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이별

by 안종익


<영원한 이별>

경자년의 마지막 날이다.

일기예보는 오늘이 올겨울 들어서 가장 춥다고 예보했는데, 실제로 아침에 무척 추웠다. 바람이 매섭게 불어서 체감온도는 훨씬 더 추위를 느낀다.

또 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해서 지나간 해를 돌아보면서 직장에서 조용히 보내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병원에 계신 엄마 생각이 가득했다.

그때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전화를 듣는 순간에 어떤 느낌이 왔다. 엄마에게 변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계신 엄마가 위독하다는 것이다. 지난번에도 위독하다고 해서 한차례 병원에 급히 간 일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급한 일이 생긴 것 같다.

혈압이 떨어져서 한두 시간 뒤에 운명하신다고 간호사가 말을 했다는 것이다. 시간상으로 오전 중에 세상을 떠날 것 같았다.


그래서 병원에 가겠다고 하니까 병원에서는 다시 연락하면 오라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감기 전염병으로 인하여 면회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임종을 앞둔 엄마 곁에 가지도 못하는 기막힌 현실이다. 그래서 언제든지 출발할 채비를 하고 기다렸다. 이제부터는 온통 엄마 생각만 났다. 고생하고 힘들게 살아오셨다는 마음이 드니까 아쉽고 안타까웠다. 이제는 영원한 이별이 기다린다는 마음이 드니까 눈물이 흐른다.


시간은 지나서 점심때가 넘어서고 있었다. 곧 병원에서 소식이 올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소식이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가 답답해서 병원으로 전화를 했다. 병원에서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과 달리 오랫동안 혈압이 떨어진 상태를 유지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마치 누구를 기다리는 듯이 오래 계시는 것이다. 듣고 싶은 소식이 있었는데 듣지 못해서 기다리시는지 아니면 아직도 보고 가야 할 사람이 있는데 보지 못해서인지 오랫동안 머물러 계시는 것이다.


오후 시간도 계속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오늘도 운명하지 않고 넘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모님을 비롯한 외가 분들도 운명하실 때는 시간을 많이 지체하다가 돌아가셨다. 엄마도 오늘은 넘길 것 같았고 어쩌면 연말연시의 연휴도 살아 계실 것 같았다. 몇 시간이라도 더 살아 계시길 바랄 뿐이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그때 전화가 울리고 그 소리가 묘한 느낌이 있었다. 병원에서 온 전화이다. 곧 운명하실 것 같다는 것이다. 병원까지 택시로 급히 갔다. 퇴근 시간이라서 차가 많이 밀렸다. 마음은 급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다. 생각에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모친이 운명하실 것 같았다. 한 해의 마지막 날 퇴근 시간이니까 차가 밀리는 것은 당연했다. 평소보다 늦게 병원에 도착했다. 벌써 동생들은 도착해 있었다. 내가 들어갔다. 엄마는 아직 심장은 뛰고 있었다. 병원의 맥박 측정 기계에 숫자가 아직 나타나고 있었다.


다리는 벌써 차가웠고, 팔은 온기가 조금 남아 있었다. 의식도 없는 것 같았다. 기계의 숫자는 일정하게 70에서 80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병실에 아직도 2명 이상 머물러 있지 못하게 했다. 그러니 서로 교대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동생이 나가고 큰며느리가 들어왔다. 들어와서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흐느끼면서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그러자 그 순간 기계의 수치가 120을 올라갔다. 큰 며느리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직 정신이 있다는 뜻이다. 감성적인 것이 엄마의 마음을 움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을 보았다. 아들들이 ”고맙고 감사하다“는 그것에는 반응하지 않다가 반응한 것이다. 다시 수치가 70으로 돌아와서 한참 있었다. 그러다가 50 이하로 수치가 내려가더니 기계에서 수치가 사라졌다. 모친은 반응이 없었다. 운명하신 것이다.


두 눈을 감겨 드렸다.

임종하신 것을 지킨 것이다. 힘들고 아프시다가 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제부터는 아프지 않고 편안하시리라 생각했다.

모친은 이 세상을 떠나셨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올해 가장 추운 날에 자식들과 모든 것을 놓아두고 홀로 떠난 것이다. 엄마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이별을 한 것이다. 이 이별은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별이다.


늘 서로를 의지하면서 혈육의 인연으로 살아온 세월이었다. 떠나는 엄마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갔지만, 남아 있는 자식들은 가장 친하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것이다. 언제나 내 편이었던 엄마는 떠난 것이다. 엄마는 육신이 아픈 것에서 벗어났지만, 이승에 귀중한 것들을 남겨 놓으시고 미련이야 있지만, 이승을 떠난 것이다.

잘 가세요. 엄마가 늘 생각하는 천국에 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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