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7일차

by 안종익


열심히 걸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숙소를 나왔다. 날씨에 대한 생각보다는 점심은 어디에 먹을까 하는 작은 고민을 하면서 출입문 나섰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비가 오고 있었다. 눈이 오면 어울리는 겨울에 비가 오니까 마음이 어설프다. 걷기가 힘들 정도는 아니지만, 우비가 없으면 걷기가 곤란할 정도이다.

비가 올 줄 알았다면 늦게 출발하거나, 하루 쉴까 망설였을 것이다. 막상 출발하려고 문밖을 나왔으니까 우의를 입게 된다. 우의는 준비했지만, 배낭을 감싸는 방수천이 없었다.

비가 계속 오면 배낭이 젖을 염려가 있고 신발이 물에 젖어 걷는데 힘들 것 같다. 그래도 걷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 걷는 것은 힘들었다. 간밤에 비가 제법 왔는지 올레길에는 물이 고인 곳이 더러 있어서 그곳을 피해서 걷는 것도 신경 쓰였다. 신발이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고 그런 곳이 없기를 바라면서 걸었다.

걷는 것도 날씨가 좋아야 되는데, 오늘은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처음에 올레길을 시작할 때는 여름이었는데, 너무 더워 걷지 못할 정도여서 중단했고, 지금은 겨울인데 비가 내리니까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트레킹 길을 걸어 봤지만 이렇게 비를 맞고 걷기는 처음이다. 특이하게 해파랑길이나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비나 눈을 만나지는 않았다. 히말리아 트레킹에서도 걷는 길에서 눈은 오지 않았다.


오늘 시작한 용수 삼거리 도로에 비가 내리니까 사람도 없고, 다니는 차도 별로 없다.

KakaoTalk_20221227_233016012.jpg?type=w1

도로를 지나서 들길을 걷지만 인적도 없고, 아직 수확하지 않는 농작물이 내리는 비를 맞고 있다.

KakaoTalk_20221227_233016012_01.jpg?type=w1

비는 그칠 것 같지 않고 우비를 입었지만, 배낭을 커버할 수 있는 우산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주변에 가게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필요한 가게는 없고 보이는 것은 들판이고 비 내리는 농로 길이고 간간이 굳게 닫힌 감귤 하우스만 보인다.

KakaoTalk_20221227_233431851_06.jpg?type=w1

그래도 걸어가지만 비에 젖는 배낭과 신발이 신경 쓰이다.

돌아갈 수도 없고 계속 걸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지만, 비 오는 날 한적한 들판을 걷는 기분은 어설프다는 마음과 비가 그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들판의 농작물 밭을 지나다 보니까 새가 푸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콜라비를 심어 놓은 밭에서 소리가 났고 그 밭에는 농작물 위에 그물을 입혀 놓았다. 그 그물 안에 까투리 한 마리가 들어가 갇혀서 도망가려고 내는 소리였다.

KakaoTalk_20221227_233016012_03.jpg?type=w1

꿩은 농작물을 헤치는 유해조수이니까 그냥 지나가려고 했지만, 워낙 푸덕거리니까 다시 보게 된다. 지금 비가 내리고 나도 걷기 힘든데 관심이 없다가도 절박하게 탈출하려는 모양을 보니까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그물 속에서 풀어주었다. 까투리는 풀어주니까 도망갈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갔다. 그래도 내가 좋은 일을 했으니까 편의점이라도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그렇지만 아무리 가도 들판이다.

KakaoTalk_20221227_233016012_02.jpg?type=w1

그런 들판을 한참 가니까 밭가에 경운기가 보인다. 그 경운기 뒤 칸에 쓰다가 남은 비닐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 비닐을 배낭에 감으면 비를 대강은 피할 수 있을 것아 필요한 만큼 끊어서 배낭을 감쌌다. 그런데 그 비닐이 양파 파종에 쓰는 것이라서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나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것으로도 비는 대강 피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 까투리를 구해준 덕을 본 것이라 생각했다.


비 오는 길을 걸으니까 고사리 숲길이 나온다. 이 길은 고사리가 많아서 그렇게 붙인 것이라고 하는데 숲길이 길고 우거진 곳이다.

KakaoTalk_20221227_233016012_04.jpg?type=w1

이곳을 지날 때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이렇게 비가 오면 내리는 비라도 피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피하고 가야 하는데 그런 곳은 전혀 없다.

내리는 비를 모두 맞으면서 걸을 수밖에 없었다. 비를 그대로 맞고 걸어가지만 이어지는 것은 들판이다. 소사리 숲길에서 비를 맞은 생각은 쉽게 잊지 못할 정도로 비를 맞았다.


멀리 저지 오름이 보이는 곳까지 걸어가지만, 들판이다.

KakaoTalk_20221227_233016012_06.jpg?type=w1

들판 길을 걷기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지만, 간혹 올레길을 이어 만들기 위해 없던 길을 새로 만든 곳은 힘든 길도 있었다.

비 오는 들판은 모두가 젖어 있고 걷는 길에 간혹 물이 고여서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가장자리로 가는 것이 어렵고, 이렇게 물이 많이 고여 있는 곳은 옆에 있는 돌담으로 올라서 가기도 했다. 차라리 눈이 왔으면 이보다는 걷기 쉬울 것 같다.


제주도의 감귤이 이제 한창 수확을 하는 철인 것 같다. 아직 수확하지 않은 밭은 감귤이 그대로 비를 맞고 있다. 아마도 이 비가 오지 않으면 감귤을 따야 하는데 오늘은 따지 못하고 쉬는 것 같다.

KakaoTalk_20221227_233016012_07.jpg?type=w1


낙천리 마을에 들어서니까 멋진 보호수가 서 있다. 수령이 100년이 넘었지만, 수령보다도 마을 도로 중앙에 위치해 있어 쉼터로 안성맞춤이어서 자리를 잘 잡은 것이다.

KakaoTalk_20221227_233016012_08.jpg?type=w1

이 마을에서는 ”저가물“이라는 곳은 자연적으로 고인 물로서 여러 짐승 중에서 멧돼지들이 목욕한 곳이었다.

KakaoTalk_20221227_233016012_09.jpg?type=w1

연못 중간에는 특이하게 돌로 만든 의자가 놓여 있다. 이 마을은 아홉굿의자마을로 전망대가 높이 서 있고, 비 오는 날 전망대에는 조용하고 인적이 없다.

KakaoTalk_20221227_233016012_10.jpg?type=w1

전망대를 지나서 돌담길은 작은 돌길이 나오면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 있다.

KakaoTalk_20221227_233016012_11.jpg?type=w1

용선달이 습지를 지나면 저지 오름 방향으로 길이 올라간다.

KakaoTalk_20221227_233016012_14.jpg?type=w1

저지 오름은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걷기에 좋은 곳이다. 저지 오름의 길을 걸으면서 날씨만 좋았으면 멋진 길을 즐겁게 걸었을 것이라 생각하니까 내리는 비가 싫었다.

KakaoTalk_20221227_233431851_02.jpg?type=w1

저지 오름에서 내려가니까 보이는 마을이 저지마을이다. 비를 맞으면서 올레길 13코스도 저지마을에 도착하면서 마감했다.

KakaoTalk_20221227_233431851_03.jpg?type=w1

저지 마을에서 시작한 올레길 14코스도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걸어간다. 돌담길을 지나서 이어지는 길도 들판의 농로이다.

KakaoTalk_20221228_001111408.jpg?type=w1

계속 들판을 걸으면서 여러 가지로 이름을 붙여서 만든 올레길이 나온다. 비가 내리니까 비에 젖은 신발이 무거워지는 것 같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정면에서 불 때는 뒤로 돌아 뒷걸음으로 걷기가 쉬울 때도 있었다.

KakaoTalk_20221227_233431851.jpg?type=w1

오시록헌 농로는 아늑하다는 제주도 말로서 한적한 들길에 붙인 이름이다.

KakaoTalk_20221227_233431851_08.jpg?type=w1

실제로 길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돌담을 쌓은 작은 밭들이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길은 걷기는 힘들지만 이렇게 정비되지 않는 돌길이 올레길 정서와 맞을 것 같다.

KakaoTalk_20221227_233431851_09.jpg?type=w1


이 농로가 끝나면 바다로 들어가는 긴 개울이 나온다. 지금은 우기가 아니어서 개울은 말라 있지만 여름에는 물이 많이 흐를 것 같다.

KakaoTalk_20221227_233647956_02.jpg?type=w1


이 길은 월령 2길인데 개울을 따라서 곧게 난 길이다. 오랜만에 직선 길을 걸어본다. 이 길을 따라서 개울 옆으로 숲을 잘 조성되어 여름에도 그늘숲이 되어 걷기에 좋을 것 같다.

비는 계속 내리지만, 멀리 보이는 바다를 향해서 계속 걷는다. 우의 속에 옷을 만져 보니까 땀에 졌었는지 빗물이 스며들어 젖었는지 젖어 있다. 오늘은 비를 맞고 계속 걷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큰 도로가 나온다. 월령교에 도착한 것이다.

오늘은 14코스를 다 걷지 못하고 여기서 마감을 하고 내일을 기약해 본다. 처음부터 걷기를 마칠 때까지 비를 계속 맞으며 걸어온 날이다. 힘들게 걸어온 날이고, 내일부터는 걷기 좋은 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슬포로 돌아간다. 이 부근에는 숙소가 보이지 않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제주 올레길 6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