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서 인근 도시에 갔다가 집으로 가는 길이다. 아침 일찍 집으로 가는 길이라서 집까지 승용차로 갈 수 있었지만, 이웃면 소재지에 내려서 집까지는 걸어서 갈 생각이다. 아침 운동을 하지 않아서 집으로 가면서 운동 겸해서 걸어가는 것이다.
걷기에는 아침이지만 포근한 느낌이 온다. 아마도 날씨가 흐린 것이 눈이라도 내릴 분위기이다. 길에는 차들이 지나가기도 했지만 집으로 걸어가는 것도 기분 좋은 아침 운동이다.
반 시간 정도 걷다가 보니까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눈이 내리는 길을 걷는 것도 운치가 있고 마음이 훈훈해지면서 젊은 마음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걸어서 지나가는 곳이 마침 친구가 사는 동네를 지난다. 문득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싶고, 아침이지만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는데 받지 않는다. 눈 오는 날 겨울 아침에 농사하러 갔을 것 같지는 않고 집에서 늦잠을 자거나 집에 있을 것 같은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걸어가면서 멀리 보이는 친구 집에는 친구 차가 보인다. 그래서 전화를 다시 해도 받지 않는 것은 아마도 일부러 안 받는 것 같다.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이라 예상을 하지 못했다. 마음은 서운한 생각이 자리한다.
요즈음은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전에 한창 일할 때는 전화하면 거의 받거나 못 받으면 곧바로 전화가 걸려 왔지만, 이제는 끝까지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도 지금은 존재감이 없고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내고 있으니까 연락할 것이나 이해관계가 없어서 전화를 안 받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전처럼 관심의 대상이 되지도 않고 필요한 사람이 아닌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제 귀찮은 사람이 되어서 전화받는 것을 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젊은 날을 생각하면 서운하고 슬프기까지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일과 관련이 없어도 자주 연락하던 사람까지도 지금 백수가 되니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인간관계의 야속함을 느낀다. 살아가는 것은 이해관계에 따라서 변하고 그것에 따라 마음도 그렇게 적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상처를 입을 수가 있다. 살아가는 위치가 변해서 연락이 잘 안 되는 관계는 멀지 않아 서로 연락을 하지 않을 것이고 잊히는 것이다. 그런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 삶에 순응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폭이 좁아지고 할 일이 없어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줄어드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나 위치가 변하는 것이다. 주류에서 멀어지면서 해야 할 역할도 없어져 가고, 안 해도 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러니 예전과 같이 전화하면 반드시 받아주리라는 생각은 버려야 하고, 이제는 전화를 잘 안 받는 것을 당연시해야 할 때도 된 것이다. 정신없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가한 전화를 받아줄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도 지났으니 전화를 잘 받아주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일과 관계가 없고 영향력도 없는 사람의 연락을 잘 안 받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고, 살아가는 순리인 것이다.
“화무십일호, 권불십년”이란 말이 적절한 표현인 것이다. 본인을 알아주는 시기가 지나면 잊히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아직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문제인 것이다.
전화를 하면 아직도 잘 받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가족이다. 가족은 아직도 서로 이해관계가 있고 일과도 관계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친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살아오는 동안에 애증들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가족은 앞으로도 서로 간에 할 일이 남아 있고 같이 얼굴을 봐야 하는 사이인 것이다.
다음은 친한 친구이고 이웃에 같이 사는 사람일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아직도 전화를 잘 받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연락하고 지내고 같이 보낼 사람들이다.
이분들에게 잘해야 하고, 그렇게 해야 관계도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이런 분들도 함부로 대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면 멀어지고 전화를 잘 받지 않는 사람들로 변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필요 없는 시기가 되어도 연락하고 전화를 잘 받아주는 사람이 전정한 친구요 친한 사람인 것이다. 그런 사람과 관계는 서로 양보하고 배려해야 유지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서로 베풀어야 인간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전화를 걸면 받아줄 사람에게 잘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가족일 가능성이 많지만, 친구같이 가족이 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전화를 걸면 받아줄 사람이 많으면 잘 살아온 것이라 평가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전화받아줄 사람이 많으면 잘 사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줄어드는 것도 크게 실망할 일은 아니다. 그렇게 남의 관심을 오래 받는 것도 영원한 것이 아니니까 차라리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마음이 상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서운한 감정을 느낄 때가 많아진다. 전화를 잘 받지 않는 것도 그중에 하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인간관계도 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것이 이치이지만 섭섭한 마음을 먹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 마음이 들지 않게 하는 것에는 이런 방법도 있다.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이다. 전화를 잘 받지 않을 것 같거나 이해관계가 없으면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긴밀한 관계가 아닌 사람은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잊히는 것이다.
즉 전화를 해서 안 받는다고 신경 쓰거나 섭섭한 마음이나 서운한 마음을 갖기보다는 전화를 받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는 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 사는 것을 정리할 시간이 온다. 지금까지 해 온 일도 정리하고 앞으로 할 일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전화를 잘 안 받는 사람도 그 대상이다. 상대편에서 전화를 받기 싫은 마음인데 계속 관계가 유지되기란 힘들고 이런 경우는 정리해야 한다. 이런 사람은 나이 들어가면 정리하는 것이 마음에 두고 사는 것보다 더 편한 일인 것이다.
일부러 의도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사람을 찾아서 정리하기도 해야 하지만, 어떤 사람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마음에 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잊어야 한다. 만일 잊고 싶지 않으면 서로 베풀면서 인연의 끈을 이어질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