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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Aug 15. 2023

에스토니아 탈린

라트비아 리가에서 에스토니아 탈린까지 버스로 4시간 반 정도 간다.

거의 직선 길로 대부분 바다 옆으로 가지만 숲이 울창해서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이곳 울창한 숲속의 나무들은 소나무와 자작나무가 주종이고, 특히 소나무는 바다 옆에서 자라지만 해송이 아니고 육송이다. 육송 중에도 적송으로 굽은 나무가 없고 거의 곧게 자라고 있다. 마치 이곳은 굽은 나무는 나무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산이 아닌 평지에 울창한 숲을 보면서 여러 시간을 버스로 가는 길이다.


탈린에 오면서 우리나라 여행객을 만났다. 부부가 같이 자유여행을 하는데, 이분들도 나온 지 한 달이 넘는다고 하고, 나이를 물어보니까 남자는 68세라고 한다. 나와 비슷한 형편이면서 풍족하게 쓰지는 못하지만, 여러 곳을 다니면서 노년도 보내고 나름의 의미도 찾으려는 것 같았다. 두 분은 서로 대화도 하고, 하는 역할도 나누어 하기에 좋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혼자 하는 여행과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 장점이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탈린에서 처음으로 만난 곳이 탈린 시청사이다.

탈린 시청사는 고딕 건물로 처음 보면 탈린에서 가장 큰 성당인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첨탑의 꼭대기에 십자가가 아니고 사람 인형 모형이다. 이 풍향계의 모델은 마을 경비원으로 평생을 광장에 있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었다는 토마스로 그를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시청사 광장은 관광객들이 모여들어서 복잡하다.


이곳에서도 광장은 음식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시청사 주변에서 볼거리가 집중해 있고, 이곳에서 출발하면 탈린의 주요 볼거리는 거의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

시청사에서 자유 광장으로 가면서 오른 편에 멋지게 보이는 교회는 성 니콜라스 교회 겸 박물관이라고 한다.

약간 언덕에 위치해서 첨탑과 지붕의 주황색이 잘 어울리고 주변 경관과도 조화를 이룬다. 그 뒤쪽으로도 둥근 성곽도 보이고 첨탑들이 많아서 이곳도 성당이나 교회가 주요 볼거리인 것 같다.


자유 광장에서도 앞에는 교회가 있고 광장을 내려다보면서 십자가 모양의 탑이 서 있다.

이곳에 오니 광장에 자유란 이름이 들어가니까 이 주변에 “발트의 길” 발자국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왔다. “발트의 길” 발자국은 리트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에 하나씩 붉은 대리석에 새겨서 도시의 “인간 띠 잇기‘ 상징적인 장소에 놓여 있는 것이다. 두 곳은 보았고 이제 마지막 하나도 보고 위해서 찾았다.


광장이나 교회 주변, 상징 탑 주변을 찾아보았고 언덕에 올라가서도 찾아보았지만, 보이질 않는다. 인터넷에도 이곳에 있다고 하니까 분명히 있겠지만 못 찾겠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아는 사람이 없고, 현지 사는 사람인 것 같은 사람에게 물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도 인터넷에 사진을 참고해서 찬찬히 찾아보니까, 자유 광장 언덕 위의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한데, 멀리서 온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렇게 자유롭게 여행을 다닌다고 하지마는 그래도 마음속에는 무슨 의미라도 찾으려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자유광장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톰페아 성을 만난다.


톰베아 성 정원 앞에 있는 건물은 아직 관공서로 쓰이는 것 같고, 성 바로 앞에 있는 것이 탈린 알렉산더 네브스키 대성당이다.

이 성당은 러시아 정교회 성당으로 러시아 시대 대표적인 건물이고 탈린에서 가장 화려하고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하고 있다. 건물이 아름답고 아직도 관리가 잘되고 있는 성당이다. 그 옆에도 복음 성당이 높은 첨탑과 큰 건물을 자랑하고 있고, 이곳은 탈린에서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에 볼만한 전망대가 두 곳이 있다.

먼저 찾은 곳은 코투오차 전망대이다. 거창한 전망대가 아니라 언덕 위에 있어서 아래 있는 탈린 구도심의 풍광이 잘 보이는 곳이다.

이곳은 시청사와 자유 광장 쪽의 주황색 지붕들이 중세의 도시들을 보는 듯한 곳이다. 멀리 항구도 보이지만 바로 아래 보이는 구도심의 지붕들이 아름답고 눈에 들어온다.

유럽은 어느 도시를 가도 주요 볼거리가 성당이고 그 내부의 모양이 비슷해서 식상하지만, 이런 도시의 그림은 더 보고 싶은 풍광이다.


이 전망대에서 조금만 더 가면 파트쿨리 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도 구도심의 아름다운 지붕을 보이는 곳이지만, 성 올라프 교회 주변이 더 잘 조망되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다시 알렉산더 네브스키 대성당쪽으로 이동해서 성당 아래 있는 케에크 인 데 쾨크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여러 개의 건물로 140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군사시설처럼 만들어져 있고, 실제로 군사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라도 한다.

처음에 성곽 안으로 들어가니까 검은 두건을 쓴 청동상이 맞이한다.

두건 안에는 얼굴이 없는 유령 동상인데 이상한 손동작을 하고 있고, 그 반대쪽 성 위에는 또 다른 동상이 서 있다.

또 하나는 두 손을 모은 얼굴 없는 검은 두건 동상이 성 니콜라스 교회를 등지고 서 있다.

분위기 묘하면서 신비스럽기도 한 오래된 성곽이다. 이곳은 성곽을 올라가서 구경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다음날은 카드 리오르그 미술관을 보러 바닷가 옆길을 따라갔다. 상당한 거리이지만 주변의 풍광도 구경하고 걷는 재미도 있다. 중간에 농산물 직판장을 만났는데 리가의 중앙시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과일의 종류나 채소류가 더 알차게 나와 있다. 과일들은 더 싱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술관은 나무가 많은 넓은 공원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고,

뒤쪽 정원에는 예쁜 꽃들로 꾸며 놓아서 아름다운 곳이다.

공원이 너무 넓어서 천천히 산책하면서 가다 보니까 일본식 정원도 조성해 놓은 곳이 있었다.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서 공원 밖 가까운 마트로 가 음식을 사서 공원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여행을 하다가 보면, 식사를 야외의 공원이나 길옆의 벤치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흔하다. 일단은 큰 마트에 가면 조리해 놓은 고기나 야채 샐러드와 음료를 구해서 한적한 곳으로 이동해 식사를 하는 것이다. 혼자서 경치를 보면서 식사를 하면 밥 먹는 곳으로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이곳에서는 제일 먼저 찾아오는 것이 파리가 아니고 벌이다. 음식 냄새를 맡고 찾아와서는 음식에 달려드는 것이다. 그다음에 오는 것이 참새인데, 이곳의 참새는 사람을 피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 사람을 찾아와서 음식 부근까지 와서 기다린다. 곧이어 오는 것이 비둘기이다. 비둘기는 사람에게 접근하지 않고 주변에서 음식 부스러기가 떨어지기 기다린다. 이것들은 보통 한 마리가 오면, 곧이어 떼로 몰려온다. 자기들끼리 먼저 온 것이 나중에 온 것을 구박하고, 아니면 힘이 센 놈이 나머지를 쫓으려고 한다. 바다가 가까운 곳은 갈매기까지 나중에 와서 가장 우두머리 노릇을 한다. 이것들은 사람이 의자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찾아와서 기다리다가 음식을 먹지 않으면 돌아가는데, 음식 먹는 사람을 기막히게 잘 안다.

공원이나 벤치에서 식사하다 보면, 가장 거슬리는 것은 주인과 지나가던 개들이 음식에 관심을 보이면서 주둥이를 내밀 때, 같이 먹자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주인이 있어서 혈압만 오른다.


탈린에서 또 가볼 곳은 성 올라프 교회이다.

이곳에서는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곳으로 건물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서 올려다보면 고개가 아플 정도로 높게 보인다.


이 교회에 가기 바로 전에 탈린에서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세 자매 건물이 있다.

리가에서 삼 형제 건물이 유명하니까, 탈린은 세 자매 건물의 이름이 있다. 비교가 되고 서로 의식하면서 이렇게 부르는 것 같다.

그렇게 특이하지 않고 평범한 건물인데, 이름이 있는 볼거리에 들어가서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니까 지금은 호텔로 쓰고 있다고 한다. 특히 중간 건물은 영국 여왕이 묵어갔다고 한다. 올라프 성당 옆에는 뚱뚱이 마가렛 성당이 있었다.


발트 3국을 보고 떠나기 전날, 저녁에 탈린의 구도심 야경을 보러 시간을 내었다. 이곳은 저녁 9시가 되어야 불이 들어온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청사 광장에 갔지만, 도시의 밤거리와 차이가 없다. 특별한 야간의 화려한 조명은 없고 조용하다. 울적한 마음에 캔 맥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간다. 돌아가면서 자주 지나다니던 성당에 야간 조명이 들어와 있다. 성당 건너편에 벤치가 있어서 늘 보던 예수님의 조형물을 보면서 한잔의 맥주로 외로운 여행자의 시름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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