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교회에 갔었다. 교회에서 과자나 선물을 주기 때문이다. 그 선물이 많지는 않지만, 받아먹는 과자 맛은 아이들을 교회로 오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받은 과자를 집에까지 가져오지 못하고, 교회 문을 나서면서 뜯어서 먹으면 집에 오기 전에 빈 봉지이다. 집에는 빈 봉지만 들고 들어갔다. 그 빈 봉지는 너무 적다는 아쉬움과 과자의 달콤한 맛을 아쉬워서 그랬다
아직도 마을에 교회는 있지만, 아이들은 성탄절이 되어도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교회에 갈 만한 아이가 없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교회 새벽 종소리가 울리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다. 교회 종을 마을에 교회가 만들어질 때부터 새벽이면 쳤다고 한다. 부지런한 교인이 새벽에 나와서 하는 일이었다. 그 교인은 교회 새벽종을 부지런히 치면 신앙심도 깊어지고 죽어서 천당도 갈 것이라 생각도 했고, 무엇보다도 본인 가족들이 무탈하고 자식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새벽에 쳤을 것이다. 새벽이면 늘 울리던 종소리는 마을에 익숙한 소리였고 새벽에 우는 닭 소리처럼 자연스러운 소리로 생각되었다.
그런 새벽종 치는 일은 교회를 세운 목사의 숙모가 수 십 년을 했다. 그때는 그 일을 누구도 대신할 생각도 없었고, 그분이 하는 것이 당연시했다. 그 숙모는 할머니가 되어서 거동 못 할 때까지 새벽종을 치셨다. 새벽종 치는 것이 여름에는 낮이 길어서 아침에 일어나 치면 어렵지 않았지만,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에는 새벽에 일어나 종 치러 가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추운 겨울 새벽에 아직 마을 사람들은 이불속에 있을 시간이지만, 일어나서 두꺼운 옷을 찾아 입고 어두운 골목 따라 교회로 가는 것이다. 새벽이 긴 겨울날 처음에는 아마 어두워서 호롱불 등으로 불을 밝히면서 나가다가 나중에는 랜턴을 갖고 다녔다고 한다. 그렇게 수 십 년을 할머니는 겨울 새벽에 종탑으로 가서 차가운 종 줄을 잡고 몇 분을 잡아당겼다 놓았다 했다. 종 치는 시간도 길기도 하고 짧기도 했지만, 수 십 년을 치다가 보니까 나중에는 종 치는 소리가 일정했다.
새벽에 울리는 종소리는 은은하게 마을에 울려 퍼진다.
교회 가까이 있는 집들은 시끄러운 소리가 될 수도 있지만, 그때는 그냥 잠이 들기 전에 들리는 자장가처럼 감미로운 소리였다. 교회에서 먼 아래못에는 깊이 잠이 들어서 못 듣기도 하지만, 잠결에 들리는 좋은 종소리였다. 마을에서 새벽에 그 시간에 울리는 종소리는 이제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몇 시가 되었다는 것도 알리는 자명종 같은 소리였다.
그때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은은하게 울리는 종소리는 세상을 평온하게 하고, 모든 액운도 쫓아 버리는 좋은 소리였다. 믿는 교인들에게는 그 소리는 하나님의 소리였고,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소리였다.
새벽종 치는 할머니는 선택받는 사람이고 누구나 부러워했다. 그 할머니는 신앙심도 다른 교인보다 돈독하고 얼굴도 늘 평안한 모습이다. 새벽종을 치면서 은혜도 받고 새벽마다 하나님을 만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니까 신앙심도 깊어지고 본인이 은혜를 받는다는 마음에 얼굴도 늘 편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행동거지도 늘 믿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조심하기도 했었다. 집안에서도 모두가 교회에 나가는 가정이 되고 제사도 추도식으로 하면서 마을에서는 교회 믿는 대표적인 가정이었다.
남편이 먼저 돌아가시고 남편은 교회에 나오지 않았지만, 장례식은 교회식으로 치렀고, 그 뒤로도 할머니는 오래 사시면서 교회의 새벽종을 쳤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새벽종은 교인 중에서 변함없이 울렸다. 처음에는 순번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신도들이 치기로 했다. 새벽종을 치면 신앙심도 깊어지고, 하나님을 더 잘 믿는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면서 마음속에는 복 받을 것 같았다. 그 새벽종 치는 위해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제외될까 봐 더 걱정을 했다.
몇 명이 돌아가면서 새벽종 치기에 들어가지 못한 교인은 불만이 생겼고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누가 중간에서 중재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마을 교회에 목사는 온 적이 없고 목사 준비하는 전도사도 왔다가 다른 큰 교회로 가는 경우는 있었지만, 설교자가 없을 때가 많았다. 그때는 교인 중에 말 잘하고 성경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설교하고 예배를 인도했었다.
새벽종 치기를 하면 큰 복을 받는 것처럼 생각한 교인들은 서로치기 위해서 갈등하면서 종 치는 시간이나 소리가 일정치 않았고 길게 치는 사람 짧게 치는 사람이 표시 날 정도였다.
언제나 교회 새벽종은 계속 울렸지만, 그 소리에는 갈등과 많은 사연이 있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서로 하려고 다투면서 보내다가 원래 교회 종을 치던 할머니의 며느리가 치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다시 한 사람이 새벽종을 치기 시작했다. 그 며느리가 치는 것은 교회를 세운 목사와 가장 가까운 친척이고, 그 집안에서는 자기들 교회라고 생각하기에 목소리가 가장 컸다. 자기 교회의 새벽종은 자기들이 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친척들이 마을에서 가장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때도 새벽종 치는 것에 밀려난 교인들은 다른 먼 곳으로 교회를 옮기거나, 교회를 떠나기도 했다.
교회는 시간이 흘러 믿던 사람들도 도시로 많이 떠나고 교인 수가 몇 명 되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때는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과자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었다. 교회에 나오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고, 적어진 교인을 위해서 크리스마스에는 어른들을 위한 떡을 준비했었다. 떡은 준비했지만, 평소에 나오는 교인만 크리스마스에도 나오고 다른 마을 사람들은 떡을 얻으려고 오지는 않았다. 크리스마스 날 교인끼리 떡을 만들어 자축하는 모양새였다. 그래도 교회 새벽종은 그 며느리도 치고, 며느리 동서끼리 돌아가면서 치기도 했지만 계속되었다.
교회는 종소리만 들리지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을 때, 인근 마을에서 목사로 크게 성공한 분이 어릴 때 다니던 교회라면서 지원을 했다. 기존에 있던 교회를 인수하면서 바로 옆에 새로 교회를 짓고 사택도 만들어서 목사를 파견했다. 그리고 새로운 목사가 오면서 교회는 외관상으로 달라지고 교인도 조금은 늘어나기도 했다. 이때는 새로운 교회의 새벽종은 목사와 가까운 사람이 치는 것으로 변화가 있었다. 교회의 주인이 이제는 오랫동안 다니던 새벽종 치던 집안에서 목사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니 그 종 치던 사람들도 또 멀리 떨어진 교회를 가거나 교회를 나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새벽이면 울리던 종소리가 반세기를 넘어서 수 십 년이 지났을 때 치지 못하게 되었다.
새벽에 시끄러워 잠을 못 자니까 교회 종을 치지 못하도록 교회 근처에 사는 원래 교회를 세운 집안사람이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그 뒤로는 새벽 종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주일날 예배 전에 치는 종소리까지 울리지 않게 되었다. 이제 마을에는 교회 종소리를 들을 수 없다.
새벽 종소리에 잠을 깨우는 것도 맞는 말이고, 마을 사람들은 잠자는 것을 방해받지 않고 편안하게 자고 싶은 것도 권리이다. 그래도 지금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오랜 시간 새벽이면 들어온 소리이고 귀에 익숙한 소리일 것이다. 이제는 거의 노인이 되어 잘 들리지 않지만, 교회 종소리는 옛날 듣고 자랐던 추억의 소리가 아니고 잠을 깨우는 소음으로 변한 것이다. 자기 집안사람이 세운 교회는 자기 교회이니까 종소리가 듣기 좋은 소리였지만, 다른 사람이 교회에서 치는 소리는 듣기 싫은 것이다.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 교회가 오래 지속되다가 어느 날 주일날 예배 알리는 종은 다시 울리기 시작한다. 목사가 새벽종은 안치고 주일날 예배 알리는 종만은 칠 수 있도록 마을에 동의를 얻은 것이다. 다시 주일 아침에 종소리가 울리고, 오랜만에 울리는 교회 종소리가 마을 사람들에게 옛날 추억의 소리로 들려주는 것 같았다.
목사는 정년을 하고 교회는 다른 목사로 바뀐다.
새로운 목사가 오는 날 아침에 교회 종이 울리지 않는다. 새로운 목사는 종소리를 싫어할 마을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까 주일 예배 종도 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마을 주민을 배려하고 신경을 쓴 것이다.
그렇게 조심하는 목사의 심정은 마을에서 교회 나올 사람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새로 마을로 이사를 오는 사람이 있다면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종소리를 문제 삼지 않지만, 교회에 관심을 두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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