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깃국보다 맛있는 국>
다슬기를 넣고 끊인 것을 다슬기 국이다.
보통 다슬깃국이라고 하고, 다슬기탕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국과 탕은 비슷한 것으로 보면 되지만 국은 우리말이고 탕은 한자어로 구분도 하고, 한식에서는 염도가 높은 것부터 찌개, 탕, 국 순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다슬깃국은 다슬기 외에 부추, 삶은 배추, 시래기, 파, 호박 등 갖은 채소를 넣고 끊인 것이다.
다슬기는 표준말이고 경상도에서는 골뱅이라고 하고, 충청도 지방에서는 올갱이라고 하며 또 다른 지방에서는 고디 라고 하는데, 방언이 여러 가지이다.
이런 것은 민물고기도 지역마다 같은 고기를 다르게 부르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물고기인 메기, 붕어, 꺽지 등은 같지만 그 외 민물고기는 이름이 지역마다 다른 것이 많다. 물고기를 다르게 부르는 것처럼 다슬기도 지역마다 다른 것이다.
다슬기도 물의 수질에 따라 사는 종류가 다르다.
수질이 탁한 곳의 다슬기 껍질을 보면 주름이 많이 잡혀 있다. 그 주름도 사는 곳에 따라서 모양이 제각각이다. 수질이 깨끗한 청정지역에 사는 다슬기는 주름이 없는 매끈한 껍질을 가지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도 수질의 차이에 따라서 주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공존하기도 한다. 주름이 다른 다슬기가 같은 장소에서 사는 것이 있지만, 계곡에 따라 같은 종류가 서식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마을도 앞 냇가는 주름이 없는 다슬기가 있고, 뒤 냇가는 주름이 있는 다슬기가 산다. 주름이 많은 다슬기를 끓여 놓으면 푸른 색깔은 띠지만 불투명하고, 반면 주름이 없는 다슬기를 끓여 놓으면 물이 푸른빛을 띠면서도 투명한 색이다.
보통 다슬기를 잡아 와서 물을 담아 놓는 것보다, 물을 완전히 뺀 상태로 두는 것이 더 오래 산다고 한다. 이렇게 물을 완전히 뺀 상태에서 두면 다슬기가 껍질 안에서 혀를 내민다. 이때끓는 물에 갑자기 넣어 삶으면 다슬기는 혀가 빠진 상태에 삶겨지기 때문에 껍질과 알을 분리하기가 쉽다. 이렇게 삶은 다슬기 물도 버리지 말고 다시 다슬기국을 끓일 때 육수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다슬기 삶은 물은 그냥 마셔도 간에 좋다는 물이고, 먹기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다슬기 물이 투명할수록 다슬기 특유의 향이 강하고 먹기가 좋다.
다슬기국을 끊이기 위해서는 끊인 물도 필요하지만, 껍질에서 알을 분리해서 같이 넣고 끓여야 한다. 다슬기는 껍질과 알을 분리하는 것이 잔손이 많이 간다. 하나하나 침으로 끄집어내어야 하는 수고를 거쳐야 다슬기국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다슬기로 다슬기 무침 같은 여러 가지 음식이 있지만, 다슬기국이 으뜸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재첩 국도 역시 재첩을 넣어서 끓여야 하는데, 그 재첩은 껍질과 알을 분리하기가 다슬기보다 훨씬 쉽다. 재첩은 작은 조개이므로 끊이면 완전히 벌어진다. 그런 재첩을 건져서 물에 넣으면 껍질과 알이 쉽게 분리된다. 재첩 껍질은 물밑으로 가라앉고 재첩은 위로 떠 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다슬기는 처음 삶은 물과 알을 넣고 갖은 채소를 넣고 끊이면 다슬기국이 되는 것이다. 우리 고향에서는 전분이나 밀가루를 채소에 묻혀서 넣지 않고 채소만 넣으니까 맛이 깔끔하다. 충청도 지방에서는 채소에 전분이나 밀가루에 묻혀서 넣기 때문에 탁하고 걸쭉한 맛이 있다고 한다. 매운탕처럼 고추장을 넣어서 끊이는 지역도 있으니 각 지역 요리 방식은 차이가 있다.
요즈음은 모내기를 이양기로 하니까 큰 농사일이 아니지만, 예전에는 여러 사람이 공동 작업 하므로 모내기가 가장 큰 농사일이다. 이때 모내기하는 날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서 시장을 보러 갔다. “모내기 장보기”하러 간다고 했었다. 갖은 반찬이 준비하지만, 특히 국에 신경을 써서 준비한다. 처음에는 국이라면 최고로 생각하는 소고깃국을 많이 끓였다. 그러던 것이 어떤 집에서 다슬기국으로 끓인 것이다. 이 다슬기국이 소고깃국보다 무논에서 일하는 농부들에게 더 좋아하는 반응이 나왔다. 그다음에는 우리 시골에서는 거의 다슬기국을 모내기하는 날 끓여서 내놓았다. 다슬기를 주어다가 일일이 까서 끓이니까 소고깃국보다 손이 많이 가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끓였고, 다슬기국은 질리지 않는다고 했다.
간혹 다슬기국을 파는 집에 가보면 옛 맛이 나지 않는다. 다슬기국에는 다슬기 알이 많이 들어 있지만, 예전 맛이 나오지 않는다. 중국에서 다슬기 알 만 냉동으로 수입되니까 많이 넣을 수 있지만, 국물맛은 옛날 맛을 못 따라가는 것이다.
다슬기국을 파는 집에서는 그 다슬기 삶은 물을 매번 육수로 쓸 수가 없으므로 엄마가 끓여 주시던 다슬기국 맛을 낼 수가 없는 것이다. 다슬기 삶은 물은 한번 끓일 정도 밖에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가 끓여주는 다슬기국은 정말 맛이 있었다. 엄마는 다슬기 삶은 물을 그대로 육수로 사용하면서 원래 손맛과 어울려져 좋은 맛이 난 것이었다.
엄마가 고향에 계실 때는 고향에 가면 어김없이 다슬기국을 끓여 주셨다. 두 그릇을 먹는 동생들도 있었다. 자식들이 오기 전에 다슬기를 미리 주어서 삶은 물과 다슬기 알을 냉동시켜 놓았다가 다슬기 국도 끓여주고 그것들을 택배로 부쳐주기도 했다. 다슬기국을 맛나게 먹은 자식들을 보면서 엄마는 흐뭇해하셨다. 오랜 시간에 엄마의 손맛에 익숙해져서 어디에 가도 엄마의 다슬기국 맛은 잊지 못하는 것이다.
바다가 없는 우리 시골 사람들은 여름이나 겨울에 해먹은 민물 매운탕도 별미였다. 우리 시골은 매운탕도 물고기를 직접 잡아서 끓여 먹었다. 그 지역에 맞는 입맛에 따라 조리하는 것이다. 우리 시골 매운탕의 특징은 약간 텁텁하지만 시원한 맛이 난다. 매운 고추나 고춧가루를 많이 넣어서 깔깔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났었다.
이제는 매운탕을 할 때는 먼저 다슬기를 주어서 다슬기 육수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그 물에 매운탕을 끊이면 다슬기가 들어간 매운탕은 또 다른 맛이다.
봄날에 일찍 나는 부추를 넣고 시원하게 끊인 엄마 다슬기국이 그립다. 다슬기 알이 많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엄마의 다슬기국은 맛이 진했다. 엄마가 해 준 맛에 익숙해져 있기도 하지만, 다시 먹을 수 없는 그 맛이 그리워서 더 생각이 난다.
모내기하는 날 엄마가 모내기 밥을 이고 논으로 가면, 뒤따라서 막걸리 주전자 들고 가던 그때가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행복이라는 생각을 못 했다. 다음에 누가 나를 기억할 때, 나와 같이 있었을 때가 좋았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