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익 Feb 15. 2023

남파랑 길 15일차

거제항에 출발한 길은 조용한 거제항을 거쳐서 외간 마을로 간다.

외간 마을은 산 밑에 있는 마을로 오래된 동백나무가 있는 곳이다. 외간 마을의 동백나무는 8미터가 넘고 줄기가 곧고 굵으며 동백나무로서는 큰 나무로 경남의 기념물로 정해진 나무이다. 우리나라 바닷가에 붉은 꽃이 피는 나무로 겨울에도 꽃이 핀다고 해서 동백이라고 부른다.

동백나무 보호수를 지나서 임산도로로 길이 나 있다. 임산도로가 시작되는 초입에 매화꽃이 활짝 피고 있다. 며칠만 있으면 만개할 것 같다. 장승포에서 매화꽃을 보고 며칠 지났지만 더 많이 핀 것 같다.

오늘은 지난 며칠 전보다 더 추워져서 예년의 겨울 날씨라고 하지만, 봄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바람 끝이 매섭지는 않다. 기온이 조금 내려가도 날씨가 좋으니까 걷기도 좋고 더 따뜻한 느낌이다.


임산도로를 혼자서 계속 걸어가면 언제 끝날지도 모르지만, 풍광도 비슷해서 지루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번 길은 가다가 삼봉산 정상이 보이는 곳도 있었다. 정상이 보이는 곳에서 오려다 보면서 한참을 쉬었다.


쉬다가 다시 출발하여 나오는 마을이 죽전리이다. 이 코스는 13 Km가 넘는 길인데 계속 임산도로로 걷는 길이고 중간에 있는 마을이 죽전리이다.

이 마을이 지나면 다시 임산도로로 올라가는 길을 간다.

임산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오면 멀리 산 아랫마을이 보인다. 산속에 넓은 들과 마을은 흩어져 있지만 넓은 동네이다. 이곳이 둔내면이다.

사람이 많이 살고 땅이 넓은 곳이니까 유명한 사람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동네이다.

마을로 내려가면서 공주 샘을 지난다.

공주샘은 고려 의종이 무신의 난을 피해서 이곳을 중심으로 3년간 거처한 곳으로 의종을 따라온 공주가 매일 샘에서 물을 길어 부왕에서 차를 다려 올렸다는 설화가 전해오는 샘이라고 한다. 샘이 있는 곳과 샘 옆집에는 공주의 벽화가 드려져 있다.


마을로 더 깊이 들어가면 청마 유치환 시인의 생가와 기념관이 나온다. 청마는 거제 둔내면 방하리에서 태어나 자란 곳이다.

생가는 초가집 상태로 보존되어 있고 앞의 기념관과 조각 공원도 운치 있게 잘 조성되어 있다.

방하리 입구에 있는 팽나무는 350년 된 것으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으면서 마을 사람들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


둔내면의 넓은 들을 지나서 다시 임산도로로 올라가면서 남파랑 길 27코스가 시작된다.

이곳의 임산도로는 지겹게 걷기도 했지만,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되는 힘든 길이다. 지겹고 다리가 아플 정도로 올라가면 둔덕기 성이 나온다. 둔덕기성은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성으로 성으로는 중요한 유적이라고 한다. 의종이 이곳에 피신했던 성으로 알려진다.

둔덕기 성을 지나도 임산도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끝나는 곳이 나왔는데, 이곳에서는 거제의 바다뿐만 아니라 통영이 건너다 보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앉아서 바다를 구경하면서 멀리 통영으로 건너갈 다리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알 수가 없다. 다시 걸어 내려가니까 처음에 거제를 건너온 신 거제대교 주변까지 왔다. 이곳에서도 구 거제 대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오량 초등학교를 찾아야 하는데 큰 도로가 가로막혀서 왔던 길을 몇 번이나 헤매다가 겨우 신 거제대교 밑으로 빠지는 길을 찾았다.

구 거제 대교를 넘어가면서 신 거제 대교를 보면서 높은 다리를 건넜다. 그리고 통영으로 들어오니까 남파랑 길 27코스가 끝났다.


구 거제 대교를 넘어오면서 거제에 들어갔던 일들이 생각난다.

거제에 들어가기 전에 신 거제 대교를 찾지 못해서 길을 잃었던 것도 생각나고, 장목면에서 숙소를 소개받았는데, 그곳을 찾아서 고개를 넘어갔는데 무인텔이어서 사람을 받지 않아서 다시 고개를 넘어 돌아와 거제 시내로 들어가 자고 왔던 일도 있었고, 온종일 산속으로 등산하게 했던 가라산도 기억난다. 가라산은 너무 힘들게 올라갔으나 흐려서 좋은 바다 경관도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시간을 흘러서 거제는 끝나고 다시 통영으로 나와 걷는다.










작가의 이전글 남파랑 길 14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