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하산길이다. 춈롬까지는 올라온 길을 내려가다가 그곳에서 지누단다 쪽으로 내려가는 코스이다
ABC 롯지에서 밤새 선잠을 자다가 아침에 일어나니까 추워서 힘들기도 하지만, 머리가 아프다.
고산에 적응하지 못해 머리가 아픈 것 같아 일찍 내려가려고 생각하고 짐을 정리했다.
그래도 일출을 보려고 하룻밤을 보냈으니 머리가 아파도 해 뜨는 것은 보려고 사람들이 많이 보여 있는 곳으로 갔다.
일출은 해가 떠오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설산에 햇빛이 내려오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설산에 햇빛이 비추기 시작하고, 상당히 오래 있어야 해가 떠오르는 것이다.
설산에 해가 비추기 시작하는 장면을 오랫동안 지켜보다가 곧바로 숙소로 와서 배낭을 메고 눈이 쌓인 길을 하산하기 시작했다.
내려오면서 뒤돌아보니 어제 묵은 ABC 롯지가 조용하게 그 자리에 있다. 아직도 저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의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눈이 내려서 아이젠을 할 정도로 미끄럽지 않아도 그래도 조심해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감상하는 설경이 평온한 느낌이 오는 것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기 때문이다.
금방 MBC까지 내려갈 것 같았지만 눈길이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MBC까지 내려오면서 마차푸차레의 봉오리가 눈이 쌓인 부분과 눈이 없는 곳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삼각형을 만들고 있다.
MBC를 지나서 데우랄리로 내려가면서 계곡물이 내려오면서 보니, 설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상당하다.
마차푸차레 바로 밑 계곡에 인공구조물이 내려올 때 보인다. 설산 계곡에 인공구조물이 어울리지 않지만 아마도 필요에 의해서 만든 것 같다.
또 올라올 때 못 본 바위산이 절경이다.
머리가 아픈 것을 의식하면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데우랄리가 3200m이니까 어느새 1000m를 내려온 것이다.
이렇게 바쁜 일이 없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계곡을 감상하면서 걷는 묘미도 있다.
데우랄리를 조금 지나니까 오르막이 나온다. 하산길에 오르막은 힘든 길이다. 한참을 올라도 끝이 없다.
지쳐갈 무렵에 바위로 지붕을 한 쉼터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내려올 때도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한참을 쉬었다. 이곳부터는 계속 내리막이다. 내리막은 내려올 때 조심해야 하지만, 그래도 오르막만큼 힘들지는 않다. 여러 갈래 폭포까지 내려오니까 거기서부터는 그렇게 급하게 내려가는 내리막은 없다.
여기서 도반까지 2시간이 정도 예상했는데, 한 시간 정도 가니까 마을이 나온다. 올라올 때처럼 가까운 거리로 착각하게 하는 위 도반 마을이다.
위 도반에서 아래 도반까지 가려면 한참을 가야 하는데, 여기는 히말라야의 수려한 산이나 계곡도 잘 안 보이고 울창한 밀림이 계속되는 곳이다.
포터들이 힘들게 짐들을 지고 올라온다. 무거운 짐을 지고 어디까지 가는지는 모르지만, 얼굴에는 불만이나 힘든 얼굴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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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도반을 지나서 계속 내려가지만, 히말라야의 바윗 산은 구경도 못하고, 정리 안 된 울창한 숲길이다.
대나무 숲이 많이 보이더니 뎀뷰에 나온다. 뎀뷰는 대나무가 많다는 뜻으로 마을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오늘은 뎀뷰를 지나서 시누와에서 일박할 생각이다. 뎀뷰 마을 지나 처음부터 나오는 것이 오르막 계단이다. 이 오르막 계단은 계속 이어지는데, 1Km는 넘는 기분이다. 안나푸르나 길에서 가장 힘든 길이라 생각되는 곳을 힘이 빠진 하산길에 만난 것이다. 몇 번을 쉬면서 겨우 오르막 계단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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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와까지 산속 길을 2시간은 걸어야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이 길은 자연적으로 생긴 길인 것 같은데, 어떤 특징도 없이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히말라야 길 같지 않은 피곤한 길이다.
눈이 올라갈 때는 MBC부터 쌓여 있더니, 내려올 때는 히말리아 마을까지 쌓여 있었다. 소똥이나 당나귀 똥은 도반까지 많았고 그 위로는 거의 없었다. 짐승들이 똥이 특히 많이 나오는 곳이 뎀뷰였다. 이곳부터는 걸을 때 조심하지 않으면 밟을 수가 있다.
아픈 머리는 스누와에 도착하니까 아프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