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생긴 일

by 안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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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여행은 날씨가 좋은 여행을 만드는데, 파리는 하늘은 푸르고 구경하기 좋은 가을 날씨 같은 날이 계속되었다. 도시는 밝게 보이고 사람들도 마음씨가 좋아 보였다.

파리는 도시가 깔끔하기도 하고 볼거리가 많은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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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북역 주변에서 서성이면서 담배나 팔고 거리 행상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고, 아침에 도로가에 이불을 덮고서 해가 중천에 떴는데 아직 자고 있는 노숙자는 여기도 예외 없이 있다.

유로 국가에서 체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마지막에는 도버 해협을 건너서 유럽연합을 탈퇴한 런던에 가서 집으로 돌아가는 예정이다.


내일이면 파리에서 떠나 런던으로 가려고 다인실 숙소 내 침상 옆에서 노트북을 쓰고 있었다.

옆 침상의 흑인 청년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서 웃으면서 말을 걸어왔다.

인상이 순하고 준수하게 생긴 흑인이었다.

몇 마디하고는 하던 일을 계속하고서 일을 끝내고 책상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는데 의자 밑에 낯익은 것이 보였다. 내 국제면허증이었다.

국제면허증은 지금 복대 안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 내 발밑에 있는 것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주어보니까 내 국제면허증이었다.

한참을 멍하니 생각을 했다. 이것이 “여기에 왜 있을까”라는 것과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왔다.

면허증 안에 들었던 현금이 모두 없어졌고, 침상을 보니까 복대는 그대로 있었다.

다인실 숙소 안 바로 옆에서 돈을 잃어버린 것이다.

복대 속에 들어 있던 현금이 든 면허증만 빼내어서 돈만 가져간 것이다. 그러고는 그 면허증을 내가 앉아 있는 의자 밑에 던져 놓고 가는 여유도 보인 것이다.

잠깐 사이 내가 침상에 눈길이 가지 않은 순간에 돈만 가져간 것이다.

나와 눈길을 마주친 사람은 그 흑인 청년뿐이었고 지금 방안에 나 외는 아무도 없다.

방안에 사람이 있는데 옆 침상에서 도둑질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그동안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잃어버린 것은 없었고, 산티아고 길 알베르게 숙소에서도 아무런 일없이 보냈다.

그래서 소매치기나 도난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생각될 정도였다.

그래도 복대를 몽땅 가져가서 버렸다면, 더 낭패를 당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다행이다.

돈은 큰돈이 아니었지만, 남의 돈을 기회가 있으면 훔치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잠시 방심했던 것이다.

의심은 가지만, 누가 가져 갖는지는 알 수 없다.


여행 막바지에 정신을 놓고 다니면 집으로 돌아가는데 지장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도 같고, 오랜 여행에 지친 마음에 경각심을 준 것 같기도 하다.


그날은 우울하고 힘없이 보내고 다음날 출발을 했다.

그래도 아침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파리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곳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여행자나 집시가 좋은 것은 떠나면 다시 오지 않을 수 있으니까 잊을 것은 잊고 가는 것이다. 그냥 미련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것이다.


런던을 버스로 가려고 사전에 예매를 했다.

파리에 버스터미널은 파리 시내 베흑시에 있다고 인터넷이 알려준다. 인터넷에는 파리에서 런던 가는 버스는 이곳이 파리의 유일한 버스터미널이라고 했다.

익숙해진 파리 지하철을 타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침 일찍 그곳에 갔다.


일찍 도착한 버스 터미널에 전광판을 보니까 내가 타고 갈 버스의 번호가 현출되고 있었다.

그런데 출발 시간이 정확히 한 시간 빠르게 표시되어 있다.

아마도 터미널에서 잘못 현출한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렸다.

잠시 뒤에 그 버스 번호는 전광판에서 사라지고, 한 시간 뒤의 버스는 전광판에 나오지 않았다.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터미널에서 문의해 보려면 줄을 섰다.

터미널에서는 내가 예약한 그 버스는 여기서 출발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다음 버스 표를 대신 만들어 주었다. 실제로는 버스가 출발을 해야 하지만, 지연된 것 같았다.

대신 만들어 준 버스는 네 시간 뒤에 출발한다고 적혀 있다.


처음에 예약한 버스는 타는 곳이 드골공항 버스터미널이었다.

드골공항에 버스 터미널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그곳의 버스를 예매한 것이다. 그러나 그 버스도 여기 터미널에서 출발을 하는 버스이다. 처음에 왔을 때 전광판에 한 시간 빠르게 현출된 버스가 그 버스인 것이다.

그리고 그 버스가 2시간 지연되었다는 메일이 왔었다. 그 뒤로 그 버스가 무사히 런던 갔는지도 의문이다.


네 시간 연기된 버스를 기다리면서 공원 벤치에서 점심도 먹고 마음을 느긋하게 갖고 밤에 도착하지만 예약한 숙소에 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연기된 버스 타는 시간이 다가오고 전광판에 현출될 시간이 되었다.

눈이 아플 정도로 쳐다봐도 나오지 않고, 출발 시간이 지나서야 나오는 것이 4시간이 연기된다는 자막이다.

또 네 시간이 연기된다는 것이다. 계속 일이 뒤틀리는 것 같다.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 말이라도 통하면 항의라도 하지만, 답답하지만 큰 숨을 쉬면서 마음을 안정시킨다.

네 시간이 연기되면 런던에는 새벽 3시 정도 도착한다. 초행길에 길을 쉽게 찾기 위해 새벽같이 나왔는데 우려한 일이 생긴 것 같다.

한밤에 숙소를 찾기란 쉽지는 않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번에는 버스가 오기는 오는지 물어보려고 터미널의 창구에 줄을 섰다.

차례가 와서 연기된 버스 표를 보여주면서 침묵으로 직원을 바라보았다.

직원이 자기도 미안한지 주위 사람들과 분주히 이야기하더니 다른 버스 표를 주었다.

연기된 버스보다 한 시간 늦은 버스 표이다.

불만은 잊어버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서둘러 그 버스에 올랐다. 결원이 생겼는지 아니면 연기가 되고 지연 출발해서 포기하는 사람이 나왔는지 늦었지만 나는 버스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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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파리 시내를 빠져나가고 있다.

한숨을 돌리고 앉아서 가는데 버스가 너무 더웠다. 냉방을 틀어주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니까 다른 승객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그래도 냉방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내가 탄 그 버스는 에어컨이 고장이 난 것이었다.

베혹시 버스터미널에서 드골공항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한 시간 동안 버스는 항의로 소란스러웠다. 기사가 공항 터미널에 도착해서 정차를 시켰다. 다른 버스를 대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다른 버스가 오지 않고 마냥 기다리는 것이다.

승객들은 계속 항의하고 일부는 하차해서 가기도 했다.

나는 여기 내려서 갈 곳도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장소이다.

무척 덥지만 말없이 기다렸다.

끝내 대체 버스는 오지 않고 승객들의 불만 속에서 찜통 버스는 다시 출발을 했다.

몇 시간이 지나서 저녁이 되니까 더위는 한풀 꺾인다. 이제는 갈만하지만 아직도 프랑스 땅에서 달리고 있었다.


버스로 파리에서 런던을 가면 도버해협을 버스와 같이 타고 건너는 것이다.

오랜 시간 끝에 프랑스 선착장에 도착했다.

영국으로 들어가려면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간단히 끝나고 배를 타야 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같이 탄 일행 중에 남미 남자가 불법 취업을 위해서 입국하려다 적발이 된 것이다.

그 사람만 남겨 두고 버스 기사는 배를 타기 위해서 빠르게 차를 모는 것 같았다.

그런데 도착하니까 배가 따나고 있었다.

여기서 또 다음 배를 기다리는데 시간을 오래 기다렸다. 오늘 계속 시간이 지체되는 일만 생겼다.


도버해협을 건너는 배를 타고 선실로 들어가서 긴 하루를 생각하면서 저녁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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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버 해협의 잔잔한 바다를 보면서 이 유명한 뱃길을 수많은 사람이 오갔고 나도 여기를 건넌다는 마음에 가슴이 설렌다.

말로만 들었던 도버해협을 내가 건너고 있는 것이다.

버스로 런던을 들어가는 이유가 늘 들어오던 도버해협을 건너고 싶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구름이 해를 가려서 해가 보이지 않았지만, 해가 막 넘어가려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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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해가 조금 보이더니 바다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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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다 아래로 돌아가기 위해서 구름 밑으로 서서히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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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해가 구름에서 내려오고 있다. 아직 해는 바다에는 들어가지 않고 구름 밑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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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구름에서 반쯤 나오니 바다는 더 붉게 물들여진다.

너무 아름다운 낙조이다. 온통 바닷물을 붉게 물들인다.` 해가 서서히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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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이제 해는 구름과 바다 사이에 걸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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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바다 밑으로 들어가면서 구름에서 서서히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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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는 바다로 서서히 빠져 들어가더니 붉은 저녁놀만 남기고 바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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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낙조를 보여주기 위해서 오늘 오랫동안 파리에 머물게 한 것 같다. 마치 일부러 붙잡아 두고서 낙조 시간에 맞추려고 한 것처럼 하루가 길었다.

나는 아름다운 낙조를 도버해협에서 보고 있다.

해는 완전히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붉게 물든 구름과 바다의 저녁놀이 아름답다.

오랫동안 붉은 기운이 머물고 있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늦은 저녁을 먹는다.

이런 낙조를 보면서 걱정을 모두 내려놓는다.

늦은 시간에 도착하지만 깊은 잠을 잘 것이다. 그리고 내일이 올 것이다.

오늘의 고단함을 아름다운 낙조를 본 것으로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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