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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r 14. 2023

남파랑 길 29일차

덕양역은 폐쇄된 역으로 예전의 향수를 생각하게 하고 어떤 사연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곳이었다.

농협 옆 좁은 골목길을 따라서 걸어 들어가니까 우레탄이 깐 도보 길과 자전거길이 곧게 나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이 코스 길은 여수 엑스포를 개최하면서 행사장까지 직선으로 철로가 변경되면서 폐쇄된 전라선을 시민들이 산책하고 운동할 수 있는 길로 조성한 구간이다. 그래서 덕양역이 그런 모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곧게 난 길을 걷기가 좋고 우레탄 길로 발바닥도 편한 느낌이다.


어제는 비가 내려서 걷는 길이 힘들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찬 바람이 불어서 손이 시리다. 다행히 장갑을 준비했었다. 날씨가 포근해서 장갑을 낄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사용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예상하고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인 것 같다.

여천역도 폐쇄되었지만 그래도 깨끗하게 정비해 놓아서 옛날 이 역을 이용하던 사람들의 추억을 생각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곳은 미평역도 미평 공원과 함께 잘 조성해 놓았다.

옛 기찻길에 조성된 이 길은 걷기가 지루한 느낌도 들지만, 오늘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걸으니까 기분이 상쾌하다. 이 코스의 길은 옛 만성역까지 만들어져 있지만, 4킬로 정도 덜 가서 여수 버스종합 터미널로 내려왔다.


버스 종합 터미널에서 다시 시작하는 54코스는 충민로의 오르막길을 올라가서 내려가는 길이다. 이 길을 내려가면 여수 엑스포장이 나온다.

엑스포장은 예전에 행사할 때도 온 적이 있고 다시 몇 년 전에 구경을 한 곳이지만, 다시 보아도 잘 만들어진 행사장이다. 이곳 여수 신항은 행사장과 주변 부대시설의 규모가 여수의 바다와 어울려서 세계적인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행사장을 걸어가는 길도 길었지만, 예전 생각을 떠 올리면서 걸으니까 지루하지도 않고, 지나간 세월이 좋았던 것 같고 그리워진다.

멀리 동백섬이 보이는 곳에서 예전에 동백섬에 들어갔던 기억을 회상하면서 한참을 바라다보았다.

동백섬으로 들어가는 열차가 그때는 없었는데 새로 생긴 것 같다. 동백섬으로 들어가기 전에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준 느낌이다. 어묵을 파는 가게에서 어묵을 먹으면서 다시 멀리 보이는 동백섬과 정박해 있는 배들을 바라보다 가,

고개를 돌려서 올라갈 자산 공원을 올려다보았다.

자산공원은 동백섬 입구에서 언덕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코스는 안내하고 있지만, 예전에 올라간 경험이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 내려서 전망이 좋아 보이는 정자로 갔다. 그곳에서는 동백섬이 내려다보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소원성취 일출정이다. 그동안 다녀간 사람들이 빌고 간 바람이나 소원들이 가득하게 걸려 있다. 하트 모양을 한 나뭇조각에는 사연과 이름이 정성스럽게 적혀 있다. 아마도 연인들이 사랑을 이루려는 것이 가장 많이 적어 놓은 것 같다.


다시 올라간 자산공원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홀로 서 있다. 동상에는 ”민족의 태양“이라고 칭송하는 시인의 시도 적어 놓았다.

자산공원을 내려오면서 보이는 대교가 엑스포 대교이고, 그 옆으로 케이블카가 쉼 없이 다니고 있다.

자산공원에서 내려오는 곳에 낭만포차가 있는 광장이다.

이곳은 여수의 밤바다로 유명한 곳으로 밤이면 화려한 불빛 속에서 연인들이나 관광객들이 낭만포차를 찾아와서 밤을 즐기는 곳이다. 밤이면 각가지 조명과 사람들로 넘치겠지만 지금은 조용한 광장이다. 예전에도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 붉은 하트 앞에서 다시 옛날을 생각해 본다.

낭만포차 광장을 지나면 하멜 기념관과 하멜 등대가 보이는 부둣가로 걸어갔다.

여수는 제주에 불시착한 하멜 일행이 서울로 갔다가 다시 여수 등지에서 흩어져 살게 한 곳이다. 그중에 하멜은 여수에서 좌수영 문지기를 하면서 살다가 자기 나라로 탈출한 인연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하멜 등대가 보이는 곳에서는 낭만포차의 번호가 유난히도 눈에 띈다.

이곳도 밤이 되면 음악과 젊은 연인들이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 될 것이다. 낮에도 흘러나오는 노래는 지나는 길손의 마음에 흥을 준다.


이곳 해변 부두는 엑스포 대교와 케이블카 그리고 바다와 배들이 밤이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 야경이 만들어진다. 그 화려한 야경이 여수의 밤바다로 불리는 여수항 해양공원이다.


해양공원을 지나면 이순신 광장이 나온다. 이곳 여수도 광장에 조각된 글귀처럼 서너 걸음마다 이순신의 유적이 있는 곳이다. 광장 옆 여수 연안여객터미널 앞에는 이제 만개해서 떨어지지 않은 동백나무가 있다.

동백꽃은 아직 피지도 않은 곳도 있지만, 벌써 펴서 꽃이 떨어진 나무도 있었다. 해안을 따라서 걷다가 보면 담과 담 사이 좁은 골목길도 나오고 집 앞에 작은 항구도 나온다.


여수의 바다 부두에는 정박한 배들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대경도와 소경도가 보이는 부두에 정박한 고기잡이배들은 지금이라고 출항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정박해 있다. 배만 바라보고 걷기를 한 시간 이상한 것 같다. 여수는 여러 가지 배들이 많은 항구라는 것을 눈으로 느끼게 하는 곳이다.


배들이 많은 곳을 지나면 다시 해안 도로가 직선으로 길게 뻗어 있다. 이 길도 걷기 좋도록 만들어져 있어 바다를 보면서 걸어갔다. 오늘은 이 길이 바다와 하늘이 같은 푸른빛이라서 멀리 산이 없으면, 하늘도 바다처럼 보일 것 같다.

걷다가 보면 멀리 선소 대교가 보인다. 아치 다리는 백사장과 어울리면서 멋진 선소 해안을 만들어 놓았다.

해변가에는 나들이 나온 상춘객들이 많이 보이고, 날씨는 낮에는 포근한 봄으로 돌아와 있다. 선소 대교를 지나기 전에 보이는 섬이 예술의 섬 장도이다. 건너다보이는 장도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것으로 보아서 볼만한 것이 있는 것 같다.

선소 대교를 지나서 선소 유적지로 가는 길을 오르막 길이지만, 선소 대교를 내려다보면서 먼바다가 보이는 걷기 좋은 길이다.

선소 유적지는 원래 고려 시대부터 배를 만들던 곳으로 이곳에서 거북선을 만든 곳이라고 한다.

유적지에서 지나 다시 해안을 따라서 용기공원 부근에서 숙소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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