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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Feb 25. 2023

남파랑 길 24일차


서상 마을 게스트 하우스에서 출발하기 전에 아침을 해결하였다.

이곳은 휴게실에 샌드위치를 준비해 놓아서, 토스트 기계에 구워 쨈을 발라 먹는 간단한 아침이 좋았다.

늘 겪는 것이지만 아침에 걷기 시작할 때는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고 차들만 다닌다. 서상 마을에서 시작하는 길을 남해에서는 망운산 노을길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서상 마을에서 고개를 넘으면 예게 마을이 보이는 곳에 특이한 장승이 서 있다. 자연석으로 작은 돌을 세워 놓고, 뒤에 안내판에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모신 자리라고 길손들은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당부하고 있다. 돌에는 금줄까지 해놓고서 마을 주민들이 신성시 여긴다고 적혀 있다. 특이한 장승과 안내판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다시 갈 길이 먼 길손은 예게 마을로 걸어 내려갔다.


예게 마을로 넘어가는 길에는 양쪽에 벚꽃 나무가 제법 크다. 벚꽃이 필 무렵에는 벚꽃길이 되어 걷기가 좋을 것 같은데, 계절이나 날씨가 맞으면 좋은 길이 될 수 있는 곳이 무수히 많은 것 같다. 예게 마을의 포구도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마저 든다.


예게 마을을 지나서 작장까지 가는 길에는 해변의 천연 자갈길이 나온다. 해변의 자갈길을 걸어가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정비되지 않은 자연적인 길이 오히려 신선감을 주었다. 자갈길은 걷기가 힘이 들었고 간간이 큰 바위와 암석 길도 있어서 미끄러질 위험도 있는 길이었다. 만조 때 유의하라는 경고문을 보니까 물이 자갈밭까지 차오를 시간도 있는 것 같다.


남상 마을 입구에는 마늘 밭은 무성하게 자라서 출하할 시기가 멀지 않은 것 같다. 주변에 마늘 밭이 많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마늘이 많이 나오는 고장인 것 같다. 이른 봄에 나오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남해 마늘이 직접 본 것이다.

남상 마을 앞 바닷길을 따라 바다 바로 옆으로 길이 계속 이어진다. 오늘은 계속 바닷길을 따라 걷는다.


염해 마을을 지나면서 이곳에 머물러 한동안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렇게 조용한 마을에서 배 타고 고기 잡으면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다. 나이 많아서 고기 잡는데, 힘이 약해진 나이 든 어부를 도와 잡일이나 보조를 하면서 같이 고기 잡으면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게 낯선 사람들과 같이 함께 살다가 실증이 날 무렵에 다시 떠나는 것이다. 지금 누가 지나가는 나를 불러서 바다에 고기 잡는 일을 하자고 하면 ”예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지금 걷고 있지만 나에게 관심 주는 사람도 없고, 찾을 사람도 없다. 자유로운 처지이니까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고기 잡는 것도 재미있는 일인 것 같다.


다음에 나오는 유포 마을에는 경사가 심하지 않지만, 논들이 층층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곳 남해는 경사가 있는 땅이라서 논들이 계단식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곳인 것 같다. 이곳도 가천 다랭이 마을처럼 급경사에 논들이 만들어졌다면 다랭이 논으로 유명세를 얻을수도 있다.


순한 바닷길을 가다가 급하게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을이 노구 마을이다. 내려가면서 보이는 마을 밭들이 길이가 길고 폭은 짧은 밭이 많이 보인다. 마치 구불구불한 뱀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이곳을 뱀 밭이라고 부르는 곳이라고 한다. 밭들이 생긴 모양대로 이름을 붙인 것이 신기하다.


이 밭길을 걸어서 바닷가로 나가면 바다에 큰 제방이 나오고 여기서 ”망운산 노을길“이 끝나고 다시 ”이순신호국길“이 나온다.


다시 시작되는 길이 ”이순신호국길“은 충현 마을에서 시작된다. 충현 마을을 지나가다가 육이오 사변 참전 용사인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서 제주도에서 훈련을 마치니까 전쟁이 끝나서 전투는 하지 못한 참전 용사였다. 그러나 반년 일찍 군에 간 마을 동무들은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노인은 참전 이야기와 광양제철소가 만들어지고 이 마을에는 고기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 말을 들으니까 그렇게 흔하게 보이던 바닷가의 낚시하는 사람을 이 부근에서는 보지 못했다. 이 마을에서 고기 잡이를 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벗어나 조금 멀리 나가서 고기를 잡는다고 했다.


충현 마을을 지나서 얼마 가지 않아서 산길로 올라갔다. 어느 정도 걸어온 뒤에 산길이라서 다리가 너무 무겁다. 너무 힘이 들어서 아무런 생각 없이 걸어갔다.

다음에 나오는 마을이 고현면의 소재지이다. 소재지지만 경운기 다니는 시골 마을이다. 지금은 시금치 수확이 한창인지 시금치를 실은 차나 경운기가 지나간다

고현 마을에서 바다로 가는 길을 잘 조성해 놓았다. 양쪽에 나무도 종류별로 심어 놓고 걷기 좋도록 만들어 놓았다.

둑 위로 길을 가다가 보면 둑 아랫길로 내려가라는 표시가 나온다. 아래로 내려가서 둑 밑 길을 걸어가면 둑길 벽에 벽화를 그려 놓았다. 주로 꽃 그림을 그려 놓고 간간이 좋은 문구를 써 놓은 길인데, 이 길을 화전별곡 이야기 길이라고 써 놓았다.

바다를 따라서 계속 걸으면서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멀리 보이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자, 이런 날이 삼천포를 지날 때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도 멀리 보이는 섬들이 좋아 보이지만 멀리 대단위 공장과 굴뚝에 올라가는 연기가 보기 좋은 경치는 아니다.

그래도 해변 길을 걷다가 나오는 곳이 이순신 순국 공원이다. 노량진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관음포로 도망가는 왜선을 쫓다가 관음포 앞바다에서 순국한 곳이다. 이곳을 충무공이 순국한 바다라는 뜻으로 ”이락파“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는 ”전쟁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라는 글자를 돌에 새겨서 세워 놓은 곳이 있다.

이순신 순국 기념탑이 세워져 있는 옆으로 돌 벽화가 생동감 있게 멋있게 길게 그려져 있다. 유명 작가가 만든 작품으로 벽화에서 거북선을 찾아보았지만, 보지 못한 것 같다. 다시 갈 기회가 있으면 내가 못 보았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싶다


더디어 노량대교가 나오는 곳까지 왔다. 처음에는 그 다리가 남해 대교라고 생각했는데, 대교 밑은 감암 마을을 지나면서 노량 대교인 줄 알았다.

노량대교가 가까워지자 남해 대교도 보인다.

남해 대교 밑에는 남해대교 횟집촌이 있었다. 여기에는 거북선 유람선이 보인다.


남해 대교를 건너서 하동으로 가면서 남해 대교 위에서 본 바다는 한없이 잔잔하다.

잔잔한 바다 위에는 노량 대교가 보이고 더 멀리는 공장들이 보인다.

남해 대교를 돌아서 내려간 해안 길에 캠핑장이 나온다. 이름이 ”투다리 캠핑장“이다. 이 장소가 노량대교와 남해 대교 밑에 중간에 자리하고 있어서 그렇게 이름이 만들어진 것 같다.


하동군 금남면 항구에 도착했다. 하룻밤 묵어서 갈 예정이다. 이곳은 여관이 하나뿐이어서 주인이 요구하는 요금을 주었다. 남은 방도 하나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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