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 지키는병수씨

by 안종익

안개가 자욱한 새벽들에는 가까이 있는 것도 어렴풋이 보인다.

산 밑에 밭 한가운데에 사람의 형체가 움직이는 것 같다. 밭 가운데에 사람이 있다. 엊그제까지 잡초가 가득하던 밭이 이제는 로타리가 되고 검은 비닐이 깔린 것이다. 그곳에 콩을 심어 놓은 것 같다. 그 콩밭 가운데에서 병수 씨가 서 있다. 심은 콩을 노리는 비둘기를 쫓기 위해서 새벽부터 나와 있는 것이다.

조금 떨어진 옆 밭에도 할머니 한 분이 서 있다. 허리는 굽었지만 부지런히 손짓을 하고 있다. 병수 씨 모친이다. 비둘기를 쫓기 위해서 병수 씨와 같이 나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키지 않으면 비둘기가 심어 놓은 콩을 파먹는 것이다. 콩이 싹이 터서 잎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야 콩밭이 되는 것이다. 그냥 지키지 않으면 비둘기 콩을 다 파먹어서 콩밭에 콩이 없는 콩밭이 되는 것이다.


이른 봄에 들판에는 배추가 먼저 심기더니, 그다음은 고추밭으로 변하면 거의 농작물이 심긴다. 그래도 남아 있는 논이 있다. 그곳은 벼를 심는 논이다. 그러다가 모내기가 시작되면 대부분이 농작물이 심긴다. 그런데도 아직 논이나 밭에 잡초가 무성한 곳이 있다. 마치 농사를 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러던 곳이 어느 날 트럭터가 다녀가고 비닐이 깔리면 이곳은 콩을 심는 밭이다. 가장 마지막에 심는 것이 콩밭이다. 콩마저 심지 않으면 그 밭은 그해는 묵히는 밭이다.

병수 씨가 콩을 심은 밭도 얼마 전까지 잡초가 무성한 밭이었다. 그 밭의 주인은 도시에 있는데 밭이 경사가 심해서 누가 그 밭을 부치는지 궁금했는데, 병수 씨가 임대한 것이다.


병수 씨는 일찍이 시골에서 살려고 농사일을 배웠다. 기계도 종류별로 거의 다 사고 객지에 한 번도 나가지 않고 농사만 했다. 그러다 보니까 시골로 시집오는 여자가 없었다. 병수 씨는 그렇게 잘 생긴 얼굴도 아니고 체구도 작고 늘 우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니 더더욱 여자들에게 호감도 없었고 그렇게 많은 토지를 갖고서 농사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토지를 얻어서 농사를 하니까 크게 돈도 되지 않았다. 결혼 시기를 한참 넘기고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외국인 여성과 결혼을 했다. 그 외국인 여성과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않아서 갈등도 많았지만 그래도 농사일을 꾸준히 했다.

어느 날 외국인 여성이 야반도주를 했다. 집에 돈 되는 것을 챙겨서 도망을 간 것이다. 같이 외국에서 온 여성분들은 수시로 연락을 하고 지냈던 것이다. 그러다가 더 좋은 곳이 있는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혼자가 된 병수 씨는 도망간 외국 부인을 찾으려고 무단히 노력을 했지만 못 찾았다. 그러다가 한 해 농사는 짓고 겨울에 다시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그 외국인 여성의 동생도 같이 시집을 와 있다는 곳을 알았다. 가서 언니의 행방을 묻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는 사건이 생겼다. 성질이 급한 병수 씨가 사건을 친 것이다. 결국은 부인도 못 찾고 병수 씨는 상당한 기간 동안 교도소에 살았다.

교도소에 있는 동안에 할부로 받은 고가의 농기계와 차량, 집까지 경매로 다 넘어갔다. 애써서 장만한 것들이 헐값에 다 잃어버린 것이다. 다시 돌아왔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이 많은 노모만 병수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병수 씨 노모는 젊어서는 이 개골에서 가장 성질 별난 것으로 이름난 시어머니를 모시고, 나이 많은 신랑과 살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구박을 받고, 집에서 쫓겨나고 머리채를 잡히면서 살기를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였다. 그런 시어머니는 꽤 오래 살았다. 돌아가시니까 신랑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돌아가셨다.

늦게까지 장가 못 간 병수 씨와 오랫동안 같이 살다가 외국인 며느리가 들어오면서 그래도 사는 것 같이 살았는데, 며느리가 도망가고 난 다음에 병수 씨도 마음 못 잡고 또다시 힘든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병수씨 마저 교도소에 가니까 노모의 삶에는 늘 아픈 것만 있었다. 노모는 병수 씨가 그동안 열심히 해서 벌어 놓은 재산이 다 넘어가니까, 가끔 교도소에 면회가 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병수 씨가 돌아오니까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데 이제는 살 집이 없어서 주인 없는 빈집을 얻어서 지금 단둘이 살고 있다.


남들이 선호하지 않은 땅이라도 있으면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니까 다른 사람이 붙이기를 싫어하는 이 밭도 고마워하면서 임대한 것이다. 늦게 임대해서 다른 작물을 준비할 시간이 없고 해서 콩을 심은 것이다. 심어 놓고 콩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는데 반절도 올라오지 않은 것이다. 비둘기가 뽑아 먹은 것이다. 어렵게 먹고살려고 하는 농사인데 비둘기조차 애를 먹이고 있다. 그래서 뽑아 먹힌 곳에 다시 콩을 넣고 노모와 같이 와서 비둘기를 쫓고 있다. 콩은 모종판에서 모종을 만들어서 옮겨 심으면 비둘기를 피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인건비가 엄청 많이 들어서 그렇게는 못하고, 부득불 기계로 심어서 인건비를 절약한 것이다. 이렇게 콩을 땅에 넣은 것을 비둘기는 기가 막히게 아는 것이다.


깔린 비닐 위로 기계로 심었기 때문에 일정하게 간격이 맞게 심어져 있다. 그러니 비둘기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땅속으로 부리만 넣으면 콩이 있는 것이다. 먹기가 쉬우니까 밭 하나에 몇 마리만 앉으면 거의 콩을 다 먹어 버린다. 비둘기가 빼먹은 곳은 다시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다시 심어야 한다. 그 콩도 지키지 않으면 비둘기 모이가 되는 것이다.

비둘기가 알을 놓으러 들어가는 시기가 있다고 한다. 그 시기에 콩을 심으면 되는데 그 시기를 정확히 알 수가 없고, 비둘기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기를 정확히 맞출 수가 없다. 비둘기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콩을 심으면 너무 늦어서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비둘기를 쫓기 위해서 콩을 심고는 가짜 독수리 연을 밭 가운데에 설치하는 경우는 효과는 있지만, 바람이 불지 않으면 연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그때에 비둘기가 출현하는 것이다. 비둘기는 먹고사는 것이니까 기회가 있으면 나타난다.

소리가 요란한 총소리 기구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사람이 들어도 놀랄 정도의 소리지만 이것도 비둘기는 콩을 뽑아 먹으면서 총소리가 날 때 처음 몇 번 달아나다가 나중에 익숙해지면 콩을 뽑아 먹으면서 총소리가 날 때마다 꼬리만 까닥거린다고 한다.

콩을 심을 때에 콩에다가 비둘기가 싫어하는 약에 담가다가 심어 놓으면 이것도 콩을 뽑아 놓고 먹지 않고 버리기 때문에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온갖 허수아비와 장애물을 설치해도 처음에는 속아주지만 몇 번 보면 별로 놀라지 않고 유유히 콩을 뽑아 먹으니까 사람이 직접 지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콩밭이 병수 씨가 사는 동네에서 두 동네를 지나서 있다. 이런 땅이라도 구할 수가 있어서 다행이다. 진입이 쉽고 평편한 땅은 누가 주지도 않는다. 남들이 다 싫어하는 땅을 임대한 것이다. 이 땅에 콩을 심어서 다음 해는 집터라고 사고 싶은 것이다. 나이 든 노모를 편안히 모시고 싶은 것이다. 환갑이 멀지 않았지만 다시 장가갈 생각은 포기하지 않았다.

올가을에 콩이 잘 되어서 풍년이 들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새벽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지키기 가 지루하다.

오늘도 허리 굽은 노모와 같이 앞이 겨우 보이는 새벽에 나왔다. 아침도 어제 저녁밥을 가지고 나와서 원수 같은 작은 새 비둘기와 싸우고 있다. 소리 없이 내리는 비둘기가 야속도 하지만, 앞으로 일주일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긴 세월처럼 느껴진다. 저녁에 해 빠지고 한참 지나서야 비둘기가 집으로 들어간다. 비둘기보다 일찍 나오고 늦게 들어가야 한다. 콩밭을 지키면서 지나간 세월이 생각도 나고 앞으로 잘 될 거라는 희망도 있지만, 평생 같이 살 여자가 어딘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다시 집을 지어서 모친과 오래 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병수 씨는 지금 콩밭을 지키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산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