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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Jun 15. 2023

유럽의 땅끝 마을 카바다 로카

산티아고에서 출발하는 아침에 날 비가 온다.

포르투갈 포르토로 가려고 스페인 산티아고 터미널에서 우연히 프랑스 동갑내기 아주머니를 또 만났다. 프랑스 자기 사는 곳에서 걸어서 출발해서 3000Km 가까이 걸어 순례길을 마치고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피레네산맥을 넘을 때 만나서 순례길을 걸으면서 자주 만나고 같이 걸었던 순례객이다. 이렇게 떠나는 날에 터미널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오랜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내가 먼저 떠나면서 다시 한번 손을 흔들어서 인사를 하고 다시 못 만날 인연이지만 행복하게 살길 빌어 본다.


포르토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산책을 나갔다. 돔 루이 1세 다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니까 얼마 안 가서 다리가 나온다. 다리 높이가 엄청 높아서 놀랐고, 다리 밑으로 흐르는 도루강이 깊고 넓은 강이었다. 다리 위에서 양쪽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도루강 주변에 주황색 지붕의 집들이 유럽에 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두루 강변 양쪽에 잘 만들어진 도로를 따라서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제일 먼저 간 곳이 클레리구스 탑이다. 이 탑은 포르토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시내가 거의 볼 수 있었다. 클레르구스 성당 옆에는 사자 공원이 있고 다른 성당도 있는 곳이다. 

사자 공원 앞에서 점잖은 노인이 나신의 여자를 안고 있는 특이한 동상도 있었고, 공원은 오래된 나무와 잔디를 잘 조성해 놓아서 쉬는 사람이 많다. 


포르토 대성당도 돔 루이 1세 다리로 가는 길 우측에 있는 성당으로 외관은 평범한 것 같은데, 성당의 중앙에 십자가를 금으로 칠한 것이 특이하고 내부의 기둥이 잘 만들어져 있다. 이곳도 종탑에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다시 본당에 들어가니까 정면에 성모 마리아 상이 금빛이고 뒷면에 아름다움 문양이 돋보인다.


렐루서점이 세계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아름다운 서점이라고 하고, 해리 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이 이 서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서 유명해진 서점이다. 

사자 공원 밑을 지나다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맛집인가 생각을 했는데, 렐루서점에 입장하려고 기다리는 줄이다. 오래 기다려서 들어가 보니까 특이한 것이 없는 2층 서점으로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해리 포터와 관련된 것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하나의 작품이 이렇게 서점에 들어가는데 입장료를 받도록 만든다는 것이 놀랍다. 유명해질수록 그에 따른 인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 같다.


숙소에 일하는 아가씨가 너무 친절하고 늘 웃어주니까 마음이 푸근하다. 여기 여자분들은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는 좋은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것은 낯선 사람에게 친절하게 보이기도 하고, 낯선 곳에서 주눅이 들지 않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좋은 미소이다. 

내가 사는 곳은 너무 웃지를 않으니까 평소에 누가 웃어주면 본인에게 호감이 있어서 그런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 곳에서 살다가 여기서도 처음 보는 여자분이 웃어주니까, 내가 매력적인가? 착각도 했지만, 이곳은 원래 그렇게 웃는 것이 인사이고 그것이 서로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다. 


포르토는 바다가 있는 도시이면서 포르투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고, 유럽에 3대 낭만의 도시라고 한다. 포르토의 바다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잘 만들어진 해안 도로가 볼만하다. 

언덕 정원은 루리 1세 다리를 건너면 오른편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이곳에서는 도루강이나 루이 1세 다리도 잘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전망이 좋은 언덕 정원에서 일몰을 보면서 연인과 같이 포도주를 한잔 하는 낭만이 있는 곳으로 알려진 공원이다. 

도루강과 강변 양쪽에 있는 건물들을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붉은 일몰을 보면서 포도주 잔을 기울이면서 야경까지 구경하는 낭만의 언덕 정원이다. 각국에서 온 연인들이 언덕 정원이 비좁을 정도로 모여서 추억을 쌓고 있었다. 


포르토에서 리스본까지 버스를 이용해서 왔기 때문에 버스 터미널이 숙소와 거리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중심 광장인 호시우 광장에서 좋은 날씨를 배경으로 사진도 한 장 찍고 구경에 나섰다. 숙소 바로 옆에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는 파리 에펠탑과 같이 철근 구조물로 에펠탑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 설계한 것으로 리스본의 명물로 꼽히고 있다. 


호시우 광장에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을 따라 강 쪽으로 내려가면 건물 사이로 큰 석문이 나타난다.

이 문이 개선문이고 건물과 붙어 있는 건축물이다. 이 문을 지나서 테주강을 앞에 두고 있는 큰 광장이 코르레시우 광장이다. 

코르메시우 광장은 리스본 대지진 당시에 왕이었던 호세 1세가 리베리아 궁전 터에 만든 광장으로 자기 동상을 대서양과 연결되는 테주강을 바라보면서 말을 타고 중앙에 서 있다. 뒤에 있는 개선문과 잘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광장이다.

호시우 광장에서 코르메시우 광장 사이를 아우구스타 거리라고 하는데, 여기는 주간에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거리이지만, 밤에서 중앙에 음식점의 의자가 놓이고 사람들이 식사나 술을 먹는 장소이다. 이곳에는 거리의 악사들도 많고, 구걸하는 사람도 많은 곳이면서 고급 음식점에서 비싼 해물 요리를 먹는 사람도 있지만, 호시우 광장 벤치에서 마른 빵과 생수로 한 끼를 해결하는 배낭여행객도 보이는 곳이다. 그래도 리스본에서 이곳은 가장 번화한 거리이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세상에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존재하는 것 같다. 더 순하게 표현하면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이 있다. 

인간은 이성을 가진 동물이지만, 약육강식의 DNA는 지배하는 사람과 그것에 순종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로 지향할 뿐이지 인간의 현실은 계급이 엄연히 있지만, 그 구분이 모호할 뿐이다. 지금은 제도와 지위가 아니라 돈이 계급의 핵심 내용인 것 같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여행을 편하고 쉽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들게 머리와 팔다리가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생하면서 하는 여행도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는 것도 인간이다. 


트램은 리스본 사람들의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코스에 따라서는 관광객들이 탑승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28번 트램이다. 이 28번 트랩은 리스본 대성당과 개선문과 경관 좋은 강과 상조르즈 성 입구에까지 운행되니까 황금 노선인 것이다. 호시우 광장 건너편 광장으로 가면 28번 트램이 출발하는 곳이 있다. 

28번 트램을 타고 돌면서 큰 건물이나 유적지 구경보다 이곳 사람들이 사는 동네 골목이나 사는 모습이 더 눈길이 간다.


상 조르즈 성은 리스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서 리스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성은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지만 높은 곳에서 리스본 시내를 보는 곳으로는 여기가 최적의 장소인 것 같다.

상 조르즈 성에서 내려와 호시우 광장 주점에서 맥주를 한 잔 시켰다. 이곳에서는 주점 안에 의자보다 가게 앞 도로 위에 의자가 더 많다. 

맥주를 시키면서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까 “비어 빅” 하니까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 다시 “비어 빅 빅” 하면서 손으로 강조를 했다. 알아듣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오는 맥주잔은 엄청 큰 잔이 나온다. 보통 큰 잔을 달라는 뜻이었는데 “빅 빅”이 엄청 큰 잔이 되어서 나온 것이다. 그래도 목이 마르던 때라 이 정도는 맛있게 마셨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이 내 맥주잔을 다시 한번 보고 가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리스본 시내보다 교외에 볼만한 곳이 있다는 신트라 기차역으로 갔다. 신트라 기차역은 리스본에 온 이유이기도 한 유럽 땅끝마을 “호가 곶”에 가기 위해서 온 것이다. 

그래서 먼저 신트라의 광활한 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동화의 궁전 같은 페나 성을 보고 다시 신트라 역으로 돌아와 유럽 땅끝마을 “카보 다 로카”로 갔다. 


땅끝마을 “카보다 로카”에는 붉은 등대와 땅끝이라는 표시하는 십자가 석탑이 서 있다. 

땅끝에는 다육식물이 많이 자라고 그들의 세상이다. 끝없는 절벽 위에는 바위는 푸른 대서양과 조화롭다. 

나는 이곳에서 십자가 석탑 앞 절벽 위에 앉아 대서양을 보면서 큰 숨을 쉬면서 바다의 파도와 수평선을 구경하면서 대서양 땅끝에 앉아 있다는 것을 느껴본다. 

끝없어 보이는 대서양 끝에 “무엇이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던 옛사람들의 호기심과 다르게 지나온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과 대서양이 큰 것에 비해 너무 작은 우리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마음이다. 

다시 신트라 기차역에서 리스본으로 돌아오면서 차창으로 보이는 리스본은 오래된 건물이 거의 없는 조용한 도시인 것 같고 푸른 하늘이 아름다운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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