이 빠진 것을 알아주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나도 거울을 보면 더 젊어진 것 같고 자신감도 생겼다. 처음에 시작할 때에 체중계는 가끔 올라갔지만, 이때부터는 매일 아침에 체중계에 올라갔다. 체중이 빠지면 아침부터 그렇게 기분이 좋고, 반대로 올라가면 체중계의 숫자를 보는 순간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먹는 것이 맛이 없고 덜먹었다. 그러면 다음날 올라가면 체중이 빠져 있었다. 다시 기분이 좋아지고 매사에 긍정적이 되었다. 매일 누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기분을 느끼면서 체중계에 올라간 것이다.
이때부터 술도 줄이고, 먹어도 각 일병을 원칙으로 해서 먹으니까, 별로 체중에 영향이 없었지만 안주를 많이 먹으니까 체중조절이 힘들었다. 술을 꼭 먹을 일이 있으면 안주는 먹지 말고 술만 먹어야 다이어트에 도움된다.
이렇게 해서 조절한 체중이 13킬로가 빠졌다. 유지가 더 어렵고, 방심하면 되돌아가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경험을 오랫동안 했으니까 불안한 가운데에서 반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며칠을 방심해서 평소와 같이 술도 먹고 간식도 먹고 하니까 5킬로가 불어 났다. 기분이 묘했다. 한순간에 되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하니까 허무하기도 했다. 도시에서 시골로 사는 환경이 바뀐 것이다. 시골에서 혼자서 관리하니까 늘었다고 생각되면 올라가지 않았고, 긴장감이 느슨해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뺀 몸인데 이렇게 다시 돌아가기에는 억울한 생각과 아쉬움이 커서 다시 신경을 썼다.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적으로 감량을 생각하고 지냈다. 그러니까 일주일 만에 13킬로를 뺀 상태가 유지되었다. 체중 유지보다 더 공격적으로 앞으로 2킬로를 더 빼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그리고 그 뒷일은 달성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살을 뺀 것은 너무나 기분 좋은 일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유지해야 한다. 내가 요즈음 한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다. 다른 친구들이 무릎이 아파서 하소연할 때 나는 미소가 내 얼굴에 도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살찐 친구들을 보면 더욱 이것을 유지하고 싶고, 비결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체중계는 매일 올라가야 한다. 작년에 입던 옷들이 모두 커서 줄여야 하지만, 허리가 줄어서 바지가 접혀서 바짓 줄이 바르게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기분이 더 좋아진다. 이런 바지는 살이 빠졌다는 느낌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생각하면 흐뭇하고 마음에 자신감을 준 것이 살을 뺀 일이다. 살찐 사람은 한번 해볼 만하고 권하고 싶다. 힘든 일을 했구나 하는 기분이다. 나머지 삶을 잘 살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며칠간 비가 많이 왔다. 시골에서 비가 오면 술과 친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안주를 안 먹으려고 최대한 노력을 했다. 그런데 고질병이 도졌다.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은 날이 일주일이 지났다. 전날에 한일이 있었어 겁이 나서 못 올라간 것이다. 아마도 올라간 체중을 보면 겁이 나고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그런 것이다. 그러면서 더 운동하고 노력해서 체중이 빠졌다는 느낌이 올 때 올라갈 생각이었다. 이 기간에 생일도 있었다. 가족들이 와서 이틀간 많이 먹은 먹은 것도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체중계가 늘 잘 보이는 곳에 있었는데, 지난 일주일은 커튼 뒤 안 보이는 곳에 밀어 두었다. 그래도 체중계가 거기 있었고 신경은 쓰였다.
생일에 온 딸에게 여러 가지 좋은 말 많이 해 줬다. 본인도 듣기 좋은 말이 아닐 수도 있다. 딸은 다이어트를 한지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내가 살을 빼 보니까 걷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걷고 조금 덜먹으면 빠진다”. 그리고 또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다”, “살을 빼면 인생이 달라지고, 남편의 질도 달라진다”, “남자들은 뚱뚱한 여자를 좋아하는 돌연변이는 별로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런 말을 하면서 혹시 요즈음에 내가 체중계에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5킬로 이상 살이 붙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너나 관리 잘하세요” 하는 것 같았다.
2킬로 더 감량이 문제가 아니라 13킬로 뺀 것을 유지가 걱정이다.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억울하고 아깝다. 그렇게 내리던 비도 그쳤고, 생일도 지났다. 이제 체중계에 올라가야 한다. 미루기에는 이유도 궁색하고 그동안에 방심도 했지만 그래도 늘 신경은 쓰고 살았다. 체중계가 가리키는 숫자가 궁금하지만 두려운 마음이 든다. 실망해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한이 있었도 포기는 없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해본다.
오늘 아침은 유난히도 일찍 잠이 깨었다. 배를 만져보고 두려운 결과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제 막 어둠이 걷히고, 앞이 흐릿하게 보이는 시골의 들판을 걸었다. 벌써 나이 든 농부들은 들에서 무언가 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더 멀리까지 걸어갔다. 가면서 머릿속에는 체중계에 나타날 숫자 생각이 가득했다.
내 체질은 일정한 몸무게를 유지하려면 매일 체중계에 올라가야 관리된다. 방심하면 원상태로 잘 돌아가는 체질이다. 그런데 거의 일주일 이상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아서 이제는 올라가기가 두려운 것이 되었다. 앞으로는 전날에 어떤 일이 있었던지 상관없이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은 잊지 말고, 아예 습관을 들여야 한다.
운동을 마치고 두려운 체중계에 올라갔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앞으로 2킬로를 더 뺄 자신도 생겼다. 체중계도 커튼 뒤로 가지 않고 제자리를 지킬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아침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