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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r 11. 2023

남파랑 길 26일차

남파랑 길을 다시 걷기 위해서 출발하는 날에는 봄이 완연히 온 것 같다.

하동으로 가는 남부 터미널에 도착할 때는 아직 어두운 아침이다. 첫차를 타기 위해서 일찍 온 것이다. 이른 아침이라서 첫차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창구에 갔지만, 표는 매진이었다. 평일 날 이른 아침이라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다음 차는 두 시간 반 뒤에 있었다. 지루하지만 터미널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기다린다. 버스 표를 터미널에 일찍 오면 가능한 시대는 지났다. 요즈음은 젊은 사람들이 휴대폰 앱으로 예매하기 때문에 전자기기를 잘 이용하지 못하는 세대나 사람은 옛 생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기다리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시절이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은 푸른빛이 많이 보이는 산과 들판이고, 남쪽으로 갈수록 봄이 더 짙어지는 것 같다.


하동에서 다시 걷기 위해 광양으로 섬진교를 건넌다.

섬진교를 건너면서 보이는 송림공원과 섬진강의 푸른빛과 따스한 햇살이 강에서 불어오는 훈훈한 바람과 어울려서 걷는 길손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다리 건너서 광양에는 매화 축제가 한창이어서 관광버스와 나들이 차량으로 복잡하다.

먼저 만나는 것이 활짝 핀 흰 매화나무이고, 벌써 꽃잎이 떨어지는 홍매화도 만난다. 지난번에 걸을 때는 아직 매화가 피고 있었는데, 지금은 만개해서 지는 있는 즈음이다. 그래도 매화가 활짝 핀 시절이다.


섬진교를 건너서부터는 섬진강을 따라서 난 섬진강 자전거 길이다. 강을 따라서 곧게 만들어진 자전거 길은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가는 라이너들이 행복해 보인다.


자전거 길을 따라서 걸으면서 보이는 건너편은 다 걸어온 길이고, 지금 걷는 길은 그 반대편에서 섬진강 넘어 보았던 길이다. 이제는 걸어왔던 건너편 대나무 공원도 보이고 강가에 있는 금두꺼비도 보이는 것 같다.

광양의 섬진강가에는 매화와 산유수가 피어 있고 비탈산에도 매화가 피어 있어서 광양의 봄을 말하는 듯하다.

섬진강의 갈대숲을 지나면 오르막으로 오르는 데크 길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잘 조성된 데크길은 섬진강과 같이 걷는 길이다.

남파랑 길 48코스는 완전히 섬진강변길이다. 이 코스 마지막에는 작은 진월정 공원이 나온다.

여기서 보이는 섬진강은 이제 바다로 들어가면서 멀리 광양 제철소도 보이는 곳이다.


망덕포구가 섬진강가에 자리하는 곳에는 정병옥 가옥이 나온다.

집은 다시 복원한 것으로 윤동주 시인이 생전에 남긴 원고를 온전히 보관한 곳이라고 한다. 윤동주 시인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하였으나 실패하고 옥사했지만, 자필 시집 1부를 정병옥 친구에 맡겼다고 한다. 그후 해방이 되어 시집을 출간하게 되었고 그 원고를 소중히 보관한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해설사와 관광객이 보이는 곳으로 망덕포구와 함께 볼만한 곳이다.


망덕포구를 지나면 곧 만나는 곳이 배알도 섬과 다리이다. 배알도는 망덕산을 향하여 절을 하는 형국에서 유래된 명칭으로 섬진강 자전거길의 종점이고,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에 선정된 길이다.


봄에 다시 찾은 남파랑 길은 추위를 완전히 잊은 길이다. 걸으면서 더워서 웃옷을 벗고 걷고 싶을 정도이다. 강 건너 멀리 보이는 파크 골프장에는 늦은 오후에 노인들이 골프를 즐기고 있고, 강가에 오리 때들도 한가로이 먹이를 찾는 평화로운 날이다.

다시 걸으면서 생각나는 것은 그렇게 급하게 갈 이유도 없고, 무리하지 말고 여유롭게 걷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마치 지금 걸어가는 이 길 외에는 다시 갈 곳이 없는 것처럼 걸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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