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에서 기차를 타고 함부르크로 오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은 지루하지 않고 다음에 어떤 풍광이 펼쳐질까 기대된다.
그러다가 기찻길 양쪽으로 나무숲이 우거지거나 터널을 지날 때는 답답하기도 하다. 이곳은 내가 사는 곳과는 달리 길에 터널이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차를 타고 가도 화창한 날씨는 지나가지만, 풍경조차도 더 아름답게 보인다. 여행에서 날씨가 풍광에 큰 몫을 하는 것이다.
코펜하겐에서 신선 식품 시장에서 우리 막걸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서 마지막 날 저녁에 먹으려고 호스텔의 공동 냉장고에 넣었다. 냉장고에는 게스트들이 사 놓은 먹거리로 가득하다. 그 한편에 막걸리를 넣어 두었다. 일단은 냉장고에 넣어 놓았으니까 시원한 막걸리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도 되고, 누가 우리 막걸리를 가져갈 가능성도 없어서 하루를 그곳에 두었다.
마지막 날 오전에 냉장고를 열어보니까 막걸리는 그 자리에 잘 냉장이 되어서 있다. 이제 저녁이 되어서 중국인 슈퍼에서 신라면은 샀다. 그리고 계란도 준비해 돌아와서 주방에서 라면을 맛나게 끓이고, 막걸리 잔도 유리컵으로 준비해서 냉장고를 열었다.
막걸리는 보이지 않는다. 막걸리가 술이지만, 탁하게 생겨서 외국인들은 선득 내키지 않을 것 같은 색깔이다. 그래서 누구 손을 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오전에 확인까지 했는데 없다. 주변에도 없고 쓰레기통에도 없다. 누가 가져간 것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세상일은 예상한 대로 되지 않는다.
이곳 덴마크에서 시원한 막걸리를 얼큰한 라면과 같이 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 상상했는데, 아쉬움이 너무 크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자.
함부르크는 내린 중앙역도 큰 역이고, 오랜 역사와 사람들이 많은 역이다. 역사의 규모도 함부르크 건축물에서 상위급이다.
중앙역을 나오니까 내가 좋아하는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대왕참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데, 그 나무에 풍선 같은 연등을 달아 놓아서 눈길을 끈다. 기발한 생각에 눈길이 머물게 한다.
도착한 날은 날씨가 맑았는데 일단 몸이 아픈 느낌이 있어서 숙소를 찾아가서 쉴 생각이다. 여행하면서 아침에 늘 확인하는 것이 그 도시의 날씨이다. 함부르크는 머무는 동안 흐린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좋지만, 일단 몸부터 쉴 생각이다. 여행에서 날씨보다 더 중요한 것이 몸이다. 몸이 피곤하거나 아프지 않아야 보이는 풍광이 아름답고 신기하면서 즐거운 것이다.
다음날도 별로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시내를 한 번만 돌아보기로 생각하고, 함부르크의 랜드마크라는 시청사 건물을 찾았다.
시청은 랜드마크답게 멀리서도 그 첨탑이 보인다. 첨탑의 끝이 십자가 없는 것을 보고 시청사 건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청을 가기 전에 페터스 교회가 높은 첨탑을 자랑한다. 이곳에 교회 건물들은 그렇게 화려하게 만들지 않고 곡선보다 직선이 많았고, 그래도 간간이 석상은 있다.
피터스 교회에서 보이는 곳에 시청이 있다.
시청 첨탑이 높고 크게 만들어져 있고,
이 주변의 어느 건물보다도 화려한 모양을 하고 있다. 앞의 광장도 크지만, 건물 내의 정원도 크고 아름다운 분수가 있다.
시청 건물은 많은 조각과 갖은 기교로 아름답게 만들어서 함부르크의 랜드마크로 의도한 것 같다. 이곳은 함부르크를 찾는 관광객들은 제일 먼저 찾아오는 곳이었다.
시청에서 조금만 가면 시민들이 편안히 앉아서 쉬는 호수가 나온다.
호수 가운데 분수가 높이 올라가면서 멀리 더 큰 호수와 통하는 다리도 보이고 둘레에는 오래된 건물들이 자리하면서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호수에는 유람선과 새들이 같이 떠다닌다. 이 호수는 함부르크 시민들이 휴식처이며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인 것 같다. 호숫가에는 쉴 수 있는 공간과 의자들도 많이 만들어 놓았다.
호수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신기해서 그곳으로 가서 보니까 시계를 파는 가게이다. 줄을 서서 들어간 사람이 나오면 다시 들어가는 것이다. 인기가 많은 것 같은 시계점은 스위스 중저가 시계점이라고 한다.
이 호수에서 잠깐 쉬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슈파이허슈타트를 찾아서 나섰다.
슈파이허슈타트는 함부르크 내에 있는 건물들의 군집이고, 강을 따라서 적색 벽돌로 지은 집으로 함부르크 항구의 창고시설로 사용하기 위해서 지어졌다고 한다.
창고시설로는 이만한 규모가 세계에 거의 없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건물이 손상된 후 재건축되었다고 한다. 물길을 따라 만들어져 있어 같은 모양인 것 같으면서도 다른 모양을 한 건물들이 끝도 없이 서 있다. 건물들의 중간에 다리도 많이 만들어져
물로는 배가 다니고, 다리로는 자동차가 지나는 편리한 시설이다.
강변의 군집 붉은 건물들을 구경하면서 가다 보면 끝에는 엘필하모닉의 거대한 건물이 강물 끝에 서 있다.
이곳은 공연장이다. 건물의 높이나 크기가 주변의 건물을 압도하고, 멀리 항구의 배들과 주변이 다 조망되는 함부르크의 대표적인 건물로 알려진 곳이다.
날씨가 흐리지만, 강변을 따라서 구경을 나섰다. 물길을 따라 걷는 길은 날씨가 맑으면 천천히 걸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래도 강변을 따라서 멀리 걸어갔다. 함부르크 항구가 시작되는 곳까지 가면서 쉬기도 하면서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항구로 가는 길에 가로수가 아카시아 나무였는데, 오래된 수령으로 아카시아꽃이 필 무렵이면 인기 있는 산책길이 될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는 멀리 검은 종탑이 높게 보이는 곳을 찾아서 갔다.
이곳은 성 니콜라이 기념관이었다. 이곳은 원래 고딕 양식의 교회였지만, 2차대전 당시 공습 중 파괴된 것을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전쟁의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장소로 성 니콜라이 기념관이 되었다고 한다.
불탄 채로 그대로 놓아둔 것이 의미심장하다. 어떤 이는 이곳이 함부르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도 한다.
이곳 함부르크에는 아시아 음식점에 가보니 막걸리와 소주가 어렵지 않게 보인다. 일단 몸이 아프니까 막걸리도 그렇게 반갑지 않다.
라면도 신라면이나 다른 국산 라면이 보이지만, 여기도 중국에서 만든 짝퉁 국산 라면이 진열되어 있다. 가격도 같고 포장지는 거의 비슷해서 한국 사람이 아니면 구분하지 못할 정도이다. 지금까지 거쳐온 나라에서 아시아 슈퍼에 진짜 국산 라면은 없어도 짝퉁 중국 국산 라면은 없는 적이 없다. 그렇게 짝퉁을 만들어서 파는 나라는 자존심도 없는 곳인 것 같다.
시끄럽기는 세계 제일이고, 여러 가지 면에서 신사는 아니다. 신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건지, 아니면 그런 영양가 없는 것은 의식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나라 사람들이 여행하면서 동양인으로는 가장 많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