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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Feb 22. 2023

남파랑 길 22일차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고 나오면서 날씨가 너무 추워 모자도 쓰고, 장갑도 하고, 목도리를 하고서 걷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추워서 방한 마스크까지 하고서 걷는다.

바다에 해가 떠오르는 것 같아 빨리 전망 좋은 곳으로 가서 아침 해가 막 떠오르는 장면을 찍으려고 했는데, 내 걸음보다 해가 더 빨리 떠오른다.


좋은 도로 길을 가다가 갑자기 숲길로 내려간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숲길은 내려갔다가 올라갔다 하는 좁은 길인데, 잘 다듬어지지 않은 돌산길이다. 어떤 곳은 경사가 너무 심해서 밧줄을 매어 놓아 그 밧줄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도 있다.

아침에 약간 추운 날이지만 땀이 난다. 속옷이 젖어 식으면 추울 것도 같고, 오늘은 시작부터 힘들게 다리 근육을 써 오후에는 걷기가 힘든 날이 될 것 같다.

그런 길을 어렵게 통과하니까 마지막에는 그래도 좋은 산길이 나오더니 멀리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 나온다.


첫 번째 만난 동네 이름이 대량마을이다. 이 마을 길옆 작은 담장에 담쟁이가 타고 오르고 있는데, 그곳의 문어 벽화가 그려져서 마치 문어가 담쟁이덩굴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을 오는 묘한 장면이 만들고 있다.

언덕을 넘으면 나오는 마을이 소량 마을이다. 오히려 소량 마을이 더 클 것 같은데, 그래도 이름은 작은 마을로 지어져 있다. 교회는 묘하게도 두 마을 사이의 언덕에 자리하면서 이름이 량아 교회이다.

다음은 큰 항구 같은 마을이 나오는데, 이 마을이 두모 마을이다. 항구도 크고 양쪽의 집들도 많아서 주변에서 큰 마을인 것 같다.

두모 마을을 지나서 해변가의 숲길을 나온다. 여기도 산길이지만 상주 해수욕장에서 대량마을까지의 산길처럼 어려운 길이 아니고, 걷기 좋게 잘 만들어진 길이다. 그러나 긴 산길이었다.


긴 산길 다음에 나오는 마을이 벽련항이다.

이 마을에서는 건너 보이는 노도 섬으로 가는 선착장이 있는 곳이다. 노도 섬은 문학의 섬으로 문학관과 작가 창작실도 있다는 곳으로 대량마을에서부터 보이는 섬으로 건너편에 있는 마을에서도 잘 보이는 섬이다. 처음부터 건너다보이는 것이 무언가 예사롭지 않은 섬처럼 눈길이 가는 섬이었다. 그 작은 섬에 전선 탑이 너무 큰 것이 서 있어서 이상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길은 도로를 따라서 가다가 해안 길로 걸어간다. 바다는 보고 걷지만, 직선 길이라 지겹다. 오늘은 해안 길이 맞바람이 불어서 힘든 길이다. 오늘 부는 바람은 차가워서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원천 마을이 지나고 앵강다숲이 나온다. 이 숲이 나오는 곳에서 바다를 돌아서 다시 올라간다.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건너편에서 건너다보면서 걸어가는 구조로 생긴 바다길이다. 이곳을 앵강다 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앵강다숲은 수백 년 전에 이곳 신전마을에서 방풍림으로 조성한 숲을 현재는 야생화 단지와 캠핑장을 만들어서 남해군의 힐링 명소가 된 곳이다. 지금도 숲은 다양한 수종이 고목이 되어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 숲을 옆에 남파랑 길 홍보관이 만들어져 있고, 남해 바래길 홍보관도 같이 있다. 남파랑 길 홍보관에는 사람이 없어서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남해 바래길 홍보관에는 적극적으로 남해를 안내하고 홍보하는 직원이 있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다른 지역은 길 표시가 미진한 곳이 많이 보였지만, 남해군은 다른 곳과 구별이 될 정도로 잘 표시해 놓았다.


지금 걷는 남파랑 길도 이제 42코스를 가고 있는데, 오늘 길은 걸으면서 내가 앞으로 갈 길이 보이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다 보이는 해안 길을 걷고 있다. 만으로 된 해안선을 걷는 것이다.


화계 마을 보호수 밑을 지나서 산으로 들판으로 돌아다니다 보면, 멀리 미국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마을은 독일 마을처럼 크지는 않고 붉은 지붕과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정도이다.


다시 본격적으로 해안 길에 나오면 월포해수욕장 가는 길이다. 월포해수욕장 가기 전에 아름다운 돌산이 나오고

여기도 해안선이 멋진 곳이다. 이곳도 좋은 장소는 펜션이 다 자리하고 있었는데, 월포 해수욕장은 모래 해수욕장과 몽돌해수욕장이 이어져 있었다.

숙호숲을 지나서 홍현 마을 방풍림이 나온다. 이 마을도 태풍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도 해안선을 따라서 걸어온 길이 마을 앞 도로나 해안가의 길이라서 편하게 걸어왔다.

가천 다랭이 마을이 멀지 않은 곳에서 해안가의 숲길로 걷는 구간이 나온다. 이 구간을 2, 5Km라고 안내하고, 스틱을 쓰거나 트레킹화를 신으라고 주의를 준다.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걸었지만, 실제로도 아직 잘 정비되지 않은 어려운 길이었다.

산길 2.5Km가 얼마나 긴 길인지 보여 주는 길이었다. 곧 나올 것만 같은 가천 다랭이 마을이 온 힘을 다 빼고 나왔다. 다랭이 마을을 밑에서 올려다보니까 이국적이다.

문제는 비수기라서 방 구하기가 힘들었다. 부지런히 걸어 다녀서 하룻밤 보낼 장소를 구했지만, 다른 곳보다는 비싸게 주었다. 추운 날 밖에서 보낼 수는 없는 일이고, 어쩔 수 없는 일에 속하는 것 같다.


가천 다랭이 마을에는 막걸리 집이 유명한 곳이 있었다. “시골 할매 막걸리집”과 “촌할매 막거리집”이다. 아마도 시골 할매 막걸리“ 집이 원조인 것 같았다. 그 집에 자리를 잡고 막걸리를 찾았는데, 유자 막걸리와 강황 막걸리를 권하는 것이다. 그냥 보통 막걸리를 달라고 하니까 나오는 막걸리는 며칠 전 삼동면에서 맛 본 것이었다. 이 막걸리는 지역 막걸리지만 뒷맛이 내 입에 맞지 않은 남해 막걸리였다. 걷고 난 다음에 막걸리 생각이 나서 갔으니까, 그 집을 나와서 바로 위에 있는 촌할매막걸리 집으로 갔다. 그곳에는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다. 여기 막걸리는 상표도 없는 막걸리였지만, 일단 먹어보니까 입에 맞는다.

막걸리는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막걸리는 별로이다. 오래 유통하기 위해서 방부제를 쓴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막걸리는 금방 만들어져 금방 마셔야 술맛이 나는 술이다. 막걸리는 오래 보관하지 못하는 지역 막걸 리가 최고인 것 같다. 좋은 막걸리는 그 지역에서 오래 보관되지 않고, 살아 있는 생 막걸 리가 가장 맛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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