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파니에서 새벽에 일어나 일출을 보기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일단은 두꺼운 장갑을 하고 내의와 털모자를 썼다. 푼힐 전망대에 오르려고 숙소를 나서니까, 아직 어둡지만 멀리 설산이 잘 보인다. 안나푸르나 남봉이다.
이 남봉은 안나푸르나 봉 중에서 남쪽에 위치한 봉으로 7219m이고, 박영석 대장이 올랐다가 못 내려온 곳이라도 한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 다양한 생김새를 한 사람들이 머리에 헤드랜턴을 차고 부지런히 오른다. 사람보다 불빛이 이동하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모두가 말없이 조용히 이동하지만, 스틱 짚는 소리가 일정하게 들린다. 40분 정도 소요된다는 푼힐 전망대를 한 시간 가까이 올라갔다. 천천히 올라간 것은 갔다가 내려와서 아침을 먹고 다시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출발하기에 힘 빼지 않고 다녀오려는 것이다.
푼힐 전망대에 올라오니까 구름이 많아져서 점점 안나푸르나봉들을 가리고 있었다. 갈수록 더 가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구름이 걷힐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수만리에서 온 수백 명이 지켜보고 있다. 처음에 올라왔을 때에는 안나푸르나 남봉과 마차푸차레 봉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일출 시간에는 구름이 다 가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안나푸르나에서 3210m에 위치해 안나푸르나 여러 높은 봉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푼힐 전망대 일출 보기를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내려와서 식사를 하고 데우날니 쪽으로 트레킹을 시작했다.
ABC 쪽으로 가는 길은 고라파니 처음부터 오르막이다. 계속 계단이 있는 오르막을 오르니까 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면서 하늘도 맑아지고 남봉도 잘 보인다.
일출시간에 푼힐 전망대에서 이렇게 구름이 걷혔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더 좋은 풍광이 있는 곳을 기대하면서 올라 본다. 오르막의 맨 위를 올라보니까 안나푸르나 8봉과 남봉이 너무 선명하게 보인다.
또 특이한 것은 푼힐 전망대가 멀리 눈 아래로 보인다. 만일 이곳을 푼일 전망대처럼 일출의 명소로 했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푼힐의 일출을 보지 못해서 그냥 생각해 보는 것이다.
한참을 내려다보면서 심호흡을 하면서 쉬다가 다시 시작을 한다. 멀리 보이는 남봉을 옆으로 하면서 계속 걸어가는데 어느새 마차푸차레는 바로 옆이지만 구름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원시림과 정글을 계속 걸어가니까 데우날리가 나온다.
이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었고 여기서부터는 이제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올라왔으니까 내리막 시작된 것이다. 산을 오르다가 보면 내리막이 나오면 싫지는 않은데, 불안하다.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리막길은 히말라야의 높은 절벽이 보이는 길이 아니라 깊은 계곡으로 계속 내려가는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계속 내려가니까 반단티가 나온다. 반단티는 어제 지나온 곳도 반단티가 있었는데 지명이 같다.
절벽 밑에 위치한 반단티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시작했는데, 밥 먹는 시간이 휴식시간이었다. 다시 내리막이 시작되어서 내려가보니 또 두 집의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여기도 지명이 반단티이다.
데우날리에서 내리막길이 시작되어 계속 내려오다가 아래 반단티를 지나서도 계속 내리막이다. 이곳에서는 보통 내리막이 아니라 끝도 보이지 않는 정말 급한 내리막이다.
한참을 내려가도 올라오는 사람도 없고, 뒤에서 따라 내려오는 사람도 없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려갔다. 끝까지 내려가니까 히말라야 바닥 계곡에 제법 큰 물이 흐르고 나무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때도 주위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다리를 건너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올라가는 길이라도 보이는 것이 안심이 되기도 했지만, 올라가면서 너무 많이 내려왔으니까 얼마나 올라갈지 불안하다.
말 없고 생각 없이 계속 오르막을 오르니까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진다. 내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히말라야 산속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건너온 뒷산 내리막길을 보니까 배낭을 멘 두 사람이 보이는 것이다. 길은 잃어버리지 않은 것이다.
이제까지 불안한 마음에 별로 힘들지 않던 오르막이 힘들어지기 시작했지만, 마음은 편안하다. 부지런히 원래 히말라야의 길은 오르막길이라고 생각하고 걷다가 보니까 꼭대기에 올라서니까 타다파니 마을이 나온다.
타다파니에서 평소 좋아하지 않는 탄산음료가 눈에 들어오고 신라면이 눈에 들어온다. 어쩐지 탄산음료에 마음이 끌 여 사 먹어보니까 입맛에 맞는다.
여기서 쉬면서 생각나는 것이 산티아고 길은 끝없는 밀밭 길이 상징이라면, 히말라야 길은 한없는 오르막 계단길이 상징처럼 느껴진다.
타다파니에서 다시 내리막이 시작되어서 한 시간 정도 내려가면 츄일레 마을이 나오는데, 오늘의 숙소는 그곳으로 하기로 마음을 먹고 내려간다. 이 길은 평범한 나무 사이로 난 산속 길이다. 이 길을 내려오다니까 말을 몰고 올라가는 목동은 올라가고 있었다.
츄일레 마을이 도착하니까 마을이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은 일출을 보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서 시작했기에 9시간을 걸었다. 츄일레에서 사워 값을 내고 더운물로 씻었다. 히말라야 산속은 롯지에 난방을 해주지 않아서 옷을 몇 겹으로 껴입고 침낭에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 그래도 추위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