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 길 22일차

by 안종익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고 나오면서 날씨가 너무 추워 모자도 쓰고, 장갑도 하고, 목도리를 하고서 걷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추워서 방한 마스크까지 하고서 걷는다.

바다에 해가 떠오르는 것 같아 빨리 전망 좋은 곳으로 가서 아침 해가 막 떠오르는 장면을 찍으려고 했는데, 내 걸음보다 해가 더 빨리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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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도로 길을 가다가 갑자기 숲길로 내려간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숲길은 내려갔다가 올라갔다 하는 좁은 길인데, 잘 다듬어지지 않은 돌산길이다. 어떤 곳은 경사가 너무 심해서 밧줄을 매어 놓아 그 밧줄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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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약간 추운 날이지만 땀이 난다. 속옷이 젖어 식으면 추울 것도 같고, 오늘은 시작부터 힘들게 다리 근육을 써 오후에는 걷기가 힘든 날이 될 것 같다.

그런 길을 어렵게 통과하니까 마지막에는 그래도 좋은 산길이 나오더니 멀리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 나온다.


첫 번째 만난 동네 이름이 대량마을이다. 이 마을 길옆 작은 담장에 담쟁이가 타고 오르고 있는데, 그곳의 문어 벽화가 그려져서 마치 문어가 담쟁이덩굴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을 오는 묘한 장면이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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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넘으면 나오는 마을이 소량 마을이다. 오히려 소량 마을이 더 클 것 같은데, 그래도 이름은 작은 마을로 지어져 있다. 교회는 묘하게도 두 마을 사이의 언덕에 자리하면서 이름이 량아 교회이다.

다음은 큰 항구 같은 마을이 나오는데, 이 마을이 두모 마을이다. 항구도 크고 양쪽의 집들도 많아서 주변에서 큰 마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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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모 마을을 지나서 해변가의 숲길을 나온다. 여기도 산길이지만 상주 해수욕장에서 대량마을까지의 산길처럼 어려운 길이 아니고, 걷기 좋게 잘 만들어진 길이다. 그러나 긴 산길이었다.


긴 산길 다음에 나오는 마을이 벽련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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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서는 건너 보이는 노도 섬으로 가는 선착장이 있는 곳이다. 노도 섬은 문학의 섬으로 문학관과 작가 창작실도 있다는 곳으로 대량마을에서부터 보이는 섬으로 건너편에 있는 마을에서도 잘 보이는 섬이다. 처음부터 건너다보이는 것이 무언가 예사롭지 않은 섬처럼 눈길이 가는 섬이었다. 그 작은 섬에 전선 탑이 너무 큰 것이 서 있어서 이상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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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도로를 따라서 가다가 해안 길로 걸어간다. 바다는 보고 걷지만, 직선 길이라 지겹다. 오늘은 해안 길이 맞바람이 불어서 힘든 길이다. 오늘 부는 바람은 차가워서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원천 마을이 지나고 앵강다숲이 나온다. 이 숲이 나오는 곳에서 바다를 돌아서 다시 올라간다.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건너편에서 건너다보면서 걸어가는 구조로 생긴 바다길이다. 이곳을 앵강다 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앵강다숲은 수백 년 전에 이곳 신전마을에서 방풍림으로 조성한 숲을 현재는 야생화 단지와 캠핑장을 만들어서 남해군의 힐링 명소가 된 곳이다. 지금도 숲은 다양한 수종이 고목이 되어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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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을 옆에 남파랑 길 홍보관이 만들어져 있고, 남해 바래길 홍보관도 같이 있다. 남파랑 길 홍보관에는 사람이 없어서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남해 바래길 홍보관에는 적극적으로 남해를 안내하고 홍보하는 직원이 있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다른 지역은 길 표시가 미진한 곳이 많이 보였지만, 남해군은 다른 곳과 구별이 될 정도로 잘 표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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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걷는 남파랑 길도 이제 42코스를 가고 있는데, 오늘 길은 걸으면서 내가 앞으로 갈 길이 보이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다 보이는 해안 길을 걷고 있다. 만으로 된 해안선을 걷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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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계 마을 보호수 밑을 지나서 산으로 들판으로 돌아다니다 보면, 멀리 미국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마을은 독일 마을처럼 크지는 않고 붉은 지붕과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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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격적으로 해안 길에 나오면 월포해수욕장 가는 길이다. 월포해수욕장 가기 전에 아름다운 돌산이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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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해안선이 멋진 곳이다. 이곳도 좋은 장소는 펜션이 다 자리하고 있었는데, 월포 해수욕장은 모래 해수욕장과 몽돌해수욕장이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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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호숲을 지나서 홍현 마을 방풍림이 나온다. 이 마을도 태풍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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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도 해안선을 따라서 걸어온 길이 마을 앞 도로나 해안가의 길이라서 편하게 걸어왔다.

가천 다랭이 마을이 멀지 않은 곳에서 해안가의 숲길로 걷는 구간이 나온다. 이 구간을 2, 5Km라고 안내하고, 스틱을 쓰거나 트레킹화를 신으라고 주의를 준다.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걸었지만, 실제로도 아직 잘 정비되지 않은 어려운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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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2.5Km가 얼마나 긴 길인지 보여 주는 길이었다. 곧 나올 것만 같은 가천 다랭이 마을이 온 힘을 다 빼고 나왔다. 다랭이 마을을 밑에서 올려다보니까 이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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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수기라서 방 구하기가 힘들었다. 부지런히 걸어 다녀서 하룻밤 보낼 장소를 구했지만, 다른 곳보다는 비싸게 주었다. 추운 날 밖에서 보낼 수는 없는 일이고, 어쩔 수 없는 일에 속하는 것 같다.


가천 다랭이 마을에는 막걸리 집이 유명한 곳이 있었다. “시골 할매 막걸리집”과 “촌할매 막거리집”이다. 아마도 시골 할매 막걸리“ 집이 원조인 것 같았다. 그 집에 자리를 잡고 막걸리를 찾았는데, 유자 막걸리와 강황 막걸리를 권하는 것이다. 그냥 보통 막걸리를 달라고 하니까 나오는 막걸리는 며칠 전 삼동면에서 맛 본 것이었다. 이 막걸리는 지역 막걸리지만 뒷맛이 내 입에 맞지 않은 남해 막걸리였다. 걷고 난 다음에 막걸리 생각이 나서 갔으니까, 그 집을 나와서 바로 위에 있는 촌할매막걸리 집으로 갔다. 그곳에는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다. 여기 막걸리는 상표도 없는 막걸리였지만, 일단 먹어보니까 입에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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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는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막걸리는 별로이다. 오래 유통하기 위해서 방부제를 쓴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막걸리는 금방 만들어져 금방 마셔야 술맛이 나는 술이다. 막걸리는 오래 보관하지 못하는 지역 막걸 리가 최고인 것 같다. 좋은 막걸리는 그 지역에서 오래 보관되지 않고, 살아 있는 생 막걸 리가 가장 맛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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