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버릇은 여전해서 일어나 출발을 준비했다. 올레길 하루 걷고는 힘이 들어서 잘 걸을 수 있을지 염려했지만,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까 다시 걸을 만했다.
여기 게스트에 같이 잔 젊은이들은 모두 내국인인데 조용하게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예의가 있었다.
오늘은 올레길 3코스를 걷는데 이 코스는 A와 B코스가 있었다. B코스는 바닷가로 가는 코스여서 그렇게 어렵지 않은 코스이고, 그 길을 가기로 했다.
동이 터오는 길에 첫 번째 만난 것이 바닷가의 해녀들의 조각상이 있는데 세 명이다. 아마도 할머니 해녀, 며느리 해녀, 그리고 손녀 해녀를 뜻하는 것 같다.
바닷가 길에는 잘 다듬어지지 않은 돌축들이 쌓여 있는 곳이 상당히 길었다.
이렇게 막 쌓아둔 돌들도 무슨 의미를 갖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신산 환해장성이라고 팻말이 붙어있다. 환해장성은 배를 타고 오는 외적을 막기 위해서 해안선을 따라서 쌓은 성으로 제주도에 남아있는 곳은 600m 정도뿐이고, 이를 제주도의 만리장성이라고도 한다. 이곳은 신산리에 있는 환해장성이라는 뜻이다.
환해장성이 이어지는 해안가에서 환해장성 돌들 사이로 멀리 아침 고기잡이배가 보인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시점에는 한참을 걸어서 신산포구를 지났고 신산리 마을 바닷가를 걸어간다. 이른 아침에 2십 리는 걸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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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면서 해안 바닷길이 왼쪽은 바다이고, 오른쪽 육지는 검은 비닐로 만들어진 집들은 거의가 바닷물을 이용한 양식장이었다.
이번에 올레길을 걸어보니까 벌써 발에 물집이 잡힌다. 물집이 이렇게 일찍 잡힌 적이 이번이 처음이다. 최소한 이틀은 걸어야 물집이 잡혔는데 이번에는 빠르다. 상당히 아프고 쓰리지만 참고 걷는 것이다. 걸을 때 힘든 것이 다리도 아프지만, 물집이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도 참고 걸으면 물집은 언젠가는 회복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바닷길에서 멀리 목장처럼 푸른 초원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까 신풍 신천 바다목장이었다. 해안선에 붙어있는 바다목장이 색다른 맛이다. 바다목장은 제주도에만 있을법하다.
이곳에 오니까 목장의 배설물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더러운 분뇨에 많이 사는 깔따구가 한두 마리 날아다닌다. 제주도에 오니까 하루살이 종류인 깔따구가 없어서 좋았는데, 여기에 나타난 것이다.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목장이 끝나니까 없어졌다.
신천마을이 나온다. 이곳 바다 사람들은 흰색을 좋아하는지 건물에 흰색이 많다.
그다음에 나오는 것이 배고픈 다리이다. 이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은 배고픈 것처럼 밑으로 쑥 꺼져서 놓여있는 잠수 다리를 말하는 것 같다.
해안선을 따라가면 불덕여가 나오는데, 해녀들이 겨울에 긴 시간 물질을 하다가 나와서 언 몸을 불을 피워서 녹여 던 장소이다.
바닷가 모래밭으로 이어진 올레길을 지나서 표선해수욕장이 나온다.
표선해수욕장으로 가는 해안 길을 잘 되어서 이국적인 야자나무와 석상 조각이 유난히도 많이 눈에 보인다.
해수욕장에는 12간지 동물 조각을 현무암으로 만들어 놓았고,
해수욕장 가운데 모래밭에는 두 명의 해녀상은 만들어 놓았고,
입구에는 인어 상도 있었다. 표선해수욕장이 올레 3코스의 도착지점이다.
표선해수욕장을 지나서 표선 당케포구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올레 4코스가 시작된다.
당케포구를 지나면 자연 친화적인 해안 돌길이 나온다.
이 길을 만들 때 지역의 군부대인 해병부대가 도와주었다고 해서 해병대의 길이라고도 한다. 작은 현무암길을 걷는 색다른 맛도 느낀다.
이 해병대의 길이 끝나는 부근에 바닷가 돌담에 둘러싸인 묘가 있는 것이 특이하다.
해안 길을 따라서 가다 보면 오랜만에 해안선을 따라서 나무숲 길이 나온다.
이 길은 햇볕을 가려주고 왼쪽에는 바다가 있는 길이다. 시원하게 걷기 좋은 길이기도 하고, 파도 소리도 시원하게 들리는 멋진 길이다.
이렇게 더운 날은 이런 길만 계속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바닷가 마을은 마을마다 해녀의 집이 있고, 해녀 상도 마을마다 있었다. 시원하고 걷기 좋은 바닷길이 끝나고 다시 만난 것이 신흥리이다. 신흥리 마을을 들어서기 전에 귤 농장이 많은 곳도 지났고,
담 밑에 자색으로 된 처음 보는 풀도 있었다.
신흥이 마을을 지나다 보면 담벼락에 행복이라고 쓴 집이 보인다. 행복한 집인지, 행복하지 않아서 행복을 바라면서 쓴 것인지는 모르지만, 행복은 누구나 바라는 것 같다.
바다가 보이는 마을 입구를 지나면 계속 해안 길이 이어진다. 이어지는 해안 길이 돌을 붙여서 만든 방파제가 이채롭다.
멀리 오늘의 종착지인 남원리가 보인다. 한참을 가니까 남원 포구가 특이하게 만들어져 있고,
아직 햇볕이 따가운 늦은 오후였다. 오늘도 따가운 햇볕 때문에 힘들었던 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