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계신 엄마>
시간은 쉼 없이 흘러 오늘에 와서 보니까 변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게 바쁘게 살던 엄마도 이제는 걷지도 못해서 누워 계신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아픈 엄마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다. 그 나이에도 아직 잘 걸어 다니는 또래 노인들을 볼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다. 앞으로 병상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없으니까 마음은 더 아프다. 아직은 살아계시니까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막상 돌아가시면 잘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할 것이다.
모자의 연으로 오랫동안 같이 살아왔고 어려운 시기를 같이 보낸 엄마이다. 살림도 풍족하지 못해 하고 싶은 것도 하지 못했고, 마음의 여유도 없이 짜증도 자주 부리면서 살아온 세월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잘 살려고 서로 애쓰면서 살았다.
지금 와서 생각 해보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려고 바쁘게 사는 것보다는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다정하고 정감있게 살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렇게 살다가 보니까 나이가 들었고 다른 형편은 좋아졌지만, 이제는 몸이 늙어진 것이다. 엄마는 병원에 누워 계시니까 본인의 삶의 질은 나쁠 것이다. 살아는 계시지만 죽지 못해서 산다는 생각이 든다.
병상에 혼자 계시니까 외롭고, 올해는 감기 전염병으로 면회도 극히 제한되어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날이 많았다. 나이 들면서 우리는 고독과 친해져야 살기가 수월하다는 말을 하지만, 모친도 그런 고독과 친할 기회가 있었는지, 아니면 마음으로 마지막은 고독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살아오셨는지 궁금하다. 엄마는 병상에서 외로움을 느끼면서, 자식들에 대해서도 섭섭함이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자주 와본 자식도 있지만, 자주 오지 못하는 자식이 더 많다.
오직 혼자서 그 쓸쓸함과 오랜 시간같이 하면서, 지금 계시는 병원은 여러 곳을 옮겨 다니시다가 또 새로 옮긴 곳이다. 병원도 이제는 더 옮겨 다닐 수가 없을 것 같고 마지막 병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병이 깊어짐에 따라서 고통도 더 심해지는지 말을 하지 못하니까 어떤 표현도 못 하신다.
병원은 감기 전염병을 핑계로 면회를 자주 시켜 주지 않았고, 자기들이 편리하게 통제하면서 환자들에게는 자식들이 자주 못 와 보니까 불친절하게 했을 수도 있다. 자식들은 병원에서 면회를 통제한다는 이유로 병원에 엄마를 맡기고 무심하게 자기 생활에만 열중하고 있다.
오랜만에 엄마를 뵈러 병원에 갔다. 그 전날은 여동생이 면회하면서 화상 통화를 시켜 주었다. 그 면회도 아는 지인을 통해서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몸이 많이 쇠약해 있었다.
원래 나는 다음 주에 모친과 만나기로 했는데, 갑자기 면회가 성사된 것이다. 병원 측의 배려로 된 것이다. 이 병원은 친절하고 좋은 곳으로 환경이나 사람들이 좋다는 느낌이 왔다. 그러나 모친의 상태는 지금 최악으로 가고 있었다. 병원 측의 배려로 병실이 아니고 원장실에서 모친을 모시고 면회를 하는 것이다. 병원 침대에 누워서 밀고 오는 엄마를 보았다. 얼굴이 많이 수척해 있었다. 가까이 가서 손을 잡았다. 손도 뼈만 남았다. 그래도 얼굴이 아무리 말라도 엄마의 얼굴에서 옛날 모습은 있었다. 말도 못 하고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렇게 가까운 사이지만 오랜만에 얼굴만 보면서 서로 말도 못하고 표정만 보는 것이다.
나를 분명히 알아보았다. 엄마는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아들이다. 아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은 남보다도 더 나은 것이 없다. 차라리 옆에서 돌보아주는 이 병원 분들이 엄마에게는 더 좋은 분들이다.
엄마가 힘들고 어렵게 키운 자식들이다. 정작 본인이 필요할 때 보지 못하고 자기가 아플 때 들여다보지 않는 자식들이다. 한없이 외로운 시간에도 같이 밤새워 줄 자식은 없는 것이다.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에는 한없는 원망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나를 도와 달라는 그 눈빛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음이 한없이 안타깝다. 현재 상황이 어쩔 수가 없다고 하지만, 엄마를 위해서 무엇도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대한 자괴감이 마음에 사무친다.
나를 보는 모친의 눈에는 무엇인가 말하는 것 같았다. 입으로는 무슨 말을 하는 것처럼 계속 움직였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줄을 몰랐다. 어디 아프냐고 묻기는 했지만, 그 대답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저 손만 잡고 있었다. 실제로 어디 아픈 곳을 알아들었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자식들을 위해서 고생하시다가 이렇게 병이 들어서 홀로 계시지만 엄마에게 자식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 혼자서 고생하시다가 혼자 마지막까지 어려운 길을 가고 계시는 것이다.
자연히 눈물이 났다. 갑자기 이런 아픈 모습도 앞으로는 자주 못 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긴 인연이 이렇게 끝이 보인다는 마음이 드니까, 모든 생각이 잠시 멈추는 느낌이다. 손만 더 잡아드렸다. 무슨 말씀을 드려도 모두가 공연한 말이 될 것 같고 무슨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안타까움밖에는 없었다.
돌아오면서 답도 없는 생각과 아쉬움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는 것이 다 이런 것이다. 아쉬움이 덜 남도록 마음속의 있는 것을 이제는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아쉬움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나를 바라보던 엄마의 눈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 눈빛은 한없는 원망이 될 수도 있고, 안타까움이 묻어 있는 깊은 응시였다.
그 눈빛 속에서 그동안 살아온 세월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 온갖 애증이 있었던 모자지간이었다는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는 의미 있는 인연이었고 앞으로도 열심히 살라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다.
엄마는 젊어서 혼자되어서 고생하시다가 몸이 이렇게 된 것이 못내 아쉬워하는 눈빛은 아직도 내 눈에 선하고 머리에 남아 있다. 돌아와서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서 생각 없이 조용히 있었다. 그때도 생각나는 것이 어머니의 눈빛이었다.
나를 보면서 무언가 말하려는 눈빛은 오래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한가지 생각으로 정리된다. 자주 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고는 손이라도 꼭 잡아 드린다. 내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잡은 그 손은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고, 내가 살갑게 따뜻한 말씀을 못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고 “엄마 사랑합니다”하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뜻을 전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