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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Feb 21. 2023

남파랑 길 21일차

지금은 지족교라고 하는 창성 대교를 바라보면서 해안 길을 걸어가면 먼저 보이는 곳이 다리 밑의 죽방렴이다. 해안 길을 따라가면 죽방렴 관람대도 설치되어 있었다.

이른 아침에 해가 떠오르면서 바다와 산이 붉은빛으로 물들어 온다.


첫 번째 마을이 전도 마을이 나오고 이 마을은 어촌 체험 마을인 것 같았다. 해변 길을 따라 걷다가 보면 언덕으로 올라간다.

언덕을 넘어가면 바다가 보이고 경치가 좋을 것 같은 곳이다. 바다와 해안선과 섬들만 있으면 그림 같은 곳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곳 해안에는 큰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카페 같은 것이 들어서 풍광을 망치고 있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놓아두면 빼어난 경치가 될 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투박한 건물들이 어울리지 않게 있어서 안타까운 곳이 너무 많다.

계속 바다 해안 길로 가면 둔촌마을이 나온다. 둔촌마을은 입구에 장승을 세워서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을 환영의 뜻을 전하고 있다.

그다음에 나오는 동천마을은 바다와 관계가 없는 내륙 마을이다. 동천마을에서 산 아래에 집들이 모여 있는 곳에 350년 된 느티나무와 그 옆 구석에 “충효”를 쓴 돌이 존재감 없이 자리하고 있다.

이 돌도 예전에는 중심에 위치하고 있었을 것 같은데, 이제는 구석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마치 충이나 효가 지금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비중 있는 가치가 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동천 마을을 지나서 길을 따라서 걷기에 숨이 찰 정도의 언덕을 넘으면, 탁 트인 바다와 큰 마을이 보인다. 이곳이 물건리와 남해의 독일마을이다.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 물건리의 방조어부림이 나온다. 방조림과 어부림의 역할을 모두 하고 있어서 이렇게 부른다. 이 남해 물건리 방조 어부림은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그 길이가 1.5Km이며 바닷바람과 파도로부터 마을을 보호해 주면서 전국의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우수상을 수상한 숲이다

방조어부림을 지나서 독일 마을이 보이는 오르막을 오르면 숨이 찰 정도의 경사이다. 오르는 길에는 농사하는 집도 있고, 카페도 있고, 음식점도 있고 다양한 것이 함께 있는 동네이다. 이곳에서 또 남파랑 길 한 구간이 끝나는 곳이다.


다시 시작하는 남파랑 길 40코스는 독일 마을 입구에서 시작된다. 독일 빵집, 독일 쏘세지집들도 있고, 독일 맥줏집도 보인다.

길은 도로를 따라가면 독일 이름을 딴 집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된다. 낯익은 독일 이름 집들을 구경하면서 걷다가 보면 꼭대기에서 독일 마을 끝이 나온다. 독일 마을에서 본 아랫동네는 우리나라의 시골 골짜기처럼 보인다.


독일 마을에서 내려오면 좌측으로 길이 안내된다. 이곳은 하천변을 따라가는 화천 별곡 길이 내 산지까지 이어져 산속 길로 들어간다. 조용하고 한적한 들길이다. 이 길은 주변 마을로 들어가지 않고, 옆으로 지나거나 앞으로 지나가는 길이다.

길을 가다가 소나무가 들판에 군락을 이루어서 쉼터로 안성맞춤인 곳도 나온다.

그래서 멀리서 보이는 높은 둑은 큰 저수지가 자리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그 둑을 올라서니까 역시 큰 저수지가 나왔다. 내산지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지만, 한여름 물이 많이 쓰이는 농사철에는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하는 말이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큰 저수지이다. 저수지 위로 난 길을 가다 보면 바람흔적 미술관이 나온다.

바람 흔적 미술관은 내산 저수지 위 좋은 장소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 현대미술관은 사람이 없는지 조용하고 청소도 잘 되어 있지 않아서 문을 닫은 느낌마저 든다. 그래도 전시된 철로 된 바람개비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역시 심오한 예술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참을 올라가다가 보면 남해 편백 휴양림으로 올라간다. 남파랑 길은 휴양림까지 올라가기 전에 저수지 옆으로 꺾어져 있다. 이곳에 부터는 편백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

이 나무들은 일제 말기에 심은 것도 있고, 그 이후에 심은 것도 있다고 한다. 남해의 편백나무는 돌이 많은 곳에 자란 것으로 목질이 단단하다고 한다. 지금도 이곳에는 편백나무를 계속 심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산림녹화를 외치던 시절에는 빨리 산을 푸르게 할 목적으로 수종은 값이 싸면서 잘 자라는 오리나무, 아카시아 나무, 포플러 나무, 리기다소나무를 주로 심었지만, 지금은 고급 수종을 심어서 산림의 가치를 높이는 것 같다. 그때 비용이 더 들지만 고급 수종을 심었다면 산림이 더 훌륭한 자원이 되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편백나무 숲을 걸어가다가 뒤에서 인기척이 나서 돌아 보았다. 깊은 산중에 아주머니 한 분이 간소복 차림으로 따라 오고 있다. 이런 산중에 나이는 있지만 남자를 만났는데, 별로 무서워하거나 어색해 하는 표정은 아니다.

어디 가느냐고 말을 붙여 보니까, 이 편백나무 숲을 관리하는 산림 공무원인데, 순찰중이라고 한다. 숲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걷는 이야기로 대화가 바뀌어 갔다. 나는 혼자 걷는다고 하나까, 하는 말이 "외롭지 않느냐" 고 묻는다. 사실 걸을때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이 외로움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내는 왜 같이 오지 않느냐고 묻는데, 사정이 있어서 안 온다고 하니까, 같이 걸을 친구는 왜 없는지도 묻는다. 마치 왕따처럼 보인 것 같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 걷는 길이 외로움을 느끼면서 걷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걸으면 외로움을 잊을수도 있고, 외로움을 즐길수도 있다. 걸으면 무엇인가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다.


이렇게 시작한 임산도로는 휴양림 주위를 한 바퀴 돌고는 전망대로 올라간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천하 해변이 아름답다. 오늘은 그래도 지난 며칠보다는 맑은 날이지만, 그렇게 먼바다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떠있는 배들과 섬들이 보인다.

내려가면서 처음 만나는 것은 천하 저수지이다. 이름이 천하이지, 크기는 내산 저주지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천하마을이 보이고 도로를 지나면 천하마을과 몽돌해변이 나온다. 몽돌해변은 크지 않고 작은 해변이다.

이 해변을 따라서 걸어가면 상주 해수욕장이 나오는데, 그 백사장 넓이가 무척 넓은 해수욕장이다. 처음 해수욕장을 보았을 때 남해의 섬 구석에 이렇게 넓은 해수욕장이 의외였다.

오늘도 날씨가 쌀쌀한 편이다. 그래서 걷는 동안에 지금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빵 모자를 쓰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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