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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Feb 26. 2023

남파랑 길 25일차

저녁에 일찍 잠이 들어서 일어나니 새벽이다.

한동안 누워서 지내다가 잠이 오지 않아서 걸어갈 채비를 했다. 채비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까, 6시가 조금 넘었다. 너무 이른 것 같지만 준비되었으니까 일단 방을 나섰다. 거리에 나오니까 아직은 날이 밝지 않았지만, 다시 방으로 들어가기는 싫고 어둠 속을 걷는다. 멀리 바다는 보이지 않고 바다 건너 공단에 불빛이 환하게 보인다.

잘 보이지 않는 표시를 찾아서 길을 걷는다. 오직 어두운 길에서 화살표나 리본만을 찾으면서 걸으니까 오히려 잘 찾기는 것 같다. 주위가 어두워서 보이는 것이 없고, 오직 한곳에 집중하니까 그런 것 같다.

7시가 가까워지니까 날이 밝아오면서 걷는 길이 논 밭 길이다. 간간이 걷는 길에서 개들이 짓는 소리가 들린다. 이른 아침에 나선 사람이 지나가니까 개들이 자기 본분을 다하는 것이다.

사등 마을을 지날 때는 완전한 아침이 되었지만, 아직도 시골길을 걷고 있다. 한 시간 이상을 걸었지만 걷는 길에서 특별한 것도 없고 조용히 걸어온 길이다.


사등 마을에서 유난히 억센 개 한 마리가 시끄럽게 짓는다.

개들이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지만, 걷다가 보면 멀리 개가 보이는데 짖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옆을 지나가면 갑자기 짖어서 놀라게 하는 개도 있고, 짖을 것 같은데 지나가도 쳐다만 보고 짖지 않은 개도 있다. 그런데 요란하게 짖지만 가까이 가면 뒤로 물러서는 하룻강아지들도 있었다. 그래도 길을 걷다가 보면 개들은 으레 짖는 것이고 오히려 내가 조용해 있는 개를 자극하는 것 같아 요란스럽더라도 그냥 들리는 소리도 생각하고 걸어왔다.


아침에 걷는 길은 바다는 이제 볼 수 없는 내륙으로 걸어가는 것 같다. 들판에는 소먹이로 쓸 볕 짚을 비닐에 싸서 만든 공룡알들을 논에 그대로 있거나 쌓아 놓은 것이 자주 보인다.

긴 농노를 수백 미터 이어진 곳을 지나면, 멀리 갈대숲이 보이기 시작한다.

섬진강이 멀지 않은 강둑의 갈대숲을 구경하면서 걷는 것이 훨씬 운치 있는 길이고, 공기도 더 맑은 것 같아 걸음이 가벼워진다. 강물이 점점 많아지더니 멀리 큰 강이 보이는 것이 아마도 섬진강인 것 같다. 섬진강에 들어서자 강은 끝이 가물거리고 강변 초입에는 파크 골프장이 자리하고 있다. 긴 파크 골프장에 노인들이 열심히 골프를 즐기면서 지나가는 길손에게 손까지 흔들어 준다.

섬진강 둑길은 잘 만들어져 있고,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이니까 이제는 화살표를 신경 쓰지 않고 주위 풍광과 강물을 보면서 걷는다.

중간에 신방마을이 있었지만, 섬진강을 걷는 길은 동네나 마을이 거의 없고 도로와 강물 따라 걷는 길이다.

오늘 걷는 길은 하동 남해 대교를 건너서 있는 하동 금남면에서 시작하여 하동 섬진강을 따라서 섬진교까지 27Km가 넘는 거리이다. 이 길은 온전히 하동군에 있는 길이고 남파랑 길에서 하동군은 한 코스만 있다. 하동군은 섬진강을 벗어나서는 길을 만들기 어려우니까 코스가 짧아진 것이고 길은 섬진강 모양대로 걷는 길이다.

강 길을 오래 걷다가 멀리 강변에 있는 넓은 갈대숲이 보인다. 여기는 강도 넓지만 갈대숲이 끝없이 넓게 있는 곳이다. 이 길이 섬진강을 걸어가면서 멋진 풍광이 있는 곳이다. 좌로는 끝없은 갈대숲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이 보이고

우로는 테크 길 양쪽에 큰 벚나무들이 수없이 서 있는 길이다. 이런 길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길게 나 있는데, 지금은 갈대숲이 눈에 들어오지만, 벚꽃이 피면 벚꽃을 구경하면서 걸으면 자연 걸음이 늦어지는 구간이다.

갈대밭에는 오리들이 열심히 다니면서 무엇을 찾고 더 멀리 강물에는 철새들이 많이 떠 있는 섬진강은 조용하여 멈추어 있는 듯하다.

갈대 숲이 끝나면 대나무 숲이 나온다. 대나무 숲도 섬진강 갓에 넓게 자리하고 있고 대나무 숲속에 길을 만들어 산책하도록 하고 있다. 대나무 숲이 끝나고 하동포구 공원이 시작되는 섬진강의 강물은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고 있다.


대나무가 있는 섬진강 갓을 지나면 소나무 숲이 우거진 하동포구 공원이 나온다. 하동포구 공원은 소나무가 우거진 곳이고 섬진강 대교가 보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드라마 허준을 촬영한 장소로 유명한 곳으로 섬진강을 걷는 길은 직선 길이라 걷기가 편하고 전망이 탁 트인 곳이다.

이곳을 걸으면 강 건너 풍광도 구경하지만 섬진강에 비친 강 건너 풍광도 볼만하다.


섬진강 대교를 밑을 지나서 가는 길도 강을 따라 만들어진 걷기 좋은 길이다. 그 길을 걷다가 보면 섬진강이 너무 넓어서 끝이 보이지 않은 곳에 오면 멀리 다리가 보인다. 남파랑 길 47코스의 종점인 섬진교인 것 같다. 이제 끝이 보이는 길을 걸어가니까 발걸음에 여유가 생기는 듯하다.

걸어가다가 보면 강둑에 섬진강을 바라보는 황금 두꺼비가 보인다. 그 옆에는 김남호 시인의 ”섬진강“이라는 시도 서 있다. 두꺼비와 섬진강이 어떤 의미가 있는 듯하다.

강둑에는 특이한 화장실이 보인다. 화장실을 강물을 내려다보이는 높이로 높이 만들어서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오물이 내려오는 관이 어디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섬진교라고 생각되는 다리를 보면서 걷는 길도 상당히 먼 길이다. 그 다리에 도착해 보니 섬진교가 아니고 철교인 것 같다.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다리는 생긴 모양이 섬진교가 아닐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다리는 옛 철교로서 지금은 사람이 건너다니는 인도가 되었다고 한다.

섬진교는 아직도 한참 밑에 있었다. 섬진교를 가는 길에 먼저 나오는 것이 송림 공원이다. 이 소나무 공원은 규모가 크고, 많은 시민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원이다. 앞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그 섬진강에는 넓은 모래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소나무 그늘 아래 쉬다가 백사장에 나가서 놀다가 다시 소나무 그늘로 돌아올 수 있는 놀기가 좋은 공원이다. 이곳은 하동읍과 붙어 있어서 하동이 자랑하는 곳인 것 같다.

공원 앞 백사장에는 재첩 모형도 만들어 놓았다.

오늘의 종점인 섬진교 동편에 도착했다.

동편에 올라보니까 옛 섬진교의 흔적도 남아 있고 섬진교의 동편 공원에도 두꺼비 석상이 있다. 여기서 두꺼비의 의미를 알았다.

황금 두꺼비는 섬진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천년 전에 남해바다를 통해 섬진강을 거슬러 온 왜구를 물리치고 재난에 빠진 사람들을 구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섬진강 깊은 곳에 몸을 던져 가라앉았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하동 청년회에서 하동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 섬진강 깊은 곳에 있는 두꺼비 바위를 끌어올려서 환생시켰다는 내용을 적어 놓았다.


남파랑 길 47코스가 섬진교 동편에서 끝나고, 다시 섬진교를 건너서 남파랑 길을 걸을 것이다. 이번 길은 여기서 멈추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걷기를 멈춘다.

다시 걷는 날이 그렇게 멀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하동 시외버스 터미널로 걸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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